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씨는 며칠전 나에게 큰 아들이 다행히도 중요한 시험을 잘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덕분에 삼부자는 여름 휴가를 마음놓고 다녀올 수 있게 됐네. 둘째도 바칼로레아 잘 봤다고 하더니.
바칼로레아는 우리나라로 치면 수능시험 정도의 중요도를 가진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하루만에 보는건 아니고 두 과목인가 먼저 치뤘고 아직 몇과목이 더 남았다고 했다.
"아! 두 사람 다 개구리 요리를 먹을 자격이 있지않아?"
개구리 튀김을 먹으러 가자던 버거씨가 얘기가 없어서 궁금하던 참인데 이런식으로 자연스럽게 약속을 상기시켜주는 나다ㅋ
버거씨는 큰소리로 웃더니 주말에 회사 근처 단골 레스토랑에 점심 예약을 마쳤다.
그렇게 우리 네 사람은 주말에 룩셈부르크 시내 나들이를 나갔다.
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는데 다행히 반짝 비가 그쳤다. 어찌나 상쾌한지!
20년 넘도록 버거씨도 질리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전망.
아래 집들이 장난감처럼 귀엽다. (프랑스는 지붕들이 대부분 오렌지색인데 룩셈부르크의 푸른 지붕이 또 이국적이다.)
버거씨가 동료들과 종종 온다는 그 레스토랑을 드디어 우리도 와 보게 되었다.
비가 안내리길 바라며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개구리 네 개 주세요!"
앉자마자 주문함ㅋ
이 개구리 요리는 메뉴에는 없었고 셰프 추천메뉴로 따로 안내가 되고 있었다.
아들들과 버거씨가 너무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동요된다. 내가 언제부터 개구리를 이렇게나 좋아했었던가...?
양이 적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바삭한 감자튀김도 한접시씩 나온다. 찍어먹으려고 내가 마요네즈, 케찹, 머스타드, 레몬을 정성스레 제조(?)하고 있을때 두 아들들은 이미 엄청난 속도로 개구리를 흡입하고 있었다.
이게 양이 얼마 없는것 같아도 꽤 씹히는 맛이 있다. 아마 살이 적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있을것 같다.
속바겉촉에다 짭짤한 튀김옷도 너무 맛있다. 레몬즙을 그 위에 뿌렸더니 신맛이랑 너무 잘 조화된다.
버거씨 말로는 프랑스에서 먹는 개구리들은 다들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것들이라고 한다.
너도 멀리서 왔구나.. 근데 넘 맛있다 미안해...
음미하면서 알뜰 살뜰 발라먹고 있을때 두 아들들은 이미 모든 음식들을 다 끝내고 앉아있었다. 내 감자튀김 그릇을 두 사람앞에 밀어줬더니 둘 다 환하게 웃으며 좋아함ㅋ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소화를 시킬 겸 올드타운 산책을 했다.
주말이라 역시 관광객들이 많았다.
신기한게 정말 온갖 외국어들이 골고루 들렸다. 전에도 느꼈지만 룩셈부르크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언어는 룩셈부르크어가 아니라 영어였고, 그 외에 중국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루투갈 아랍어 등등... 짧은 시간안에 별별 외국어를 다 들으며 우리는 어느 나라 언어인지 서로 맞추는 게임을 했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멋진 도심 풍경이다.
버거씨가 룩셈부르크를 애정 (혹은 애증일수도?ㅋ)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릴적에 엄마한테 오늘 반찬 뭐냐 물으면 '개구리 반~찬'이라고 농담하시곤 하셨는데 나 오늘 진짜로 개구리 반찬 먹었다고 엄마한테 자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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