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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난이도는 극악이었지만 아름다웠으니...

by 요용 🌈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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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쥬의 대자연- 초원과 호수

 

 

호수를 지나 숲으로 다시 진입할 때 우리는 미끄러운 개울을 건너야 했다. 


나나 버거씨나 등산중에 이런데서 발이 빠진 경험이 한번씩 있었던 터라 더더욱 신중하게 건넜다. 물 흐르는 소리가 더없이 시원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구불구불 끝이없이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나와버렸다. 하아.... 간신히 체력을 충전했는데 여기서 다 소진할 판이다. 

 

내가 자꾸만 위를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고 또 쉬었더니 버거씨가 말했다. 

 

"자꾸 위에만 쳐다보지말고 아래를 봐봐. 우리는 벌써 이만큼이나 올라왔다구!" 

 

"하아...  올라온 것보다 갈길이 훨씬 더 많이 남았다는 것만 확인했어..."   

그나마 여기선 잡고 올라갈 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 고마운 줄이 나무들을 오랜 세월 괴롭혀오고 있었나보다. 

나무 깊숙이 파고드는 케이블선들. 아이고... 아프겠다.

한편으론 흉터만 남기고 아물어버린 저 생명력에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끝이 없을것 같던 오르막길 끝에서 만난 큰 바위와 멋진 풍경. 잠깐의 포상인가보다. 

이제는 평지가 나오겠지.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이 낙엽에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끝없이 데굴데굴 굴려떨어지게 생겼다. 

아재옷의 파워가 점점 방전되고 있는 중이다. 걸음걸이가 축축 늘어지네ㅋㅋ 

 

"그래. 이 가파른 길에 그나마 눈이 없는게 어디야... 여기서 눈이 있었다면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얼마 후 진짜로 눈길이 시작되었다. 이래서 말을 조심해야 된다 ㅡㅡ; 

"이쪽으로는 못가겠다..." 

 

앞서 걷던 버거씨는 나무 반대쪽으로 조심조심 지나가더니 내 손을 잡아주려고 기다렸다. 사진상으론 실감이 안나지만, 실제로 오른쪽 낭떠러지는 매우 가파르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찔한 곳이었다. 

경치 하나는 참 좋구먼. 

 

낙엽+눈의 조합도 무섭지만 돌+눈의 조합은 최악이었다. 

뒤에 가까이 따라오던 강아지들의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라고 소리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위험한 순간이 몇번이나 있었지만 그래도 서로 손을 잡아주면서 사고 없이 내려올 수가 있었다. 

그래도 어릴적 시골에서 눈덮힌 산에서 뛰어놀며 험하게 자란 덕을 좀 본 것 같다. 

어느새 우리가 출발했던 스키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이고... 근육이야... 

몸에 긴장이 풀리자 피로가 몰려왔다. 

 

낭시로 돌아오기 전에 뷰쌍 시내에 있는 어느 디저트가게에 들렀다. (화장실을 사용하는게 가장 큰 목적이었음) 

정겨운 느낌이 물씬나는 이 가게에서 우리는 뜨거운 라떼를 두잔 주문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버거씨는 도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자전거랑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버거씨에게 여행자들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쌩쌩 지나가는 모습은 더 없이 좋은 구경거리였던 것이다.

 

"와... 오... 우왓!..." 

 

옛날에 우리 조카가 어릴적에 레미콘을 볼 때마다 딱 저렇게 감탄하곤 했었는데. 

 

 

나는 온몸이 피곤하다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네가 투정하지 않고 잘 따라와주어서 얼마나 고맙고 자랑스러운지 몰라. 솔직히 중간에 화를 냈더라도 나는 이해했을거야. 오늘 코스는 정말 극악이었어." 

 

멀쩡한척 했지만 버거씨도 꽤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주말 1박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실컷 감상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던지! 

날씨 풀리면 우리 더 많이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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