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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대가족이시네요

by 요용 🌈 2025.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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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우리는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후 강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비록 기온은 영하지만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버거씨는 계속 춥다고 했지만 이따금씩 뜨거운 해가 비추어서 나는 금방 몸에서 열이 났다. 

우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오는 백조 한 쌍. 미안하지만 우리는 줄 게 없다. 

낮은 기온이었지만 오랜만에 맑은 날씨라 강변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붐볐다. 

운동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그리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우리 앞에 어느 할머니께서 강아지 두마리를 산책시키고 있었는데 버거씨가 웃으며 가리키는 곳에 보니 저 앞에 강아지 두마리가 목줄없이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네? 마치 할머니와 동생 강아지들을 보호하겠다는 듯 앞서가는 두 마리의 걸음이 당당했다. 

앞서가는 강아지들은 빨리 걷다가도 뒤에 식구들이 제대로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기위해 자꾸만 멈춰서서 뒤돌아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나와 버거씨는 천천히 따라걸으면서 웃었다.

 

"대가족이시네요." 

 

살갑게 건네는 버거씨의 말에 할머니께서 웃으며 대답하셨다. 

 

"아, 네 대가족이 맞답니다. 사실 저 뒤에 한 녀석이 더 있어요." 

 

"또 있다고요?" 

 

우리는 뒤를 돌아보며 두리번거렸는데 따라오는 강아지는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께서 추가 설명을 해 주셨다. 

 

"아, 고양이예요. 행인들이 많으니 길로 다니지는 않고 여기 풀숲으로 맨날 따라다녀요." 

 

할머니께서 "뻬뻿!" 하고 애칭을 부르니 과연 철조망속 숲에서 야옹~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나랑 버거씨는 너무 귀여워서 소리내 웃었다. 철조망 속을 살펴보니 목에 리본을 단 고양이가 할머니와 강아지들을 놓치지 않기위해 열심히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귀여워ㅋㅋ 

 

저렇게 소심해 보여도 같이 산책나오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다. 아마 강아지 네마리랑 같이 살다보니 그냥 강아지들이 하는대로 생각없이 따라다니는것도 있는듯 하다ㅋ 

앞장서서 걷던 시츄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왔다. 

너 나 아세요...? 

나를 보고 안아달라는듯 내 다리에 몇번 매달리다가 할머니한테 혼났다. 행인들한테 그러는거 아니라면서ㅋ 

응 나도 너 너무 예쁜데 만져줘도 되는지 요즘 좀 혼란이 와서... ㅡㅡ; 

 

그때 앞쪽에서 목줄을 안한 큰 개가 주인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버거씨가 할머니께 말씀드리자 할머니께서 걱정 없다는 듯 대답하셨다. 

 

"개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 괜찮아요."

 

나는 그 말도 너무 재미있게 들려서 웃었다. 

 

목줄없이 다가오던 큰 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다는 듯 주인을 따라 조용히 지나가는데 이쪽 강아지는 그 개가 사라질때까지 뒤따라가서 짖어댔다. 큰개는 끝까지 돌아보지도 않았다ㅋ  

흰 강아지는 마치 자기가 싸워서 쫒아낸 것 처럼 당당하게 돌아왔다. 저쪽 큰 개 주인도 그 모습이 웃긴지 웃고 있었다. 마치 하루 이틀 이러는게 아니라는 듯 여유있는 웃음이었다. 

목줄 안한 큰 개가 또 한마리 다가왔는데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큰 개들이 어찌나 무던한지 목줄이 없어도 행인들이나 하찮고 성가신 강아지에게는 시선 한 번 안주고 앞만 보고 걸어갔다. 

잠시 후 버거씨랑 앉아서 쉬고 있을때 옆에 주민 두사람이 시바견을 가운데 앉혀놓고 점잖다고 칭찬 세례를 하고 있었다. 시바견은 그 말을 다 알아듣는듯 듬직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산책나온 개들도 귀엽고 그 주인들도 재미있었다. 

덕분에 우리 산책도 더 즐거웠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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