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

기력을 되찾으신 어머니의 수다를 다 들어드림

by 요용 🌈 2025. 8. 7.

일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나서 버거씨와 나는 어머니댁을 향해 출발했다. 

 

두번째 방문인데 여전히 재미있다. 

프랑스를 출발해서 룩셈부르크와 독일을 지나 결국 프랑스 국경마을에 도착하다니 말이다. 

 

어머니께서 현관 밖으로 뛰어나오시며 우리를 열렬히 반겨주셨다. 

 

 

"어제 저녁에 구웠는데 너무 맛있게 보여서 결국 한 조각 잘라먹었지 뭐니. 울랄라... 내가 구웠지만 따끈할 때 먹으니 진짜 맛있더라구." 

 

차와 함께 맛본 클라푸티는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큼직하게 한조각씩 잘라 주셨을때 우리는 너무 커서 다 먹을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 먹고나서 우리는 홀린듯 계속 잘라 먹었다. 결국 우리 둘이 거의 다 먹을것 같을때 버거씨가 "엄마 이거 좀 안보이는데로 치워주세요. 다 먹어버릴까봐 겁나요." 라고 말했다ㅋㅋ

 

"맛있다니까 다행이다. 너희 먹으라고 만든거니까 다 먹으면 나야 좋지." 

 

버거씨는 결국 용기내서(?) 마지막 남은 작디 작은 클라푸티 한 조각을 냉장고 속으로 직접 치웠고 그 비장한 모습에 우리는 깔깔 웃었다.  

 

어머니께서는 우리의 방문이 너무나 좋으셨는지 사진 앨범과 추억의 물건들을 다 꺼내와서 하나하나 나에게 보여주고 설명하셨다. 살짝 머리가 혼미해지려던 찰라에 버거씨가 어머니를 말렸다. 

 

"엄마 좀 쉬었다 할까요?ㅋㅋㅋ" 

 

물론 통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시도는 좋았다. 

이 세상에 버거씨보다 더 말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그거슨 바로 어머니..  (수다쟁이 버거씨도 어머니 앞에서는 과묵해진다!)

 

그래도 사진 앨범을 보여주실때는 재미있었다. 버거씨랑 누나의 학창 시절 사진들. 

 

버거씨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집에서 찍은 사진에는 매형인 리차드가 항상 등장했다. (누나랑 매형은 버거씨보다 한 살 많다.) 당시 누나의 남친이었던 리차드는 이때부터 그냥 이 집 큰 아들로 지내온 듯 하다. 삼남매처럼 우스꽝스러운 잠옷이나 파티복을 나란히 맞춰 입은 사진들도 꽤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그렇게 맞춰서 사 주는걸 좋아하셨다고 한다. 

 

"이 셔츠 기억나니? 노엘때 내가 너랑 리차드랑 똑같은 걸로 사다줬잖아." 

 

"기억나죠. 저도 파란색이 좋은데 왜 저만 분홍 셔츠를 사주셨어요? 파란색이 더 좋은데! 차라리 리차드한테 분홍색 주지!" 

 

나이 50이 넘은 지금 고등학교때 사진을 보고 투정을 부리는 버거씨를 보니 웃음이 났다. 나는 "너무 늦었어ㅋㅋ"하고 놀렸고 어머니께서도 맞다고 같이 웃으셨다. 

 

 

저녁때가 되었을때 근처 독일 도시 사브뤼켄으로 갔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일식집은 문을 닫았고 대신 또다른 일식집으로 예약을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바나나 맥주라는게 있길래 다같이 같은걸로 주문해보았다. 

진하고 달콤한 바나나가 섞인 맥주맛 너무 좋다! 

어머니께서는 연어를 안드신다고 하셔서 참치 롤을 한 접시 따로 주문해드렸다. 

볶음 우동도 바나나맥주도 초밥도 다 맛있었는데 우리의 화기애애한 대화가 제일 좋았다. 정말 많이 웃었다. 

 

버거씨는 나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만났다면 이 정도로 많이 웃지 못했을거라고 했다. 평소 어머니와 만날때마다 서로 잔소리를 많이 하는데 오늘은 내 덕분에 아주 많이 웃을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일식집에 올 때는 분명 어머니께서 걷기 힘드니까 천천히 좀 가자고 우리에게 몇번이나 당부 하셨었는데 식사를 끝낸 후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어머니께서 혼자 저만치 앞장서서 빠른 속도로 걸어가셔서 나랑 버거씨랑 뒤에서 엄청 웃었다. 

 

어머니께서는 몇 달 전 알수 없는 이유로 기력이 없어져서 거동이 힘들 지경까지 가셨다. 그때 병원에서 신장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혈액투석을 몇차례 받으셨는데 몇 달이 지난 최근에서야 기운을 되찾고 계시다. 오늘은 특히 즐거워 보이셔서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이제 우리는 어머니의 고향인 사르규민을 향해 차를 몰았다.

어머니께서 보고싶으셨다는 불꽃놀이, 함께 보러갑시다!  

 

 

 

 

이전 포스팅 읽기

외국인들이 김치를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하루에 3개국을 차로 넘나들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불러주는 자장가

이번 주말은 비빔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