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버거씨가 재택근무를 하는 월요일-
내가 준비한 김밥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난 뒤 버거씨는 날씨가 좋으니까 산책삼아 스타니슬라스 광장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오자고 했다. 점심시간을 넉넉히 쓸수 있을것 같다고 했다.

역시 날씨가 좋으니 광장에는 관광객들로 가득차있었다.
우리가 자주가는 테라스는 꽉차서 빈 테이블이 없었다. 힝...

결국 그 옆집 테라스에서 빈 테이블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휴 다행이다.

아... 여기가 천국이냐~
썬글라스를 끼고 광장 테라스에 앉아 정면으로 해를 구경해 본 게 얼마만이더냐.

전날 먹다 남은 투굿투고 빵 봉지를 가방에서 꺼냈더니 버거씨가 껄껄 웃었다.
남은 빵 오쇼콜라랑 마들렌을 맛나게 먹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크루아상 두조각은 집에 가는길에 노숙자한테 줬음)

우리는 이 귀한 태양을 맘껏 음미했다. 주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일광욕을 하며 행복해 하는 거북이들이 된 기분이랄까.
하지만 이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 앞쪽과 옆쪽 테이블에는 젊은 여성들이 앉아있었는데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다 담배를 피고 있었고 그 연기 때문에 우리는 고통받아야 했다. 으아...
결국은 못버티고 일찍 일어서야만 했다.

집으로 걸어오면서 살짝 짜증이 난 내가 말했다.
"프랑스는 다 좋은데 담배가 문제야. 어학당 다닐때 아침부터 버스 승강장에서 담배 연기 맡던 기억이 나네. 지금도 길에서 담배 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나는 빨리 달려서 그 사람을 앞질러. 어릴적부터 나는 학교에서 간접흡연의 위험에 대해 질리도록 배웠어. 프랑스는 간접흡연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것 같아."
"학교에서 간접흡연에 대해 충분히 가르친다는 점은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자유를 침범당하는걸 싫어해서 그런거같아. 고집이 센것도 있겠지. 나도 정말 마음에 안들어."
"나는 프랑스에 와서 가장 충격받은것 중 하나가 아기를 안거나 유모차에 태우고 가면서 맞담배를 피는 부모였어. 내가 경악했더니 한 프랑스인이 그러더라. 야외에서 피는데 무슨 문제냐고. 이건 사회적 인식의 문제야. 한국인 뿐만 아니라 다른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도 나처럼 다들 경악했어. 심지어 임산부가 담배피는것도 봤다고 하더라..."
다행히 버거씨도 내 의견에 격하게 공감해주었다.
"나도 알고있어. 진짜 정신나간 행동이지.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요즘 간접흡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는 하더라. 아직 멀었지만 조금씩 흡연자들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대..."
글쎄... 줄어드는거 잘 모르겠는데...
기분좋게 나왔다가 이게 뭐람...

간접흡연으로 주변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것 같다. 하기야 자기 자식앞에서도 맘껏피는데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건강이야 누가 신경쓰랴...

그래도 새파란 하늘위로 뾰족하게 솟은 성당의 첨탑은 아름답구나.
"너는 나처럼 담배도 안피고 음주도 많이 안하니까 참 좋아."
버거씨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둘만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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