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옹빌에서의 일요일 늦은 오후였다.
버거씨랑 버거씨네 첫째랑 셋이서 이웃마을까지 산책을 나갔다.
저 멀리 양떼들이 보이는데 그 사이로 개 한마리가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저물어가는 평화로운 하늘아래 끝없이 펼쳐진 들판 그리고 양들의 음메~ 소리까지 너무 아름답다.
당나귀들이 풀을 뜯고있네?
"안녕~!"
내가 인사를 건넸더니 흰 당나귀가 반갑다는 듯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렇게 쳐다봐도 내가 줄 게 없다..."
내 말에 버거씨랑 첫째가 웃었다.
누가봐도 쟤는 지금 뭘 바라는 표정이거든.
뭘 줄 것도 아니면서 왜 불렀냐는 저 눈빛을 외면한 채 우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한 농가 앞에서 눈에 익은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났다. 이 앞을 지날때마다 마주치던 녀석이다.
이번에도 나는 "안녕!"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엥? 얘도 우리를 알아보나? 꽤 반가워하는 눈친데?
근데 얘 왜 자꾸 따라오냐...
인사만 하고 갈랬는데 우리를 졸졸 따라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앞서 가다말고 한번씩 돌아보면서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도 한다ㅋ
좀 더 걷다가 소떼들이 가득한 목장이 나타났다.
"와! 여기 소가 엄청 많다!!"
소들한테도 나는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
그 순간 소들이 하던일(?)을 일제히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ㅋㅋㅋ 그 모습에 우리는 큰소리로 웃었다.
심지어 소들이 하나둘씩 우리 앞으로 몰려들었다. 나 줄 거 없는데…
안녕!하고 인사를 할 때마다 이 동네 동물들은 응답을 하네? 역시 먼저 건네는 인사의 힘(?)인가.ㅋ
버거씨랑 큰아들이 소들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고양이도 옆에 같이 멈춰서서 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습이 어쩌나 웃기고 어처구니 없는지 ㅋㅋ 소들아 저 고양이 우리 가족 아니다?
석양이 제법 짙어졌다.
우리는 오늘 저녁에 집에가서 스프링롤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배가 슬슬 고파지는데?
우리가 발걸음을 제촉했더니 이 멀리까지 여전히 따라오고 있던 고양이가 뒤에서 야옹야옹거리면서 자꾸 말을 걸었다. 아마도 좀 천천히 가란 소리 같았다.
버거씨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나보다. 저 고양이는 우리를 따라오는게 아닐거라고도 했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듯 했다.
"그럼 우리 테스트 해 볼까?"
우리는 테스트를 하기 위해 멈춰섰고 덕분에 우리를 따라잡은 고양이도 우리곁에서 같이 멈춰섰다.ㅋ
"봤지? 우리 따라오는거 맞다고 ㅋㅋㅋ"
버거씨가 한숨을 쉬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내일 길거리에 고양이 실종 전단지가 붙겠구나.... 우리집에는 고양이가 먹을 만한 것도 없는데..."
쓸대없는 걱정을 다하는 버거씨때문에 웃다가 내가 고양이한테 말했다.
"야옹아, 너 스프링롤 좋아해?"
내 말에 첫째가 웃었다ㅋㅋ 버거씨는 걱정이 태산인지 크게 웃지를 못했다.
고양이는 정말로 멀리 멀리까지 우리를 따라왔고 우리는 슬그머니 걷는 속도를 높혔다.
뒤에서 고양이가 계속 잔소리를 했지만 못들은척을 했더니 버거씨네 집 근처까지 왔을때 고양이가 더이상 안보였다.
나는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버거씨는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그래 너희 가족들이 걱정할테니까 집으로 돌아가야지.
고양이 덕분에 오늘 산책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며칠 후 버거씨는 퇴근 후 혼자서 저 마을로 산책을 나갔다가 이 고양이를 또 만났는데 고양이가 버거씨를 기억하고는 엄청난 애교를 보였다. (나한테 곧장 영상통화로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 고양이 주인아저씨가 나타나서 버거씨는 살짝 머쓱해하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고양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서 다행이다.
너 아무나 따라가면 안된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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