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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룩셈부르크에서 짝퉁 한식 바베큐

by 요용 🌈 202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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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이 연휴였던지라 많은 프랑스인들이 그랬던것처럼 버거씨네 누나부부는 금요일에 휴가를 써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버거씨네 집에서 연휴를 함께 보냈다. 
내가 합류하는 토요일 저녁, 버거씨는 룩셈부르크에 있는 한식당을 예약해 두었다며 잔뜩 신난 표정으로 말했다. 일전에 우리가 이곳에서 먹은 한식 바베큐 사진을 본 누나가 꼭 한번 가보고싶다고 말했었다고 한다. 

버거씨가 자꾸 [감자합니다]라고 말해서 우리 둘 다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된 이 식당 이름, [감자]되시겠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긴해도 예쁘고 친절한 한국인도 한 분 계시다.  

우리는 우선 카스 맥주 네병을 시켜서 목을 먼저 축였다. 

 

다들 처음 마셔보는 한국 맥주에 꽤 만족한 듯 하다. 누나가 특히 가볍고 상쾌하다고 좋아했다. 나도 오랜만에 마시니까 술술 들어가네. 

우리는 바베큐 세트 하나랑 잡채를 주문했다. 

이때까진 정말 신이 났음. 

 

잠시 후 키작은 중국인 아주머니께서 무시무시한 숯불을 들고 오는걸 본 누나의 눈이 휘둥그레졌음ㅋㅋ 

그분이 활활타는 숯을 놓고 사라졌는데 숯이 산더미처럼 불룩 올라와있어서 불판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다들 뜨거운 숯에 압도됨ㅋ 

나는 쌈싸먹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다들 즐겁게 따라했다. 

이런식으로 야채를 많이 먹을수 있다니 너무 맛있고 신선하다고 했다. 

 

버거씨는 뿌듯한 마음에 "다들 만족스러운가요?" 라고 호기롭게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을 안함 ㅋㅋ 두번째 묻길래 나 혼자 만족스럽다고 대답해줬다. 

 

사실 식당내부는 엄청 좁으데 옆테이블과는 다닥다닥 붙어있고, 숯불은 너무 뜨거워서 얼굴은 익어가는데 의자를 뒤로 뺄 수도 없고 다들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좁은 테이블들 사이로 키작은 직원이 활활타는 숯불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도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버거씨는 옆 테이블에 있는 어린 아이들이 뜨거운 불판위로 포크를 쥔 작은 손을 가져갈 때마다 다칠까봐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곤 했다. 

 

"아마 프랑스였다면 이 상태로는 운영 허가가 안떨어졌을것 같은데...?"

 

버거씨 매형의 말에 버거씨와 누나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사실 나에게 가장 불편했던건 좁은 테이블이었다. 

테이블은 작은데 접시들은 너무 크고 무겁고, 잡채는 돌판에 나오는데 더이상 놓을 자리가 없는데 직원은 그냥 가져와서 우리가 자리를 마련할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우리가 다른 접시를 이리저리 올리고 돌리고... 내려놓을 자리가 없는데!! 게다가 불가까이에 있던 접시들은 뜨거워져서 손을 델 뻔한게 한두번이 아니네.  

 

에 써놓고 보니 뭔가 불만 투성이인것 같지만 사실 결론적으로 나는 너무 맛있게 먹었다. 오리지날 한국식이 아니라서 쌈장맛이랑 양상추쌈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잡채도 제법 맛있었고 전반적으로 프랑스 레스토랑에 가는것보다 훨씬 좋았다. (쌈장은 나만 먹었고 다들 스윗칠리소스로 쌈을 싸먹었음 ㅠ.ㅠ 이런 낭패가... )

 

식사를 마친 우리는 바깥의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며 주변을 한바퀴 산책했다. 

휴 이제 살겠네...

동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동네 시청이랑 예쁜 성당이 나란히 있는 이곳이 번화가인듯 하다. 

비온 후라 상쾌한 저녁 공기가 좋아 넷이서 수다를 떨면서 동네를 활보했다. 

 

다음에는 버거씨네 집에서 한국식으로 바베큐를 다시한번 해 먹기로 했다. 그때 내가 제대로 된 쌈장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버거씨는 나중에 내가 한국에서 진짜로 맛나고 쾌적하고 가성비 좋은 갈비집을 제대로 맛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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