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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이게 바로 프랑스식 김치!

by 요용 🌈 2025. 8. 13.

버거씨네 집에서 파티를 하고 난 다음날이었다. 

버거씨는 재택근무를 하느라 아침부터 컴퓨터앞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점심때 뭘 먹을까... 무슨 재료가 있으려나싶어 냉장고를 열어봤다가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큰 통들이 있어서 몽땅 꺼내보았다. 

어제 올리브랑 과일 두통을 먹어치웠는데 아직 5통이나 남았네. 

어제 사무엘의 아들이 올 때 본인이 일하는 프렌차이저 가게에서 포장해 왔던 음식들이다.

 

두껑을 하나씩 열어보니 샐러드, 디저트, 닭가슴살 등등이었다. 

그런데 그 중 한 통에는 놀랍게도 김치가 가득 들어있었다! 

 

 

"이거봐! 김치야!!!" 

 

내 말에 버거씨가 저쪽에서 대답했다. 

 

"응. 그 가게에서는 손님이 원하면 샌드위치에 김치를 넣어주기도 한대."

 

올 신기하다. 

물론 색깔부터가 한국식 김치는 아니다. 당연히 진짜 김치만큼 맵지도 않고. 

 

하나 맛을 보았는데 발효된 맛은 전혀 없었다. 발효되면 냄새가 진해서 사람들이 안좋아할수도 있겠지. 그래도 사람들은 차이를 모른 채 김치가 몸에 좋다더라 하고 주문할 듯하다. 맛은 안매운 파프리카 가루넣고 살짝 물에 볶은 배추 맛이랄까...

프랑스에서는 그냥 배추도 귀한터라 이 짝퉁 김치도 내눈에는 그렇게나 반가울수가 없었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곳에서 만난 김치라니ㅋ

 

 

그럼 점심때는 이걸 넣고 볶음 국수를 만들어야겠다. 

 

버거씨 찬장에서 쌀국수를 찾아냈다. 

김치인듯 배추인듯 김치같은 배추를 왕창 넣고 간장 넣고 휘리리 볶은후에 삶은 면을 섞었다. 

어제 깜빡하고 안꺼내놨던 청경채 나물이랑 남은 반찬이랑 닭가슴살도 마지막에 같이 섞었다. 

 

오전 내내 바빴던지 화상미팅을 수차례 하던 버거씨가 내가 테라스에 뚝딱 차려놓은 음식을 보고 너무 고마워했다. (재택 근무할 때도 보통 버거씨가 식사 준비를 했다.)

버거씨는 편하게 먹으라고 포크&나이프를 줬더니 자기도 젓가락으로 먹겠다며 직접 가서 젓가락으로 바꿔왔다.

 

이걸 먹으면서 버거씨는 사무엘의 아들이 엄청나게 사교적이었다며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이 집 큰 아들은 완전 반대로 내성적이라 사교적인 그 집 아들이 부러운가...? 

 

"근데 생각해봐라? 아빠인 사무엘은 또 엄청나게 내성적이야ㅋㅋ 어제 사무엘은 거의 한마디도 안했고 아들 혼자서 계속 떠들었잖아. 당신 큰 아들은 사무엘처럼 내성적인데반대 또 당신은 그 집 아들처럼 말이 많아ㅋㅋ 두 집 모두 부자간 성격이 정 반대야 ㅋㅋ 이게 바로 우주의 균형인가봐ㅋㅋㅋ" 

 

내 말에 버거씨가 맞다며 웃었다. 

 

닭가슴살이 어마어마하게 부드럽다! 

 

내가 만든 볶음면 역시 맛있음!

 

냉털 볶음면 덕분에 냉장고 숨도 좀 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