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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시가 넘어서야 점심 요리를 시작하겠다며 오늘의 요리사인 에리카가 부엌으로 폼나게 입장했다.
로마에서 석사 공부를 마친 에리카는 이탈리아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남다르다. 그간 맨날 입으로만 떠들어오던 정통 이탈리안식 까르보나라 요리를 오늘 드디어 만들어 준다는 군.
알마는 에리카가 미리 당부했던 재료들을 다 사다놓았다며 하나하나 꺼내다말고 혼자 흥분하면서 에리카를 향해 외쳤다.
"너!! ㅋㅋㅋ 니가 닭 볼살이라매! 분명 문자로는 닭 볼살이라고 했단말이야ㅋㅋ 나도 이게 좀 이상하다 싶었지. 닭 볼에... 살이... 먹을게 있나 싶어 우리집 닭들도 내가 한번더 살펴봤다고 내가 ㅋㅋ 그래도 니가 그렇다니까 이탈리아는 먹나보다 했지 ㅋㅋㅋ"
아 ㅋㅋ 돼지 뽈살을 적는다는걸 에리카가 실수로 닭 뽈살이라고 적었나보다. 벌써 웃기다ㅋㅋㅋ 알마는 흥분한 채 웃다가 말 문이 몇 번 막혔다.
"나는 돼지고기가 들어가는줄 알았으면 다른거 먹자고 했을거야ㅋㅋ 근데 닭 뽈살이라길래 이탈리아정육점에 가서 에리카가 시킨대로 관찰레를 달라고 했거든? 근데 그 여주인이 이따시만한 고깃덩어리를 안고오는거야! 닭 뽈살은 그렇게 클 수가 없잖아! 100그람요? 하면서 벌써 썰기 시작하는데 이미 취소하기는 늦었고 그냥 할 말을 잃고 쳐다보다가 계산해서 나왔어."
알마가 손가락으로 닭의 뽈살을 가늠하는 장면에서 나랑 엘라랑 미친듯이 웃었다.
열심히 요리를 하던 에리카는 그냥 멋쩍은듯 "내가 문자에 닭 뽈살이라고 보냈나? 미안 헤헤" 한마디가 끝이었다ㅋㅋ 알마는 오늘 이렇게 또 돼지고기를 먹을건가보다.
네그릇 만들었는데 양이 엄청 엄청 많다ㅋㅋ 이거 먹으면 저녁 안먹어도 되겠다. 칼로리 진심 폭!탄!
저 맨 위에 올라간 고기 고명이 바로 돼지 뽈살, 관찰레다. 짭짤하게 절여져서 너무 맛났다. 에리카도 돼지고기 안좋아하는데 이건 예외란다.
이탈리안 정통식 까르보나라에는 생크림이 안들어간단다. 근데 이것도 맛나긴 했지만 나는 솔직히 촉촉한 생크림 파스타가 더 좋다... 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목이 막힐때 마다 그냥 시원한 프로세코 한 모금씩 마셨다.
알마네 닭들이 지난 며칠간 열심히 낳은 소중한 알들도 저기에 네개나 들어갔다.
반 쯤 먹었을때 이미 배가 불렀지만 그래도 닭들과 에리카의 수고를 생각해서 끝까지 맛나게 다 먹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니 뜨겁던 태양이 한 풀 꺾였다.
파라솔을 걷으면서도 사춘기소녀처럼 웃느라 숨이 넘어가는 내 친구들이다ㅋㅋ 이래서 내가 얘네들을 좋아한다. 딱 나 같아서ㅋㅋ
후식은 엘라가 사온 딸기 타르트.
트렁크에 합승했던 내 수박이 버릇없게 타르트위를 몇번 굴렀지만 그래도 모양이 많이 상하지는 않아 다행이다. 정말 맛있었다.
프랑스 살면서 과일 타르트 저렴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거 정말 큰 장점이다!
후식까지 다 먹고나서 배가 터질것 같을때 알마가 게임을 하자며 루미를 꺼내왔다. 꽤 자신있는 모습이었는데 4판 내내 알마 혼자 꼴찌했다.
임산부라 웬만하면 이기게 해 주려고 우리가 그렇게나 애를 썼는데 나나 엘라가 이길때까지 손에 있는 카드를 거의 내려놓지도 못하고 있었다. 루미가 나빴어ㅋㅋㅋㅋㅋㅋ
애기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발로 찬다면서 결국 벌떡 일어나서 동네나 한바퀴 돌자는 알마.
그래 좋은 생각이다!
배가 안꺼지고 있어서 산책이 딱 필요한 타이밍이었다고...!
해질녘에 더 아름다운 알마네 마을 평화로운 풍경.
만삭의 몸으로도 이것저것 준비해서 우리를 초대해 준 큰 마음의 소유자 알마.
항상 흥넘치는 에리카, 특히 평소에 요리를 안하는 그녀가 오늘은 의젓하게 까르보나라까지 친히 만들어 주었으니 감사해야지.
엘라는 함께 있으면 그저 빛!
많진 않아도 이런 좋은 친구들이 가까이 있고 만나고 싶을때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 너무나 큰 행운이고 행복이다.
전생의 가족들과 인연의 끈이 다 됐고, 새 인연은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마당에 굳이 내가 왜 여전히 낭시에 남아있는걸까 가끔 생각을 해 본다. 그 중 큰 이유가 바로 친구들이 아닐까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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