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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 국경 마을에서 만난 야생 사슴 한 쌍

by 요용 🌈 2025.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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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오늘 날씨 진짜 좋다...! 
하늘 색깔 좀 봐!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동네 산책을 나가면서 감탄을 연발했다. 

오늘은 특별히 들판으로 산책을 나가보자. 
 

성인이 된 이후로는 이렇게 흙길을 걸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것 같다. 
봄이 되면 들뜨곤 하던 내 어린시절이 떠올라 기분이 정말 좋았다. 버거씨에게 내 어린시절 시골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아직 개구리알이 나올 시기가 아닌가? 

봄이되면 나는 아빠를 따라서 논에 나갔다가 올챙이를 잡으면서 혼자 놀곤 했다. 올챙이를 잡으려고 따라나간건 아니고 엄마가 가져오시는 참을 얻어먹으려고 간거였다. 나는 엄마가 알려주신대로 청양고추가 안들어간 부추전이나 애호박전을 골라 먹었고 아빠는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마다 불러세워서 막걸리를 한 잔씩 따라주곤 하셨다. 그때 어른들은 부족한 젓가락은 근처 싸리나무를 꺽어다 껍데기를 하얗게 벗겨서 사용하곤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그걸로 먹는다고 떼를 썼는데 막상 써보고는 불편해서 다시 내 젓가락 돌려달라고 말해서 어른들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흙길을 걸으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줬더니 버거씨가 큰소리로 웃으며 들어주었다. 리액션이 좋으니까 이야기 들려줄 맛이 나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많지만 생각해보니 가장 큰 이유는 이거야." 
 
"뭔데?" 
 
"넌 정말 웃겨 ㅋㅋㅋ" 
 
아 그래 고맙다 ㅡㅡ; 감사해서 황공하네요.
어이없어하는 내 표정에 버거씨가 또 빵터졌다. 
 
"진짜로 나는 태어나서 너만큼 웃긴 사람을 본 적이 없어.ㅋㅋㅋ" 
 
그래... 뭐... 칭찬은 칭찬이니까. 
 
사실 우리집에서는 우리 언니나 우리 엄마도 한 개그 하셔서 내 개그는 좀 뭍히는 경향이 있는데. 
 
"세상에서 나를 이렇게 많이 웃게 한 사람은 없었어. 앞으로도 나 오래오래 맨날 웃게 해 줄거지?"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앞으로도 내 얘기 지금처럼 이렇게 잘 들어주고 웃어줄거라면 말이지."
 
 

 
와 이런 풍경을 주말마다 볼 수 있다니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내 이야기를 열심히 경청해주는 다정한 사람과 손을 잡고 이 예쁜 자연 가운데로 산책을 하고 있다. 비현실적이군. 
 
오 저기 봐!!
사슴 한 쌍이 우리 근처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야생사슴.gif

우와 진짜 빠르다... 
이 동네 정말 좋은 곳이구나. 조용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골이지만 크고 작은 도시들이 가깝다. 버거씨가 왜 이곳을 사랑하는지 알것 같다. 

걷다보니 너무 더워서 어느새 외투를 벗고 팔도 최대한 걷어붙였다. 
 
"매일매일이 이런 날씨라면... 내가 사랑하는 여름과도 바꿀수 있겠어."
 
오랜만에 만끽하는 봄볕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내가 꿈을 꾸는건가 싶을 정도로. 

 
점심때 버거씨는 신선한 샐러드를 먼저 만들었다. 푸릇푸릇하다! 

메인 요리는... 작은 오징어라고 말했는데 이건 쭈꾸미잖아? 

야채와 쭈꾸미를 볶다말고 버거씨는 잡채소스를 다 썼다며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잠깐 고민 후 버거씨가 대안으로 꺼낸건 다름아닌 비빔밥 소스. 왜 비빔밥소스가 거기서 나오니.  

비빔밥소스로 볶음 야채 쭈꾸미는 맛이 없을수가 없었다. 샐러드도 당연히 맛있고! 

후식으로 피스타치오 크림을 섞은 요거트랑 아이스크림에 견과류를 뿌려서 갖다주는 버거씨. 후식도 항상 정성을 다한다. 
 
오후에 잠시 내 서류를 봐 주겠다던 버거씨는, 그 일만 끝나면 한 번 더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안될거 없지. 이런 날엔 집에 있는게 손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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