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혼자 일하고 있던 늦은 오후에 친한 동생 M이 화상 메디폼을 갖다주러 잠시 들렀다.
이 귀한건 나누주다니 고맙다 동생아...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때 젊은 남자 손님이 찾아왔다.
"봉쥬~" 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그는 메뉴를 살펴보다말고 어색해하면서 "아, 저 그냥 구경하는거예요" 라고 했다.
"네, 천천히 편하게 보세요."
그 청년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 갑자기 눈이 부신걸? 여기 어디 조명이 켜졌나?
M도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한국어로 작게 수근거렸다.
"너무 잘생겼어요...와..."
그렇지? 그러네. 매우... 아주... 그래...
뭔가 남성과 여성성이 함께 공존하는 듯한 아름다운 외모와 체격이라고나 할까. 얼굴도 너무 착하게 생겼다. 남성으로서 멋진건 아니고 그냥 눈이 자꾸만 가게 된다. 뭔가 예술작품의 순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마음과 비슷할지도...
잠시 후 청년은 어색한 프랑스어로 주문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저는 프랑스어를 잘 못해요."
환하게 웃는데 또 주변이 환해진다. 어디 반사판을 숨겨놨나보다.
"아 그래요? 저도 못해요ㅋㅋ"
나는 바로 영어로 대답했는데 그 청년이 매우 반가워했다.
"저는 미국인인데 최근에 낭시로 이사했어요.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거든요."
"와 완전 축하해요!"
"고마워요. 저는 춤을 춰요."
직업이 살짝 궁금했지만 실례가 될까봐 안물어본건데 본인이 직접 말해준다.
역시나! 체격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는데 댄서의 몸매였군!
"오~~ 쿨~~!! 어떤 장르예요?"
"오페라 댄서예요. 현대무용."
와! 나는 진심 리스펙을 가득담아 양손 엄지를 세웠다. 뭐랄까 청년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자부심과 함께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레임이 전달되는 듯 했다. 나까지 기분이 들뜨네.
이쁘니까 닭강정 많이 담아줘야지.
"아직 프랑스어를 잘 못해요. 배우고는 있는데 벌써 영어부터 까먹고 있는 기분이 드는것도 웃기죠."
청년의 말에 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다들 경험하는거예요. 친구들중에 영국인이랑 필리핀인이 있는데 서로 영어로 대화할 때마다 영어단어가 기억안난다고 종종 당혹해하고 있어요ㅋㅋ"
이 청년은 수줍어하면서도 낯선 도시에서 말동무를 만나 즐거운 듯 했다.
청년이 떠날때 나는 큰 소리로 외쳐주었다. 기를 팍팍담아서!!
"새 출발 행운을 빌어요!"
아름다운 청년이 나를 향해 손을 힘차게 흔들어주면서 떠났다. 눈이 정화된다.
나 분명히 내향인인데 나이가 들어갈 수록 이렇게 기분 좋은 첫만남에서 자연스럽게 수다스러워진다. 아줌마가 되어가는게 이럴때는 참 편리하단말이지.
가끔 들러서 소식 들려주면 좋겠네.
이전 포스팅 읽기
늦잠자고 먹는 일요일의 프렌치 토스트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 앱은 우리만 알아야 돼- 투굿투고
라끌렛먹고 스피드게임하면서 배꼽이 빠졌던 주말 저녁
'2024 새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거씨네 대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17) | 2025.06.19 |
---|---|
낡은것들이 교체되는 시기인가 (18) | 2025.06.18 |
외국인 친구들에게 만두국수를 끓여줬다. (19) | 2025.06.17 |
프랑스 이웃들 따숩다 (12) | 2025.06.16 |
한글 공부에 진심인 이 아저씨 (47) | 2025.06.14 |
프랑스 시골 마을 산책, 매번 새롭다 (42) | 2025.06.13 |
누가 내 깻잎 다 잘라놔써... (13) | 2025.06.12 |
룩셈부르크에서 짝퉁 한식 바베큐 (5) | 2025.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