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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비한 디저트는 바로 이거다.
바닥에 바나나, 땅콩크런치버터, 그릭요거트, 다크초코,견과류를 차례로 올려서 얼린 큐브.
이거 세개씩 그릇에 담고 냉동고에 마침 굴러다니던 한개 남은 매그넘을 큐브로 잘라서 몇개씩 섞었더니 꽤 그럴싸한 디저트가 되었다. 친구들한테도 반응 대성공이었는데 막상 완성해서 담은 모습은 찍지를 않았네.
디저트를 먹으면서 나는 얼마전 기차에서 소매치기범들한테 휴대폰을 빼앗길뻔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구들도 각자 각국에서 겪었던 비슷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었는데 그 중 알마가 들려준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오래전 카자흐스탄에 살던 시절, 알마는 호주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여하기위해 카자흐스탄 공항에 갔단다.
체크인을 하기 전 공항 환전소에서 환전을 먼저하고 나왔는데 얼마 후 지갑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단다. 환전소로 돌아 갔지만 지갑은 없었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 공항 경찰을 찾아갔지만 경찰들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성의없는 대답만 돌아왔단다.
"저희가 찾아보고 발견되면 연락 드릴게요." 라고 경찰들이 말했지만 정작 지갑에 대한 정보도, 알마의 연락처도 묻지않고 그냥 돌려보내려고 하는 경찰들을 보고 화가 치민 알마.
"저는 오늘 꼭 호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해요! 그런데 돈이 없으면 못가요! 제 지갑을 찾아주지않는다면 저는 여기서 움직이지 않을거예요!"
알마의 단호한 엄포를 들은 경찰들은 그제서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단한 알마. 나라면 그렇게 소리칠 수 있었을까...)
우선 그들은 환전소에 가서 cctv 영상을 확인했는데 ㅍㅎㅎ 알마가 환전한 돈을 받아서 지갑에 넣고는 그 지갑을 카운터에 그대로 놓고 나오는 모습이 찍혀있더란다. 민망함을 잠깐 참았더니 그 직후 한 중년여성이 남들이 보지 않게 가방으로 덮어서 티 안나게 지갑을 샤샥 가져가는 모습이 확인 되었다.
"진짜 놀라운게 뭔지알아? 공항 cctv영상의 화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더라는거야. 그 여자가 입은 옷의 질감까지도 선명하게 다 보이더라니까?! 얼굴은 당연히 파악이 되었지."
그 이후 공항 곳곳의 cctv를 확인 하여 그 여성이 국제선을 탑승하러 갔다는 것 까지 알아낸 경찰은 신속하게 달려서 국제선 탑승구로 갔다. 알마는 티케팅 후 그곳에서 합류했는데 그 여성이 어느 비행기에 탄 줄을 몰랐던 경찰들은 우선 활주로에서 막 출발을 하고 있던 비행기를 제일 먼저 멈췄다고 한다!!! 알마를 포함한 경찰들이 그 비행기에 올라서 승객들 얼굴을 하나하나 다 확인한 후 그 비행기는 다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런 후 알마와 경찰들은 흩어져서 여러 게이트들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얼굴을 살피고 다녔다고.
그러던 중 알마가 그 여성을 먼저 발견했다! 냅다 달려가서 "내 지갑 돌려줘요!" 라고 말했는데 그 중년여성은 살짝 놀라더니 "당연하죠! 여기요!" 하고 바로 지갑을 꺼내주더랜다ㅋㅋ 그리고는 "내꺼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착각한거예요."라고 뻔뻔하게 변명하면서 자기 지갑을 횡설수설 꺼내 보여주는데 색깔도 모양도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고 한다. (참고로 그 아줌마는 우크라이나 사람이었다고 한다.)
잠시 후 도착한 경찰들이 알마 손에 있던 지갑을 가져가더니 (이유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절차에 따라서 주인에게 인계되어야 된다고?) 알마와 그 도둑 아줌마를 공항 경찰서로 데려갔고 당연히 그 아줌마는 비행기를 놓쳤다.
잠시 후 지갑을 무사히 온전하게 돌려받은 알마는 이제 비행기 시간이 다되어서 가야겠다고 일어났다. 하지만 그 아줌마는 경찰들이 계속 억류했고 심각한 상황을 파악한 아줌마가 그제서야 울며 불며 사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잘못했어요... 엉엉..."
그 모습이 딱해서 알마가 경찰들한테 오히려 부탁했다고 한다.
"제가 지갑을 놓고간 잘못이 있기도 하고.. 이 분도 그냥 보내드리면 안돼요?"
하지만 경찰들은 완강했다고 한다. 이런일은 법적인 처벌을 제대로 다 받게해야지 아니면 또 반복된다고 말이다. (처음에 귀찮아하던 모습은 딴 사람들인가요ㅋ)
그렇게 알마는 무사히 돈도 찾고 비행기도 늦지않게 탈 수 있었는데 그 아줌마는 그 후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내 지갑이랑 똑같이 생겨서 내껀줄 알았어요.. 라고 하는 래파토리는 참 익숙하네.
김밥 재료가 꽤 남았길래 몇 줄 더 싸서 친구들한테 서너줄씩 보냈다. 내일 먹을테니까 마르지 말라고 랩으로 따로따로 쌌음.
알마는 올 때 카자흐스탄 초콜렛과 함께 텃밭 노랑 주키니랑 정원에서 따온 살구를 잔뜩 들고 왔는데 살구가 너-무 많아서 리호랑 엘라한테 왕창 보내고 못난이들만 남았다. 못난이들이 맛은 더 좋으니까~
오늘도 에피소드 넘쳐났던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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