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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내가 좀 멋지지

by 요용 🌈 2025. 8. 6.

아침부터 해가 최대치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와... 이런날씨에 좁은 낭시 아파트에 둘이 있었다면 더워서 어쩔뻔 했냥... 

역시 내가 버거씨네 집으로 오길 잘했다. 

백수가 된 기념(?)으로 이번 주말에는 좀 더 길게 있기로 했다. 버거씨가 월요일에는 휴가를 냈고 화요일에는 재택근무를 하기로 해서 화요일 밤늦게 낭시로 돌아가면 총 4박 5일을 같이 있는거네. 

 

오믈렛에 복숭아등으로 아침 식사를 가볍게 했다. 


날씨가 이렇게 더운날엔 무얼 할 수 있을까. 

물놀이를 가려니 내가 수영복을 안가져왔네. 

 

"우리 시원한 숲으로 가자. 시원한 그늘이 있는 곳으로 말이야." 

 

내 말에 버거씨가 딱 좋은 장소가 있다며 나를 데려갔다.  

시원한 숲을 걷다다 산딸기가 지천에 있길래 열심히 따먹었다. 

버거씨 말이 아래쪽은 말고 위에 있는 것만 먹으란다. 밑에는 개들이 쉬야를 했을수도 있다고 말이다. 일리있군. 

꽤 걷다보니 보리밭이 나왔다. 

인적 없는 평화로운 보리밭. 

바람을 따라 황금빛 보리들이 잔잔하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예뻤다. 

 

버거씨네 삼부자는 2주후에 남프랑스로 일주일단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진짜 같이 안갈거야? 나는 같이 가주면 좋겠는데. 아니면 일주일동안 너무 보고싶을것 같아서."

 

"고맙지만 사양할래. 평소 나랑 노느라고 아들들이랑 오붓한 시간을 못보냈잖아. 이 기회에 나 없이 남자들끼리 익스트림한 레져 원없이 즐기고 와."

 

버거씨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 사람은 서핑 레슨을 3일간 받을 예정이란다. 

 

"그리고 당신 휴가가면 나 한국어 온라인 튜터일 시작할거야. 당분간 만날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을거야. 주말에는 더 바빠질것 같기도 하고... 몇 달만 시간을 줘. 나중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려면 초반에 최대한 풀타임으로 올인해야 할 것 같아. 그 시간동안 당신은 가족들, 친구들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 봐. 그간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는 좀 소홀했잖아."   

 

여러번 내가 말했던 내용이라 버거씨는 착한 어린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한테 한 번 가보긴 해야 되는데... 올 초부터 많이 아프시다가 다행히 요즘 덜해지셨다고 하더라. 멀지도 않은데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버거씨의 말에 내가 대뜸 말했다.

 

"우리 내일 다녀오자! 내일 시간 괜찮으신지 지금 전화드려봐." 

 

"진짜? 그래도 돼?" 

 

버거씨는 환해진 표정으로 전화를 드렸고 곧 전화기 너머로 반가움에 더욱 커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일? 둘이 같이 온다고? 그럼 되지! 몇 시에 올거니? 이따 나가서 체리 좀 사와야겠다. 너희랑 같이 먹게 클라푸티 구워놔야지!" 

 

들뜬 어머니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고 쉴새 없이 혼자 떠드시는 어머니의 반응에 버거씨도 기분이 좋은지 나를 향해 몇 번이나 웃었다.

 

"그럼 내일 오후에 갈게요. 차도 마시고 나서 저녁에는 사브뤼켄에 엄마 좋아하시는 일식집에 가는게 어때요?" 

 

"좋지 좋지!! 그럼 저녁먹고 나서 우리 사르규민에 불꽃놀이 보러 같이 가는건 어떠니? 너무 늦으려나?" 

 

"아 그러고보니 혁명기념일이었네요. 불꽃놀이는 자정쯤에 하는거 아니예요?" 

 

내 반응을 살피는 버거씨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고 버거씨는 어머니께 알겠다고, 불꽃놀이를 함께 보러가자고 말씀드렸다. 

사르규민이라는 국경 마을은 어머니가 자란 고향이기도 하고 버거씨가 태어난 마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열리는 혁명기념일 불꽃놀이가 그리우셨나보다. 매년 티비로만 보다가 이번에 아들 커플과 함께 고향마을에 가게 되어 매우 기쁘신 듯했다. 

덕분에 나도 버거씨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씩씩한 내 발걸음

 


"우리 엄마를 보러가자고 먼저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정말 좋아하신다."

 

고맙긴. 나도 어머니 만나는거 좋아해~ 

 

체리 클라푸티.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들으니 살짝 사무치네.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누가 말해준 적 있어?" 

 

버거씨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 입으로 맨날 말해주잖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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