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씨는 지난 주말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몇 달 전부터 말만 해 오던 건데 이번에 드디어 소원성취(?) 했네.
알고보니 그 바베큐가 코리안 바베큐였단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려던 마음에 큰 부담이 쿵 하고 떨어졌다ㅋ
초대한 인원은 총 10명.
친구들이 도착하기전에 나는 상추를 씻었고 버거씨는 아뻬로와 잔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안그래도 물잔, 와인잔, 샴페인잔까지 글라스로 테이블이 꽉 찰 판인데 친구중 한 명이 모든 사람들에게 모히또를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던지라 우리는 장보고 오는 길에 모히또잔도 잔뜩 사왔다.

약속시간이 되자 모히또를 만들겠다던 사무엘이라는 친구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룩셈부르크에서 근무하는데 이 친구만 프랑스에서 일한다고 했다. 둘이 어떻게 알게된 사이냐 물었더니 "우리 큰아들 친구의 아빠야." 라고 버거씨가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 집 아들이랑 이 집 아들이은 오래전부터 사이가 안좋아져서 더이상 같이 안논다고 ㅡㅡ; 그래도 아빠들 끼리는 여전히 엄청 친하게 지내는 중이란다.
사무엘이 만든 모히또는 맛이 없었다. 아무맛이 안났다. 자신있게 만들길래 전문가인줄 알았더니 처음 만들어봤단다 ㅡㅡ;
손님들이 다들 모이고 아뻬로 분위기가 익어갈 무렵 현관 벨이 울렸다.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사무엘의 아들이 뒤늦게 일이 끝났다며 양손에 먹을것을 잔뜩 들고 들어왔다. 사무엘도 아들이 안오는줄 알고 있었다며 살짝 놀란 눈치였다. 그 집아들은 정말 버거씨처럼 말이 많았다. 이 집 아들이랑 사이가 나빠진 이유를 알 수 있을것도 같았다. 서로 성격이 극과 극이랄까... 처음 만났는데 정말 분위기를 휘어잡았음ㅋ
방학이라 프렌차이져 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는데 가게에서 먹을걸 엄청나게 많이 싸들고 와서 정말 놀랬다. 엄청난 사교성으로 처음 만난 청중들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는 젊은 총각이었다.
내눈에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듯 아들을 데려온 손님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엄마를 모시고 온 손님도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만난 그 70대 어머니와 20대 청년 둘 사이에서 온갖 대화들이 친밀하게 오갔다. 특히 진지하게 성인영화 얘기를 할때는 내가 지금 듣고 있는게 실화인가 싶었음 ㅋㅋ 역시 프랑스!
어머니: "그녀는 훌륭한 배우였어! 다들 그녀를 포x노 배우로만 알고 있는데 그녀의 영화중에는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들도 많았다고!"
청년: "아! 저도 어릴때 그사람 영화를 본 적 있어요! 그때 할머니가 못보게 하셨지만 기억이 나요."
어머니: "요즘 성인영화는 자극적인것만 추구하지! 예전에는 스토리가 있었다고!"
결국 다른 남성들도 어머니의 의견에 수긍하며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고 "이 주제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토론하는게 맞는거야?" 라는 내 말에 여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파티에 엄마나 아들이 같이 오는것도 신기하고 연령 무관하게 대화가 너무 자연스럽고 친밀하게 흘러가는것도 참 신기했다. 세대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대화였다.

아뻬로가 끝난 후 버거씨는 고기를 가지고 나가서 밖에서 구웠다.
그때 사람들이 찬 고기좀 쐬자며 우르르 따라 나갔고 나는 그 사이에 반찬들을 테이블에 세팅했다.

밑반찬은 전날 내가 여러가지 미리 준비해 놓았다.

무나물, 쥬키니버섯볶음, 가지볶음, 부추김치, 김치.
청경채 나물도 있었는데 냉장고 너무 깊이 넣어놔서 깜빡하고 안꺼냈다.
이번에도 나는 식사전에 손님들에게 손을 미리 씻고 오라고 시켰고 그 후 어떻게 쌈을 싸먹는지 시범을 보여주었다. 한식당에 가봤다는 사람이 딱 두명 있었는데 그들도 쌈은 처음 싸봤단다. 반찬도 다들 잘 먹었고 쌈도 맛있게 잘 싸먹었다.

후식으로는 어머니께서 직접 구워오신 파운드 케이크랑 버거씨가 집에서 얼려서 만든 바나나,요거트,땅콩버터 였다.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고 버거씨가 만든건 실패였다. 내가 분명 따로 넣으라고 했는데 버거씨가 믹서기에다 한데 넣고 갈아서 얼려갖고 그냥 딱딱한 얼음덩어리가 돼 있었다. 티스푼으로 얼음을 꽝꽝 두드리다가 먹는걸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했다ㅋㅋ

식사를 마친 후 벌써 자정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집에 갈 생각을 안한다ㅋㅋ
버거씨가 샴페인 한병과 함께 스카이조 카드게임을 꺼냈고 파티 2부가 자정에 시작되었다.
최연장자님 덕분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어머니께서 게임 룰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는데 몇판이나 혼자 이기고 환호하시는 장면이 어찌나 호탕하시던지!!
손님들은 너무너무 재미있었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버거씨랑 나는 다음날 오후까지 부엌을 치워야했는데 버거씨는 조만간 또 파티를 하자고 했다. 뭐 그래 치우는게 문제겠어.
이게 사는 재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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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불러주는 자장가
외국인들이 김치를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버거씨네 대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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