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초코케이크를 먹다가 뭔가 이물질이 씹혀서 깜짝 놀랐다.
꺼내보니 금조각...
케이크 굽다가 뭐가 잘못 들어갔나... 이 케이크 먹어도 되는건가 갈등하면서도 케이크가 맛있어서 한조각을 다 먹어치웠다.
다 먹고나서야 깨달았다.
어금니가 뻥 뚫려있다는 사실을...
이 어금니를 떼운게 최소 12년은 된것 같다.
하아... 돈 들어갈 일이 또 생겼구나.
치과에 헝데부를 잡았는데 3주나 기다려야했다. 프랑스에서 이 정도면 빨리 된거라니 불평하지 말아야지.
3주동안 뻥 뚫린 어금니로 씹느라 어찌나 조심조심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드디어 헝데부 날이 와서 치과에 갔다.
금조각을 소중하게 휴지에 싸서 들고갔다. 이걸로 재활용해 달라고 말이라도 해 볼라고.
역시나 치과 의사샘은 안된단다. 대신 이 금은 소중하게 잘 보관하란다. 요즘 금값 비싸다고ㅋ
치료한지 최소 12년이라고 했더니 그 정도면 충분히 오래 썼단다.
이번 치료는 또 얼마나 걸리려나.
얼마나 아플라나.
치료비는 또 얼마나 나올라나.
별별 걱정을 안고 찾아갔는데 웬걸!
뽄도 안뜨고, 마취도 안하고, 그냥 그자리에서 바로 떼워줬다!!!!!
치료 다 끝났다고, 당장부터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는 치과의사샘 말에 내가 깜짝 놀랬다. 진짜로 다 끝났냐고 말이다.
"추가 충지도 없고 뽄을 뜰 만큼 사이즈가 크지도 않았거든요."
요금은 우리돈 십만원 정도 나왔다. 대부분 환급이 될 것이다. (프랑스는 치과 진료도 건강보험에 포함이 된다. 대신 선결제 후환급이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저 내일 생일파티에 가거든요. 맛있는거 많이 먹을수 있게 되었네요!"
"호호 잘됐네요. 맛나는거 많이 드세요!"
날아갈듯 기분이 좋았다!
치과 근처에 있는 공원을 한바퀴 돌면서 버거씨한테도 전화로 희소식을 들려주었다.
"나 내일 맛있는거 많~이 먹을거야!! 고기 케이크 전부다 ㅋㅋ"
버거씨도 나만큼 기뻐해 주었다.
주말에 버거씨네 고모님 팔순잔치가 2박 3일 일정으로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저 먹을 준비 다 됐어요~
비온 뒤 상쾌한 공원의 공기가 너무 상쾌하고 기분 좋다.
공원에서 발견한 하트모양의 넓은 이파리들.
기분이 좋으니 세상 모든게 다 사랑스럽네ㅋ
버거씨한테 메세지와 함께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너에게 내 심장을 보내.]
새로 치료한 어금니가 이전보다 더 튼튼해진 느낌이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 주변의 낡고 오래된 것들이 저절로 사라지고 새것들로 교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어금니도 그 변화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 후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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