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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애완용으로 동키를...?

by 요용 🌈 2025. 8. 11.

버거씨는 내가 곧 바빠질거라고, 본격적으로 새 일을 시작하면 주말에도 자주 못만날 수도 있다고 말해서 그런지 순간 순간을 더 축하하고 감사히 여기는 듯 했다. 

 

알마가 내 생일날 선물 했던 레드 와인을 가져와서 자축을 하자네. 

새로운 출발을 위해 건배를 하고...

카자흐스탄 와인인데 스테판이 맛있다고 했던 이유를 우리 둘 다 첫 한모금만에 이해했다. 

 

점심 식사겸 피자도 먹고 보졸레에서 사온 소시송이랑 치즈도 먹고 샐러드도 먹었다. 

말많고 감수성 많은 커플이라 테라스에서의 점심식사는 꽤 길게 이어졌다. 

 

오후에는 동네 주변을 산책했다. 

안녕! 

오늘도 마주치는 동물들에게 모두 인사를 건넸다. 

이 동네 동물들은 인사를 건네면 꼭 다가오더라 ㅋㅋ

잘 지냈지 얘들아? 

오랜만에 만난 동키도 안녕! 

부담스럽게 가까이 온다. 

엘라였다면 손 먼저 뻗었겠지만 난 엘라가 아니니까... 아직 동키는 나한테 낯설어... 

 

철조망에 전기가 흐른다는 경고가 써져있었다. 동키들이 도망갈까봐 그런건가보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이 소나 양은 왜 키우는지 알겠다. 말그대로 그건 사업. 

 

말 키우는 집도 흔한데 이 동네에서는 주민들이 말을 타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니까 그것도 이해가 간다. 

근데 동키는....? 예쁘기는 해도 개나 고양이처럼 집안에서 같이 생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그냥 단순히 예뻐서 키우는건가? 

 

 

내 질문에 버거씨가 갸우뚱 하다가 말했다. 

 

"동키들은 짐을 나르는데 많이 사용했어. 사람대신 무거운 고기나 가죽을 싣고 험한길을 다녔지." 

 

"그건 옛날이고. 지금은 자동차가 있잖아. 이 동네에서 동키들이 가죽싣고 다니는 거 실제로 본적있어?" 

 

버거씨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무성한 풀을 뜯어먹기도 하지. 실제로 풀을 깍는건 정말 힘든일이거든. 얘네가 그 일을 덜어주잖아." 

 

"얘네는 맨날 이 자리에만 있다고. 풀뜯으러 외근을 다니지 않아ㅋㅋ 그리고 당신이라면 정원에 풀 깍기 귀찮다고 동키를 한마리 구입하겠느냐고." 

 

이번에도 버거씨는 고개를 도리도리. 

 

그런 뻔한 대답말고... 현실적으로... 이웃이 동키를 두 마리 산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말없이 한참을 걷다말고 버거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귀여워서 키우는거 같아. 그것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는것같아." 

 

"내 말이... 근데 절대 저렴한 가격이 아닐텐데 생각보다 동키들이 동네 곳곳에 있다는 거지... 우리야 좋지만ㅋ"

 

나중에 엘라한테 물었더니 엘라말이 귀여워서 애완용으로 키우는게 맞다고 한다. 보통 어린 자녀나 손주들이 있는 집에서 아이들 정서에 좋기 때문이란다. 동키는 그만큼 순하고 어메이징한 동물이라나. 

역시 핀란드 대자연에서 동물농장 테라피를 운영하시는 엄마를 둔 소녀의 대답답다. 그녀에게 모든 동물들은 어메이징하니까. 

 

 

프랑스 시골은 산책할 맛이 난다. 

경치도 경치지만 다양한 동물들과 다양한 과일나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넘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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