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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주변을 밝혀주는 사람

by 요용 🌈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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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낮에 버거씨가 가게로 점심을 먹으러 찾아왔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안녕~" 하고 들어오는 버거씨 목소리가 참 반가웠다. 우리 막내 웅이한테 소개를 해 줬더니 웅이가 버거씨 너무 잘생겼다며 엄청 칭찬을 해 주었다. 이히히 기분 좋다. 
 
"드디어 셔터랑 부엌 조명문제가 해결되었어! 이제는 아무 문제가 없어. 셔터 수리하러 온 사람이 딱 보더니 하는 말이 일전에 살던 사람들이 한 번 망가트려놓고 대충 수리해 놓은 흔적이 있대. 친절한 사람이었어. 아쉬운 점은 작은 부품 3개가 비어서 새것처럼 수리는 불가능했고 대신 고장나기 전 상태보다는 더 나은 상태해. 60유로가 나와서 내가 결제했다고 집주인한테 연락했더니 고마워하면서 다음달 월세에서 그 금액은 제하고 보내라고 하더라. 그렇지 않으면 실제 집 주인인 자기 여자친구가 너무 게을러서 언제 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이게 제일 빠른 방법이래." 
 
"집주인은 정말 운이 좋다. 300유로 넘게 써야 했는데 당신때문에 엄청 아꼈잖아." 
 
"고맙다고 여러번 말하더라고. 그런데 진짜 이 남자 나만큼이나 말이 많아. 조명 고치러 온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집주인이 자기가 예전에 살던 집에서는 어땠는지 아냐며 잡담을 계속 늘어놓더라고. 전화를 끊을수가 없었어. 휴우." 
 
"이제 내 심정 이해하겠네?" 
 
내 말에 버거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디쯤에서 버거씨 입을 막아야 하나 종종 고민하는데 버거씨가 오늘 그 기분을 배웠다니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나 때문에 고생도 많이하고 수리비까지 대신 결제해준 버거씨를 위해 정성껏 닭강정을 튀기고 따뜻한 유자차도 한 잔 사줬다. 이걸로는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 부족하니 내일 저녁도 내가 사주겠다고 말했다. 더포크로 예약해야징ㅋ 50프로 할인하는 네팔레스토랑이 있더라고. 
 
버거씨는 전기업자랑 셔터 수리한 사람이랑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었다며 자랑했다. 자세한 대화 내용은 퇴근후에 들려달라고 일단 차단했다. 아니면 나 일 못함... 
 
"어? 이발했어?" 
 
버거씨는 그 사이에 이발까지 말끔하게 하고 시장에 찾아왔던 것이었다. 내가 알아봐주자 기분이 좋은지 씨익 웃는다. 이래서 웅이가 버거씨 잘 생겼다고 말한건가. 
 
"미용실에서도 대화를 많이 나눴겠네?" 
 
버거씨가 끄덕끄덕했다. 그럼 그렇지. 
 
"여자친구 얘기했지? 나는 사실 외지에 사는데 여자친구가 낭시에 살아서 주말마다 놀러 온다 뭐 이런 얘기 했지?" 
 
역시나 버거씨가 끄덕끄덕하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어딜가나 여자친구 얘기를 하는걸 내가 아니까. (여자친구가 시장에서 세상 제일 맛있는 닭을 튀긴다는 말도 하고 다니더라...;)
 
나보다 이제 낭시에 아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 줘야겠다. 
 
점심을 맛있게 다 먹고난 버거씨는 내가 퇴근할 때까지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시간 맞춰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낭시에서 버거씨가 가장 좋아하는 스팟 탑 5안에 드는 곳이 바로 이 서점이다. 
 

 
잠시 후 서점에서 실컷 놀다가 책도 한 권 사서 돌아온 버거씨는 뜬금없이 낭시가 너무 좋다고 했다. 
 
거봐~ 낭시 좋다니까?ㅋ
 
이제 드디어 나의 주말이 찾아왔다. 
이따 내 친구들 만나러 나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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