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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어김없이 맛있는 주말 저녁

by 요용 🌈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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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퇴근 시간에 맞춰 버거씨가 나를 데리러 찾아왔다. 
 
버거씨의 누나와 매형이 전날 스트라스부르에서 콘서트를 보러 왔다가 하룻밤을 묵었는데 파리로 돌아가기전에 우리를 만나러 낭시에 잠시 들르겠다고 했었다.
 
"원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었는데 누나가 감기에 심하게 걸렸대. 그래서 아주 잠깐 얼굴만 보고 바로 갈거라고 하네..." 
 
잠시후 누나네 내외가 도착했는데 누나는 정말 한눈에 봐도 매우 안좋아보였다. 하지만 버거씨는 누나네가 와서 마냥 즐거워보였다. 우리집을 보여줘야 된다면서 신나게 앞장서서 걸음... ㅡㅡ; 청소는 자기가 다 해놨으니 걱정 말란다. 

버거씨는 슈도 한상자 사다 놓고 누나네 내외에게 대접했다. (진짜 맛있어서 각자 두개씩 먹었다.)
 
나는 추워하는 누나를 위해 전기 방석을 켜줬는데 세상에 이런게 다 있냐며 누나가 매우 좋아했다. 
버거씨는 식사는 못하더라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단골 까페에는 꼭 들러야 된다며 클럽까페로 모두를 데려갔다. 

버거씨는 얼마전 회사에 한국인 손님들이 왔을때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며 자랑했고 매형에게 자신이 아는 한국어 인삿말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매형도 마침 동네에 한국인 이웃이 있다며 열심히 따라했다. 
 
넷이서 한시간 가량 수다를 떨다가 누나네 내외는 파리로 돌아갔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다. 
 
 
버거씨는 낮에 내가 일하는 동안 슈도 사고 서점에서 책을 둘러봤다고 한다. 
 
"우리 서점에 잠깐 들르면 안돼? 나 사고 싶은 책이 있어." 
 
우리가 서점에 갔을때 버거씨는 다름아닌 한국어 초급 교재를 샀다. 꽤 두껍고 비싼 책이었는데 한국어 공부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것 같아서 고맙고 뿌듯했다. 

 
저녁 공기를 맞으며 우리는 올드타운을 잠시 산책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있구나 내가. 
맨날 봐도 아름답다. 
 
걷다가 예쁜 바가 있어서 저녁 식사를 하러 들어갔다. 

천정에 곰돌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ㅋ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히며 행복한 토요일 저녁을 자축했다. 
이게 행복이지! 
 
버거씨는 나더러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한 게 없는데...?
반갑게 누나네를 맞아줘서 너무 좋았단다. 
나는 내 아파트가 너무 작고 느추해서 민망했는데 버거씨는 본인의 두번째 집이나 마찬가지라서 누나랑 매형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단다.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햄버거, 참치타다키, 크로크무슈- 
 

Croqie monsieur는 왜 이름이 크로크 무슈인지 모르겠다. 바삭한 아저씨? 
빵 사이에 치즈랑 버섯 베샤멜소스 햄이 들어있는데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크로크무슈중에 제일 맛있었다. 사실 프랑스에서 매우 흔한 간식거리중 하나인데 이집 크로크무슈는 정말.. 버섯향이 가득하고 빵은 바삭한데 속은 엄청 부드러워서 입에서 살살 녹았다. 우리 둘다 이미 크로크무슈 한 입 먹고 쓰러졌음.
 
햄버거도 패티에 육즙이 가득했고 참치타다키는 말해무엇... 
정말 이 집 음식 다 맛있구나! 

창가석이었는데 창밖 올드타운의 야경도 주말 저녁의 설렘을 더해주었다. 
 
오늘도 내가 제일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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