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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동물들도 본능적으로 좋은 사람을 알아본다

by 요용 🌈 2025.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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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도 뽈살이 있었던가...?
 
 
12시 점심 약속이었는데 떠들고 노느라 후식까지 다 먹고나니 9시가 넘었다. 그래봐야 프랑스는 여전히 밝지만.  

친구들의 등 뒤로 따뜻하고 평화로운 석양이 지고 있었다. 
 
우리들의 그림자가 시골 흙땅위에 길게 늘어졌다. 
 

내가 평소에 안가본 길로 가보자고 말했더니 알마가 그런곳이 있다며 작은 오솔길로 우리를 데려갔다. 
그곳에서 만난 예쁜 흰 소떼들 

 

착하게 생긴 소들이 어깨를 맞대로 사이좋게 한발씩 행진하며 풀을 뜯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다가 내가 말했다. 
 
"응? 근데 먹을 풀이 너무 없는데??" 
 
내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엘라가 풀을 한웅큼 뜯어서 소들에게 다가갔다. 

gif

소들이 반가워서 다가오기 시작했고 엘라가 내민 풀을 맛있게 받아먹었다. 

근데 엘라야 풀을 너무 짧게 쥐고 있는거 아니냐? 소가 먹기에도 불편하고... 손 깨물면 어뜨케... 

근데 엘라는 한술 더 떠서 풀을 점점 자기 몸쪽으로 당겨서 소를 가까이 유인하더니 자연스럽게 소와 스킨십을 시도했다. 

역시... 엘라는 아프리카에 혼자 떨궈놔도 동물들이랑 교감하면서 '잘' 살아남고도 남을 소녀다. 

 

그 모습을 본 우리도 덩달아 풀을 한웅큼씩 뜯어서 다가갔다. 

아이고 잘먹네.. 아이고 이뻐라..

소들도 이쁘고 내 친구들도 이쁘다. 

 

근데 에리카야, 줄라면 좀 많이 주라고. 

 

앙상한 한 줄기만 딱 내미니까 소도 이게 대체 뭐하는거냐고 니 얼굴만 쳐다보자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리카는 무서워서 못하겠단다ㅋㅋ 

 

그러는 와중에 나랑 에리카는 이 깻잎처럼 생긴 풀에 종아리를 깨물(?)렸다. 날카로운 통증에 깜!짝! 놀랬다. 둘 다 벌레에 쏘인건 줄 알았다. 

 

알마랑 엘라가 아까부터 뒤에 깨무는 풀 있다고 조심하라고 했는데 우리 둘은 그 말 뜻을 못알아 듣고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엘라는 이 풀의 한 가운데를 친히 만져 보이면서 "이 부분은 만져도 괜찮아. 근데 잎의 테두리 부분은 날카로워서 피부에 닿으면 몇분간은 베인것처럼 아프지."라고 설명해줬다. 

 

아... 이 통증이 몇분만에 가라앉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나랑 에리카는 오늘 새로운 사실을 또 배웠다. 

 

소들이 그 사이 엘라랑 정이 들었네. 오구오구... 담에 또 보자 알았지? 

 

 

잠시 후 우리가 산책로에 접어들었을 때 였다.

맞은편에서 무시무시하게 생긴 큰 맹견이 목줄도 없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게 보였다!

뒤에 남자 주인은 그걸 보면서 태연하게 걸어오고 있었고 앞서 걷던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하고 있을때 그 개는 나를 지나쳐서 곧장 엘라를 향해 말그대로 달려들었다. 비명을 지를 뻔 했는데 엘라가 그 개를 두 팔 가득 안아주는게 아닌가!!?? 진짜 무섭게 생긴 개였는데!

그 개는 그냥 엘라가 좋은 사람이라는걸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보고 신나서 달려왔던 것이었다.

분명 처음 만난 개였는데 엘라를 보고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안겨있는데도 어떻게하면 더(?) 심하게 안길수있나 싶은지 아주 난리블루스가 났다. 주인 남자가 억지로 끌고가지 않았다면 얘는 계속 엘라옆에 있었을 것 같다. 

 

 

나중에 버거씨한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말했다. 

 

"나는 엘라를 볼 때마다 사람들 만큼이나 동물들도 본능적으로 그녀를 좋아한다는걸 느껴.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것 같아.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데도 대화하면 나이차이도 안 느껴지고 농담도 잘 맞고 그녀가 해 주는 조언도 너무나 성숙하고 도움이 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니까 항상 가까이 두고 싶은 친구야."  

 

내 말을 들은 버거씨가 말했다. 

 

"맞아. 앨라는 분명 놀라운 소녀야. 근데 너도 그렇다? 너도 완전 똑같아. 보는 사람들마다 너는 너의 밝은 기운을 나눠주잖아. 너랑 비슷한 사람이라서 넌 그녀를 좋아하는거야." 

 

아 버거씨의 이말이 나는 그 어떤 칭찬보다 더 듣기 좋았다! 

 

많지는 않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으니 나 꽤 잘 살아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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