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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키다리 버거씨

by 요용 🌈 2025.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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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버거씨는 전화통화 중에 이렇게 말했다. 
 
"좋은 소식이 두가지 있어. 궁금해?" 
 
"뭔데?" 
 
"나 금요일날 저녁에 낭시에 갔다가 월요일은 재택근무하고 화요일 아침에 기차타고 룩셈부르크로 바로 출근하려고. 그럼 우리 4일이나 함께 있을수 있어!" 
 
와 그렇구나...
버거씨랑 주말에 4박 5일이나 함께 보내게 되었네. 
근데 뭐하고 보내지. 

좋다말고 곰곰히.gif

주말 빨래는 미뤄놔야겠군.
 
"두번째 소식은 말이야. 토요일날 아침에 창문 셔터 고치는 사람이랑 부엌 조명 고치는 사람이 둘 다 오기로 했다는 점이야. 그러니까 한 번에 두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거지. 네가 퇴근해서 왔을땐 말끔히 고쳐져 있을거야." 
 
와.... 버거씨 최고... 
 
내 아파트인데 버거씨가 알아서 다 컨택을 하고 일정을 잡아준 것이다. 심지어 내가 출근하는 시각이라 본인이 대신 집에 있으려고 금요일 저녁에 오기로 했던가보다. 진짜 감동이다. 
 
 
아, 처음 부엌 셔터가 고장 났을때 버거씨는 저렴하게 하려고 한국의 당근처럼 근처에 사는 이웃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알로부아장‘이라는 커뮤니티에 수리를 먼저 의뢰했었는데 집 주인은 수리비를 내기 싫어 내 과실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며 본인이 직접 전문 수리업자를 보냈었다. 헌데 내 과실이 아니라 노후 문제였다는 결론이 났고 집주인은 수리비를 지불하게 되었다. 문제는 수리비 견적이 300유로가 넘게 나왔다는 점인데 그 후 집주인은 버거씨에게 일전에 의뢰한 곳에 다시 연락해 달라고 뒤늦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 버거씨는 60유로에 쇼부를 봤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집주인이 미안하고 고마워해야 할텐데." 
 
내 말에 버거씨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집주인이 일전에 좀 치사하게 나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나까지 똑같이 굴 필욘없지. 너 말대로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냥 돈에 민감한것 같아. 내가 60유로에 쇼부봤다고 했더니 굉장히 고마워 하더라."
 
나뿐만 아니라 집주인도 버거씨를 만난 것이 행운이 아닌지. (처음부터 버거씨가 하는 말을 들었으면 돈도 시간도 아낄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긴 주말 4박 5일동안 뭘 할지를 계획했다. 
토요일 저녁에는 에리카네 커플이랑 바에 가기로 했고 일요일 낮에는 낭시 온천스파에 가기로 했다. 오예~! 그리고 버거씨를 위해 떡국도 끓여 주고 맛있는 요리를 해 줘야지. 우리가 좋아하는 커피숍에도 가고 집앞에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도 보자. 아 일요일 저녁에는 동네 네팔 레스토랑에 가보기로 했다. 4박 5일이 후딱 지나가겠네. 
 
온갖 계획을 세우며 우리는 미리 들떴다. 
청명할거라는 주말 일기예보를 보니 날씨도 우리를 응원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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