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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 이웃들 따숩다

by 요용 🌈 2025. 6. 16.

쉬는 날인 월요일. 

 

낮에 어쩌다 친구들이 놀러오기로 해서 간단하게 점심거리를 준비하기로 했다.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오늘 하루는 정말 즐거운 하루가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사소한 실수하나로인해 평화롭던 아침이 아주 스펙타클해져버렸다 ㅠ.ㅠ 아이고 진빠져라... 

 

장보러 가려고 휴대폰만 챙겨서 현관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깨달았다. 열쇠를 집에다 놓고 나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이 닫히면 저절로 잠겨버리는 우리집 현관문이 야속하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쩌나... 엉엉... 

 

발을 동동 구르다가 언제나 내 편인 버거씨한테 우선 메세지를 보냈다. 

 

회사에서 일를 막 시작한 버거씨는 메세지를 보자마자 전화가 왔고, 일단 방법을 생각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휴대폰에 왓츠앱 메세지 알림이 여러개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아파트 주민들 단톡방에다 버거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메세지를 올린 것이었다. 

 

**한 달전 버거씨는 내 허락을 받고 우리 아파트 주민 단톡방에 가입을 했는데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ㅋㅋ 특히 외부인 출입문제에 대해서는 앞장서서 토론을 이끄는 느낌... 정말이지 리스펙! 

 

다들 다른 방법이 없고 열쇠공을 불러서 문을 따야된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3층에 살고 있다는 피에르라는 남성이 다른 간단한 방법이 있다며 나를 돕겠다고 나섰다.

 

그 집으로 바로 찾아갔더니 7~80대쯤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나를 맞아 주셨다. 엑스레이 필름을 이용해서 이미 이웃의 문을 열어준 적이 있다고 하시며 함께 우리집으로 가 보자고 하셨다. 감동 감동... 

할아버지는 낡은 엑스레이 필름을 한 장 챙겨서 나를 따라 우리집 현관까지 내려오셨다.  

 

 

"이건 우리 아들이 예전에 다리가 아파서 찍은 엑스레이 필름인데 이걸로 요렇게 하면 문을 열 수가 있지요..." 

 

근데...

 

안되는데요... ㅠ.ㅠ

 

 

"이상하다.. 왜 안되지.. 분명 이렇게 우리집도 열었고 옆집도 열어줬는데..."

 

 

할아버지는 커다란 필름을 반대쪽으로 접어서 (펄럭펄럭 소리가 요란했다) 사방 귀퉁이로 모두 시도를 하셨다. 10분 넘게 시도하셨는데 역시나 안된다 ㅠ.ㅠ 엉엉... 친구들아 오늘 우리집에 들어가기는 틀린것같아... 

 

"아... 왜 이럴까... 정 안되면 문 열어주는 업체에 연락해야 될거예요. 연락처 내가 알려줄까요? 전에 이웃집에서 160유로를 냈다고 하더라구요..." 

 

엉엉... 비싸네요... ㅠ.ㅠ

 

울고 싶은 그 순간 버거씨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좋은 소식! 집주인한테 연락해보니 다행히도 비상용 열쇠가 더 있대! 네가 지금 직접 연락 해 봐.]

 

할렐루야! 

 

할아버지를 엘레베이터까지 배웅해 드린 후 집주인한테 전화를 걸었다. 

 

볼일이 있어서 오후 1시나 되어야 집으로 돌아온다고 하던 주인은 결국 내 사정이 딱했는지 지금 바로 올거면 기다리겠단다. 비도 오고 날이 좀 쌀쌀했는데 나는 얇은 반팔티만 입고 있는 상태였다. 추워서 열심히 달렸고, 버스를 타고 (휴대폰으로 다행히 버스표도 구매했다!) 주인집에 30분만에 도착했다. 급했던 화장실 볼 일도 그집에서 해결함ㅋ (집이 엄청 커서 놀랬다!) 꾸벅꾸벅 감사 인사를 여러번 한 후 버스를 타고 또 달려서 집에 빛의 속도로 돌아왔다. 휴... 

 

하지만 아파트 현관문 열쇠가 없어서 결국 오들오들 떨면서 누군가 나타날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갑자기 보슬비가 장대비로 바뀌길래 결국 3층 피에르 할아버지네 인터폰을 한번 더 울렸다. 

 

"무슈 전데요, 죄송하지만... 현관문 좀 열어주시면 안될까요..."

 

할아버지께서 문을 열어주셨고 나는 엘리베이터안에서 단톡방에다 감사인사를 드렸다. 

 

[피에르 아저씨, 현관문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 답장을 바로 주셨다. 

 

[방금 내가 인터넷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냈는데 우리 다시 시도해 볼까요?] 

 

할아버지는 댁에 돌아가신 후 인터넷을 검색하시며 계속 고민하고 계셨나보다. 어찌나 송구한지. 

 

[방금 주인한테서 열쇠 받아왔어요. 아무래도 문안쪽에다 열쇠를 꽂아놔서 안됐던가봐요.]

 

[아 그럴수도 있겠네요. 새 열쇠로 했는데 혹시 안열리면 몇 번 흔들어봐요. 그럼 안쪽에 꽂혀있던 열쇠가 빠질거예요.]

 

와! 과연 할아버지 말씀대로였다! 

 

나는 무사히 집안으로 돌아왔고 친구들을 제시간에 맞이할 수가 있었다. 

 

버거씨도 나만큼이나 이웃 사람들 모두에게 감동받았다고 했다. 단톡방에서 피에르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려고 답장을 해 주었고 집주인도 나를 위해서 스케줄을 조정하고 배려해 주었던 것이다. 

 

나도 앞으로 단톡방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하나... ;;

 

프랑스 이웃들 정말 따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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