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옹빌역에서 마중나온 버거씨를 만났다.
집에 가기전에 내 화상 상처때문에 약국에 먼저 들렀다.
약국에서 버거씨는 내 화상상처를 처음보고 깜짝 놀랬다. 이 정도로 심각한데 왜 진작에 병원에 안갔냐, 정말 아무것도 아닌걸로도 사람들은 의사를 만는데 이건 생각보다 심하다, 정말 아팠겠다며 말이 많아지는 버거씨.
"하지만 걱정마. 이제는 내가 간호해 줄게, 나만 믿어."
버거씨는 든든하게 말했지만 내 시선은 버거씨의 셔츠에 꽂혀있었다. 뒤집어 입고 나온 파란 셔츠를 보니 아무것도 귀에 안들어옴.
"셔츠 뒤집어 입었네!"
내 말에 버거씨가 자신의 셔츠 어깨에 봉제선이 나와있는걸 보고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나 좀 챙피해... 그냥 나는 밖에서 기다리면 안되나...?"
내 말에 버거씨가 시뻘건 얼굴로 따라 웃더니 그만 놀리란다.
이 곳 약사언니도 내 화상 수준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달라는 치료제들은 주겠지만 그래도 감염을 제대로 예방하려면 의사한테 처방을 받아야 된단다. 나는 알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뭐 괜찮을것 같은디...
버거씨 집에는 누나와 매형이 며칠전부터 와 있는 상태였다.
집에 도착했을때 내가 버거씨한테 말했다.
"옷 뒤집어 입지말고 그대로 들어가자. 누나랑 매형한테 보여줘야지ㅋㅋㅋ"
아... 내 생일 풍선이 아직도 있네. 인제 내 나이는 온동네 사람들이 다 알겠다.
누나와 매형과 반갑게 비쥬를 하며 그간의 안부를 서로 물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버거씨 셔츠를 가리키며 두 사람에게 저거 좀 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누나가 웃지도 않고 대답했다.
"저거? 아 나 아까 점심때부터 봤는데 집이라 그냥 암말 안했거든. 저대로 외출한 줄은 몰랐네."
헐...
"셔츠 뒤집어입은거? 나도 아까 봤어. 그냥 말 안해줬지ㅋㅋㅋ"
매형의 대답이었다.
버거씨가 이제서야 옷을 뒤집어 입으며 두 사람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아 말을 해줬어야지!"
"두 분 참 친절들하셔요~ 저는 저걸 약국에서 발견했잖아요. 거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다고요! 챙피해서 나갈뻔했어요ㅋㅋ"
내 말에 누나 부부가 큰 소리로 웃었다. 천생연분 커플이다.
버거씨네 테라스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디저트로 치즈케이크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버거씨는 상처를 소독한 후 파라핀 거즈를 덥고 멸균 거즈와 붕대를 차례로 감아주었다. (알고보니 누나가 알려준거였단다.)
오늘도 나는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나 웃겨줄라고 셔츠까지 일부러 뒤집어 입고 나온거지? (물론 아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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