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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왔더니 넓게 펼쳐진 황금색 초원이 나타났다.
실물에서 느꼈던 광활함이 사진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아 좀 아쉽다.
언뜻보면 새(?)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점점이 모여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쓰러져있는 황금색 풀들이 매우 보드라와보여서 앉아쉬기 안성맞춤이었다.
버거씨는 우리도 여기 잠시 앉아서 점심을 먹고 갈까? 하고 물었지만 나는 아직은 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호수에 도착하면 예쁜 호수를 보면서 먹을거야.
하지만 버거씨가 길을 잘못 안내하는 바람에 저 넓은 초원을 쓸대없이 횡당했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다는... 또르르... ㅠ.ㅠ
초원을 지나 우거진 숲으로 들어왔을때 고난이 시작되었다.
어딜봐서 이게 길이냐고요...
가파른 낭떠러지에 돌과 나무 뿌리가 한데 얽혀있는데 안죽겠다고 덜덜 떨면서 엉금엉금 내려갔다.
와 다시 봐도 아찔하다. 우리가 저런 길을 내려왔다. 두발로 걷다가 네발로 기다가 ㅋㅋ
이런 구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는 사실...
매너좋은 버거씨는 위험한 구간이 나타날때마다 먼저 내려가서는 손을 잡아주었다. 하지만 나보다 버거씨가 더 많이 미끄러지던걸...
이래서 사람들이 다들 초원에 눌러 앉아있었던가보다. 주변에는 우리둘 뿐이었음.
가파른 돌길위에 나무가 가로로 쓰러져있어서 더 조심조심 지나가야 했다. 이렇게보면 평지같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비탈...
정말 이런길을 계속 걷다보니 다리가 후들후들거리고 기진맥진...
"우와!!! 다 왔다, 조금만 힘내!"
앞서 걷던 버거씨가 큰소리로 외쳤다.
버거씨 눈앞에 호수가 펼쳐진 것이다. 마지막 기운을 짜내서 달려갔다.
호수다~~!!
기분 같아선 바로 바닥에 드러눕고싶었지만 옆에 개가 쳐다보고 있어서 참았다.
너무나 예쁜 호수.
이렇게 예쁜 호수가 숲 한가운데에 숨어있었구나.
옆에 강아지가ㅋㅋㅋ 폭삭 젖은채 낑낑 서글피 울고 있어서 관심을 안 줄수가 없었다.
"완전 다 젖었네? 춥니?"
내 말에 옆에 아주머니께서 대수롭지 않은듯 대신 대답해주셨다.
"그게 아니라 물에 들어가고 싶어서 우는거예요. 감기걸릴까봐 그만 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아ㅋㅋ 귀여ㅋㅋ
맑은 호수를 잠시 감상하던 우리는 호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이제 점심먹자!
아침에 사온 샌드위치가 납작하게 눌려있었다. 나는 참치샌드위치를 먹었고 버거씨는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먹었다.
맛있다.
버거씨는 땅바닥에 앉는게 여간 힘든게 아닌지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호수앞에 아주 경건하게 말이다. 그게 더 편하단다.
옆에서 갑자기 풍덩 소리가 크게 나서 돌아보니 검정개가 호수물에 뛰어들고 있었다. 드디어 입수 허락을 받은것이다. 아주머니께서 던진 나무작대기를 입에물고 의기양양하게 헤엄쳐서 돌아가는 녀석을 우리는 웃으면서 응원해주었다.
"아까 우리가 이 호수를 내려다 보던 지점이 어디쯤일까?"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구나. 눈에 힘을 주고 쳐다봤더니 저 멀리 바위아랫쪽에 까만 먼지만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자 이제 실컷 쉬었으니까 다시 일어나볼까?
또다른 강아지 두마리를 만났는데 그 중 작은 녀석이 나를 보고 어찌나 매달리던지 결국 내가 무릎을 굽혀 앉았고 녀석은 내 얼굴을 마구 핥으며 인사를 했다.
네가 먼저 만졌으니까 나도 만지는거야.
산을 오가며 마주치는 모든 강아지들과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것도 큰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이 강아지와 주인커플은 이후 우리와 같은 코스로 주차장까지 갈거라고 했다. 남자는 강아지들한테 눈뭉치를 던지며 장난을 쳤는데 강아지들이 좋아 날뛰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재미있었다.
버거씨! 우리 먼저 출발하자. 강아지들한테 추월당하지않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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