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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이웃에서 광란의 파티를 하고있다

by 요용 🌈 2025.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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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는 금요일 저녁 8시가 넘어서 낭시에 왔다.
좀 피곤하기는 해도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다. 볼 때마다 에너지가 넘치는 웃는 얼굴의 버거씨, 참 존경한다. 
 
배고플 것 같아서 대충 떡국을 끓여줬는데 한 입먹고는 너무 깜짝 놀래면서 맛있다고 특급칭찬을 해 주었다. 그래서 내일 또 떡국을 끓여주기로 했다. 내일은 계란 고명도 얹어서 제대로 해 줘야지. 
 
저녁에 쓰레기 버리러 같이 나간김에 시내를 한바퀴 돌며 산책했다. 
낭시 시내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지고 있다. 한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오는데 동전있냐, 배고프다며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마주쳤다. 그래도 우리의 기분을 망치지는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집 아랫층에서 젊은 사람들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파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뜨아... 
제발 얘들아 자정 전까지만 해산해줄래... 
 
버거씨도 퇴근 후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기차를 타고 오느라 피곤했고 나역시 다음날 아침에 출근을 해야 하니 우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아랫층 파티는 자정이 지나자 더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이런... 
 
버거씨가 코를 골면서 잘 자고 있길래 나도 따라 꿈나라로 가려고 무진 애를 썼다. 결국 새벽 세시쯤에 자는걸 포기했다. 아랫층에는 이제 피아노를 치면서 떼창을 하고 있었다. 아오... 
 
내가 뒤척거렸더니 버거씨가 잠에서 깼다. 
 
"내가 가서 말하고 올게." 
 
여전히 반쯤 감긴 눈으로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가는 버거씨. 
 
한참 후 아랫층의 음악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버거씨가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나의 히어로... 
 
"문을 여러번 두드렸는데 대답이 없는거야. 세상에 이런 태도 믿겨져? 이 집이 아닌가 싶어서 나는 밖으로 나갔다가 창문으로 파티하는 집을확인한 후에 다시 올라왔잖아. 그 집이 맞았어. 사람들도 창문으로 많이 보였는데 아무도 대답을 안한거야. 다시 벨을 여러번 눌러도 여전히 대답이 없길래 안에 있는거 다 아니까 문을 열으라고 큰소리로 말했지. 그랬더니 그제서야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20대 초반 청년이 문을 살짝만 열고는 빼꼼히 보더라." 
 
아 그래도 양심은 있나보네. 
아마 그때 음악소리가 뚝 끊어졌던가보다. 
 
"지금 새벽 3시인 걸 아시냐, 여기가 아파트지 파티하는 클럽이냐고 화난 표정으로 말했어. 이 소음이 아파트 전체에 울리고 있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내일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지. 아무리 주말이라도 자정까지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라고 말이야. 그랬더니 그 남자가, 오 소리가 이웃한테까지 크게 들리는지 몰랐다는거야. 아무도 찾아오지 않길래 괜찮은 줄 알았대. 그게 말이 되냐고... 내가 말했지. 지금이 마지막 경고이고 한 번 더 소음이 들리면 그땐 경찰이 찾아오게 될거라고. 그랬더니 정말 미안하다고 반복해서 사과하더라. 최대한 단호하게 말했으니 주의할거야. 엄청 무서워하더라고." 
 
버거씨는 잠이 깼는지 계속해서 떠들고 있었다. 
 
"근데 믿겨져? 이렇게나 시끄러운데 아무도 저 집에 찾아가서 시끄럽다고 말한 이웃이 없었다는게 말이야." 
 
나는 손사레를 치면서 내일 들려달라고 한 후 눈을 감아버렸다. 그걸 다 듣고 있으려면 해가 밝아올거같았다. 
 
아무래도 그냥 다들 암묵적으로 서로 눈감아주고 있는것 같다. 다음번에는 나도 시끄럽게 파티할거니까 다른집이 시끄러워도 이해하겠다 뭐 그런거...? 
지난 연말 윗층에서 새벽 5시까지 EDM을 논스탑으로 틀어놓고 소리지르고 쿵쾅거린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자정쯤에 항의하러 올라갔다가 문앞에서 결국 쫄아서 말도 못하고 내려와 버렸다. 다들 제정신이 아닌 분위기가 느껴져서 문도 못두드렸다는... 또르르... 
이번에는 버거씨가 대신 항의를 해주니 어찌나 든든하고 고맙던지. 
 
 
다음날 버거씨는 아침에 빵을 사러 나갔다 오는 길에 그 파티 호스트 청년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고 한다. 버거씨를 보고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는데 버거씨는 기억하지 못하는 척 "봉쥬-"하고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아, 나 또다른 이웃도 만났어. 3층에 사는 할아버지였는데 나만큼 말이 많으시더라. 대화를 꽤 길게 나누면서 친구가 되었어. 하하.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어젯밤 파티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대." 
 
"귀가 잘 안들리시는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아무튼 어떻게 그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못들을수가 있냐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자기는 잘 때 귀마개를 하고 잔다고 하더라고. 최근 이 아파트에 대학생들이 많이 들어와서 작은 소란이 종종 발생한다고 하더라." 
 
아 나도 귀마개를 하나 사야겠다. 
 
"그나저나 버거씨는 나보다 우리 아파트에 아는 사람이 더 많은것 같네."
 
버거씨가 그 말도 맞는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핵인싸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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