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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눈, 귀, 입을 만족시켜준 레스토랑

by 요용 🌈 2025. 3. 23.

뷰썽(Bussang) 시내를 산책한 후 미리 예약해 두었던 레스토랑으로 갔다. 

셰장미(Chez Jean-mi)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인데 장미네 집이라는 뜻. 

버거씨는 우리를 맞이해 주는 우람한 남자 직원에게 "당신이 장미인가요?" 라고 농담처럼 가볍게 말을 걸었는데 그 사람이 본인이 맞다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네 제가 장미예요!" 

 

"인테리어가 너무 훌륭합니다. 음식도 분명 맛있을거라는 확신이 드네요. 기대됩니다." 

 

장미 사장님은 벌써 이곳을 운영한지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 사이 건물을 두배 이상 증축했다며 뿌듯하게 말씀하셨다.  

여름에는 이 테라스도 손님으로 꽉 차겠구나. 

거대한 샹들리에 바로 앞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근처 테이블에서 멍스퇴르 치즈 요리를 먹고 있었는데 그 냄새가 나한테는 딱 청국장같았다. 혼자 웃음이 났다.  

맥주를 주문했더니 너무 예쁜 엉트레도 함께 내 주었다. 

보쥬 특산품인 멍스테르 치즈를 비스킷과 함께 층층이 쌓은 밀페유를 먼저 먹었다. 말해 뭐해 맛있지... 

이것도 치즈였는데 아스파라거스랑 꽃장식이 화려했다. 

예뻐서 아까웠지만 그래도 한입에 다 넣어주었다. 눈으로 먼저 먹고 입으로 음미하는 예쁜 엉트레였다. 

맥주로 먼저 시원하게 짠을 했더니 곧 여가수와 연주자가 우리 바로 뒤에 있는 무대로 올라와서 노래를 시작했다. 

대화에 지장이 갈정도의 열창이 아니라 편안한 목소리와 잔잔한 연주의 조합이 너무 좋았다. 

 

버거씨는 엉트레만 먹고도 이 집은 유명한 맛집이 분명하다고 못을 박았다. 오늘 레스토랑 너무 잘 골랐다며 식사를 하기도 전에 미리 자축했다ㅋ

 

"나는 Joue de Boef를 고르겠어. 당신은 다른걸로 골라. 나눠먹자!" 

 

Joue de Boef는 일전에 버거씨를 따라 룩셈부르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소고기 볼 살(?) 스테이크인데 그때 고기가 어마어마하게 부드러워서 개인적으로 잊을수가 없는 메뉴였다.

버거씨는 버섯크림을 얹은 송어요리를 골랐다. 

 

소 볼살 스테이크의 비주얼!! 

우와....!! 

 

맛은 예쁜 비주얼보다 훨씬 훌륭했다. 

사실 고기를 먹기전에 저 으깬감자를 먼저 한 입 먹어봤는데 먹자마자 진짜 비명이 나오는 맛이었다. 

내가 한 입 먹어본 후 완전 감동한 표정으로 버거씨 입에도 바로 한 입 먹여줬는데 버거씨도 나랑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으깬 감자 맛의 비밀은 바로 트러플이었다. 거뭇한것들은 트러플 버섯이었던 것이다. 이래서 트러플 트러플 하는거였구나... 

 

"이 집 주방장은 진짜로 요리를 아는 사람이네! 신선한 재료로 최상의 맛을 낼 줄 아는 사람이 분명해!" 

고기는 살짝만 포크를 갖다대도 부드럽게 으스러졌다. 

오래 졸인 육즙을 이용해서 만든 소스또한 너무 맛났다. 환상적인 맛!  

송어 스테이크도 맛있었다. 버거씨는 작은 용기에 담긴 샴페인 소스를 꼭 함께 먹어봐야 된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나에게 권했다. 

감자처럼 생긴 저 야채는 알고보니 돼지감자였다. 프랑스어 이름이 생소해서 내가 모르는건줄 알았는데 버거씨가 검색해서 보여준 사진을 보고 나는 바로 알아봤다. 

 

"한국에도 있는데 돼지감자라고 불러. 돼지들이 좋아해서 그런건가? 아무튼 우리 부모님이 말린 상태로 사다가 차로 자주 끓여드셔서 잘 알고 있어. 차맛은 좋은데 이렇게 요리 재료로 사용하는건 본 적이 없네. 솔직히 이렇게 먹으니까 맛은 별로다ㅋㅋ" 

 

"그치 맛은 그냥 그렇지. 우리 할머니도 전쟁때 감자가 없어서 이걸 질리도록 드셨다고 하셨어. 그때이후로는 절대 안드신대. 최근에 건강에 좋다는 인식때문에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 식재료로 재조명 되고있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자꾸 찍게 되네. 

친절한 웨이터가 다양한 종류의 빵이 담긴 커다란 바구니를 가져왔다. 버거씨가 하는대로 나도 건포도와 시리얼이 박힌 빵을 한조각 골랐는데 다 못먹을테지만 욕심내서 포슬포슬해 보이는 커다란 빵을 하나 더 집었다. (내가 남겼더니 버거씨가 다 먹었음)

스테이크 한조각과 으깬 감자를 반 정도 버거씨 접시에 덜어주었더니 버거씨도 똑같이 내 접시에 송어와 야채를 덜어주었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저 여가수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무대매너도 이 레스토랑을 특별하게 만드는게 크게 일조하고 있었다. 곡 중간중간에 유쾌하게 멘트를 쳐주고 농담을 하는데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도 모두 그녀를 바라보며 웃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프랑스어 노래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아는 오래된 팝송들도 많이 불러줘서 우리는 몸을 흔들며 손뼉도 치고 노래도 따라부르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배가 불러서 디저트는 안먹겠다고 했더니 버거씨가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자고 했다. 

그럼 내가 한 입 먹어줄게-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역시 비주얼만큼이나 맛도 확실했다.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버거씨는 음식의 수준과 분위기, 친절함 등을 감안하면 결코 아깝지 않은 금액이라고 했다. 더 비싸게 책정했어도 납득했을거라면서 말이다. 

 

 

이 레스토랑 덕분에 짧은 여행의 첫날이 특별해졌다. 

 

만족감... 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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