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버거씨와 테라 로레나(Terra loreina) 라는 이름의 야외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
인스타에서 우연히 광고를 보고 재미있어보여서 예매를 했는데 문제는 레이져와 불꽃놀이가 어우러진 공연이라 완전히 해가 진 후인 밤 10시 반에 공연이 시작되어 자정에 끝난다는 점이었다. 버거씨는 다음날 우리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라며 괜찮다고해서... 나는 무려 맨 앞줄 정중앙 두자리 예매 성공!

프랑스 여름은 해가 정말 늦게 진다. 밤 열시가 넘었는데 여전히 완전한 어둠이 내리지 않았다.
낭시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플레빌(Fléville) 이라는 지역 샤또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와... 야간 조명으로 장식된 밤의 샤또 너무 아름답다!!

이 샤또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이렇게 늦은 시각인데도 사람이 진짜 많구나. 자정에 끝나는데 아이들도 많이 보였다.
버거씨는 내가 맨 앞줄 정 중앙으로 예매를 했다고 하니 굉장히 좋아했다ㅋ

1인당 17.50유로였는데 뒷좌석들은 가족석이라 훨씬 저렴하긴 했다. 우리는 딱 두자리만 필요해서 어쩔수가 없었음. 그래도 좌석운이 정말 좋았다.

공연에 앞서 연출자가 주연 배우들과 함께 짧은 인삿말을 했다.
저 아이들의 이름은 각각 클레어와 시몬. 오늘 극의 주인공들이다. 1800년대부터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으며 평생 엇갈린 사랑을 하는 애틋한 관계랄까. 그 두사람을 중심으로 로렌과 관련된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이야기에 녹아있다.
왼쪽 정장 아저씨는 이 극을 이끌어가는 이야기꾼인데 사실 이 샤또의 석상이다.

현대에 환생한 듯한 또다른 클레어와 시몬에게 이 샤또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극이 진행된다.
"바로 너희와 이름이 똑같은 시몬과 클레어라는 소년과 소녀에 대한 이야기지..."
1870년쯤 로렌지역 브휘네라는 도시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나는 이야기를 다 이해하긴 어려웠다.
모든 대사는 성우들에 의해 선명하게 녹음된 상태였고 연기자들은 목소리 없이 연기만 한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배우들의 의상과 음악, 레이져쇼와 불꽃만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은 끝내주는 공연이었다.

시몬은 전쟁으로 형을 잃어버렸는데 동네사람들은 그들이 유대인 가족이라고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 가족들은 낭시로 이주를 했고 시몬과 클레어는 서로를 그리워했다.

시몬이 보낸 편지들은 하나도 클레어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 둘 사이를 방해하는 부모님때문에.

한편, 낭시로 이주한 시몬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유리공예 기술 덕분에 새 도시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고향에서 가져온 미라벨 나무도 낭시 곳곳에 무럭무럭 자라게 되었고 낭시는 점점 부흥했다. 아르누보 양식과 바카라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된다.


클레어는 뒤늦게 부모님이 숨겨온 시몬의 편지를 찾아내었고 시몬을 찾아 낭시로 왔다. 하지만 시몬은 이미 약혼녀가 있었다.

하지만 둘은 사랑을 나누었고 (그 결과 임신이 되었네?) 약혼녀는 그녀에게 다신 찾아오지말라고 사정했다.


저때 기온이 너무 추워서 연기자 한분이 후두티를 입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하
옷을 얇게 입고 있던 버거씨도 이때 오돌돌 떨고 있었음.
그래도 코앞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무튼 시몬의 두 여자는 각각의 아들을 낳았는데 클레어는 당연히 시몬 몰래 혼자 낳아서 길렀다.
2차 대전때 두 아들이 서로의 전우가 되어 서로를 지켜주다가 시몬은 클레어가 낳은 자신의 아들의 존재를 알게된다.
클레어의 아들은 아빠는 증오했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은 독일땅이 되버려서 장차 독일군 장교가 되어 아버지의 목에 총을 겨누게 된다.


로렌 주민들은 독일군에 핍박을 받고 아들들은 전쟁터로 끌려간다.

로렌의 십자가가 등장한다. 위에 가로선이 하나 더 있는 요게 바로 로렌의 십자가이다. 로렌출신인 그 유명한 잔다르크의 상징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평화가 찾아왔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시몬과 클레어가 재회한다.

이야기가 끝나고 이야기꾼 아저씨는 석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고양이의 보은이 생각나네.

불꽃놀이, 레이져, 시대별 의상과 음악 그리고 스토리까지 꽉찬 공연이었다.
로렌지역과 그 중심에 있는 낭시 주민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나중에 친구나 가족이 여름에 놀러오면 꼭 보여주고싶다. 못알아들어도 볼거리가 가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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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낭시, 랜선 나들이 함께 떠나요!
낭시에 전해지는 성 니콜라스의 전설
나는 햇빛이고 별빛이다. 헤헷
낭시 문학박람회. 작가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멋진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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