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후 힘들어서 누웠더니 버거씨가 금방 점심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올~ 완전 아시아식이다.
버거씨가 아시아 음식을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날씨 좋으니까 우리 테라스에서 먹자~
버거씨가 (밥이나 면도 없이!)담아주는 닭고기 야채 볶음위에 나는 아침에 먹다남은 바나나 땅콩 팬케이크를 두장씩 얹었다. 이로서 탄수화물이 적절하게 녹아들었네ㅋ 맛있다!
후식으로 뭘 먹고 싶냐길래 어제 먹었던거 그대로 먹고 싶다고 주문을 했다.
치즈케이크, 아이스크림, 코코넛요거트 그리고 식감과 고소함을 배로 끌어올려준 크런치 땅콩버터!
아 이 조합 사랑한다. 맨날 먹을 수도 있는데...
저 치즈케이크 사이즈가 어마어마해서 결국 다 못먹고 남았는데 내가 낭시로 돌아올때 버거씨가 싸줫다. 헤헤
밥먹고 나서 버거씨가 파라핀거즈랑 붕대를 들고왔다.
무릎위에다 내 다리를 올려놓고서 어제 감싼 붕대를 풀어보는 버거씨.
오왓! 진짜 신기하게도 하루만에 수포 세개가 모조리 납작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이런일이...
수포는 나중에 터트려야되는줄 알았는데.
나는 상처가 꽤 많이 아물었다고 좋아했는데 버거씨는 침통하다. 색깔이 왜 아직도 빨갛냐며 흉터가 질까봐 걱정이란다.
*일주일이 흐른 지금은 붉은 부분이 굳어서 딱지처럼 탈락하고 새살이 올라오는 중이랍니다~
상처에 파라핀 거즈랑 붕대를 새로 감은 후 우리는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먼저 가나다라- 읽으면서 따라쓰기.
"가...나...다..."
웃긴 발음으로 세상 진지하게 한글을 쓰는 중년아저씨 너무 귀엽다ㅋㅋㅋ
혼자 계속 웃음 참느라 애먹었다.
따라쓰기를 끝낸 후 받아쓰기를 시작했다.
"개미 써봐."
"개미 알아! fourmi라는 뜻이고... 어떻게 쓰냐면..."
자신있게 쓴 버거씨의 개미 글자 모양에 결국 참았던 웃음이 한꺼번에 터졌다.
내가 웃으니까 버거씨는 "나 알아 개미 알아, 아니까 가르쳐주지마! 말하지마! 내가 다시 쓸거야!" 하면서 혼자 막 횡성수설한다. 이럴때보면 정말 칭찬에 목마른 어린애 같다. 이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애.
버거씨는 요즘 한글 공부를 진심을 다해 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회사일도 바쁜데도 틈나는대로 그야말로 열심이다.
한국에 사는것도 아니고 한국에 있는 우리 친정 식구들을 자주 만나게 될 것도 아닌데도 저리도 진심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그 성과에 관계없이 나는 이미 큰 감동을 받고 있다. (웃음은 덤ㅋㅋ)
오늘도 버거씨는 전화를 끊을때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사랑해요. 안녕히 가세요."
착하기만 한 이 아저씨의 매력이 열 배로 상승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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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친구가 만들어온 중국식 짜장면 (feat.공원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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