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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뤼켄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버거씨가 어린 시절 자란 마을 사르규민으로 갔다.
이 사르규민은 한때 수공예 접시로 유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렴하게 대량 생산되는 접시들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쇠퇴했다고.
11시쯤에 도착했는데 벌써 인파가 꽉차있었다.
불꽃놀이는 30분쯤에 시작된다고 했다.
어머니께서는 사람 많은곳이 무섭다고 하시며 다리 난간을 잡고 서 계셨다. 하지만 여긴 나무때문에 안보일것 같은데요...
다리 밑에도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이 가장 명당 자리였다. 강 맞은편에 있는 건물에서 레이져와 음악이 나왔는데 나무로 막히는데가 없어서 여기가 제일 잘 보이는 곳이었네그려...
나는 인파들 사이로 들어가서 공간을 확보했고 어머니 손을 잡고 좀 더 인파속으로 섞여 보자고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잠시 후 주변 모든 조명이 꺼졌고 웅장한 음악이 시작되었다.
조명이 꺼졌을때 우리 앞에 서 계신 어머니께서 무서워하실까봐 어깨에 내 손을 올렸다.
불안해서 뒤 돌아보지 않아도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계속 인식하실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 친정 엄마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도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면 내 손을 꼭 잡고 계시더라.
20분 넘게 이어진 불꽃놀이는 정말 웅장하고 신나고 아름답고 멋졌다.
특히 군중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를때 소름돋게 멋졌다.
신나는 노래가 나올땐 나도 어머니도 버거씨도 팡팡 뛰면서 춤을 추고 좋아했다.
불꽃 놀이가 끝나자 마자 나는 어머니 손을 잡고 잽싸게 버거씨랑 빠져나왔다. 이런데서는 차 막히기전에 무조건 빨리 나가야 한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어머니께서는 내 손을 흔들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나 춤도 추고 큰소리로 노래도 불렀잖아! 진짜 너무너무 멋졌어. 울랄라...!"
"네 춤추시는거 봤어요. 저도 춤 췄어요. 노래는 몰라서 못 따라 불렀지만요."
"같이 와줘서 너무 고맙다. 나는 이제 이런데는 혼자는 못 와. 오늘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 사진 찍은거 있으면 꼭 보내다오! 친구들한테 자랑할거야. 호호"
소녀처럼 좋아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버거씨도 나도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어머니를 댁까지 모셔다 드린 후 우리는 티옹빌로 새벽 한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피곤하지? 엄마 보러 가자고 먼저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저렇게 까지 좋아하시는 모습 나 진짜 오랜만에 봤어. 기력을 되찾으신 것만도 좋은 소식인데 저렇게까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좋더라. 다 네 덕분이야."
"나도 너무 즐거웠어. 어머니는 내일부터 주변 분들한테 아들 커플이랑 사브뤼켄에서 일식집 가고 사르규민에서 불꽃놀이 봤다고 자랑하시면서 한동안 활기를 이어가실거야."
"아 맞아. 우리 엄마를 정확히 봤구나.ㅋㅋㅋ"
사람은 추억으로 산다던가.
앞으로 좋은 추억 종종 선물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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