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에 막내가 새로왔다.
이번에는 남동생이다.
우리 시장에서 제일 예쁜 지니가 파리로 떠나고 웅이라는 20대 후반 친구가 들어왔다.
예쁜 지니는 떠나면서 웅이한테 말해놨다고 한다. 저 언니한테 누나라고 불러주라고 말이다ㅋㅋㅋ 아무튼 누나라고 부르며 잘 따르는 남동생이 생겨서 좋다.
오늘 오후에는 SK가 나더러 웅이를 데리고 모노프리에 잠깐 다녀오라고 했다.
아침에는 영하1도였는데 낮이 되니까 6도나 올라갔다. 외투도 안입고 바로 나섰다가 시장 입구에서 너무 예쁘게 생긴 개 두마리를 만났다. 털이 복실한 대형견 흰둥이랑 시골에서 자주 본 듯한 친근한 인상의 검둥이였다. 나를 보자마자 둘 다 격하게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검둥이는 벌써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꺅... 너무 예쁘다... 저 좀 만져봐도 돼요?"
개 목줄을 쥐고 있던 50대쯤 보이는 마담에게 내가 물었다. 대답은 항상 정해져있으니 허리가 벌써 검둥이에게로 숙여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담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안돼요 (Non)."
헐
허리를 세우며 나는 한 번 더 물었다. 분명 오해가 있었을거야.
"개 만져보면 안돼요?"
"안돼요."
똑같은 질문을 왜 두 번 하냐는 듯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나는 잘못 알아들은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아, 죄송해요."
"괜찮아요."
민망함에 뻘쭘하게 서 있을때 웅이가 장바구니를 챙겨서 나왔다. 웅이도 개들을 보고는 귀엽다며 멈춰섰다.
"만지면 안된대. 가자."
마음이 살짝 상했던 나는 웅이를 데리고 휙 자리를 떠났다.
아니
근데 왜 안된대... 아무리 이유를 떠올려봐도 모르겠다.
그날 오후에 나는 버거씨한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버거씨도 자기 개를 못만지게 하는 주인은 처음봤다며 이상하다고 말했다.
"혹시 그 마담은 네가 본인을 만져도 되냐는 질문으로 이해한거 아닐까?ㅋㅋㅋ"
어이없는 버거씨의 농담에 우리는 같이 웃었다.
"난폭한 개라면 몰라도... 그 개가 먼저 너를 보고 다가온거잖아."
그러니까 말이다.
"개들이 자기보다 너를 더 좋아해서 질투났나보다."
그건 아닌것 같고.
혹시 인종차별인가...?
나는 버거씨한테 갑자기 떠오른 내 중국인친구 얘기를 들려주었다.
프랑스인 남친이랑 걷다가 길에서 예쁜 강아지를 만났단다. 좀 만져봐도 되냐 주인에게 물었더니 그 주인이 이렇게 대답했단다.
"그럼요. 하지만 먹으면 안돼요. 하하"
그 말을 듣고 버거씨가 빵터졌다.
"아 미안한데 너무 웃겨 ㅋㅋㅋ"
"응 나도 듣고 웃긴했어. 그 남자는 악의는 없었을거야."
"맞아. 스스로 자신의 농담이 웃기다고 생각했을거야. 그래서 더 웃겨ㅋㅋㅋㅋ 본인은 인종차별이라는 생각도 못했을거야."
오늘 만난 마담은 왜 개를 못만지게 했을까.
개가 먼저 나한테 꼬리를 친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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