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동안 근무한 정든 직장을 관두게 되었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으로 SK와 상의를 한 끝에 서로에게 가장 최선을 찾아 앞으로 각자의 길을 걷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마지막 근무 날 SK한테 나는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천사처럼 나타나준 그녀덕분에 나는 프랑스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정규직 직장을 주었고 보증인이 없는 상태에서 집을 구하고 전기를 연결하고 각종 복잡한 서류를 챙기는일에 있어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었다. 나와 거의 비슷한 일을 이미 겪었던 그녀와의 만남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저 우연이 아닌것 같다.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말했다.
자신이 전남편과 헤어질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고. 나를 도와준건 아마도 그때 혼자였던 자기 자신을 도와준거라고.
내 인생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나에게 친정이 되어주고 가족이 되어준 이 곳은 내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옆에 일본음식점에서 일하는 요시가 어떻게 알았는지 작은 선물이라며 종이가방을 내밀었는데 안에는 일본 마스크팩이 들어있었다. 아이고 마음 따뜻해라... 인상이 너무나 좋은 50대 일본인 여성인 그녀는 우리 가게 앞을 지날때마다 "안녕하세요!" "괜찮아?" "화이팅!" 하면서 유창한 한국말을 건네면서 웃음을 주곤 했다.

일을 관두기 며칠전에는 단골 손님 한분이 오셔서 이 음료수를 주고 갔다.
"이것좀 봐요~ 여러개 샀는데 한국꺼라서 한개 가져왔어요! 선물이예요!" 라고 말하며 쑥쓰러운듯 웃었다. 카페인이 있어서 나는 못먹고 마침 그날 식사하러 오셨던 SK네 성당 신부님께 드렸더니 좋아하셨다.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프랑스인들의 정을 많이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SK는 마지막 날 버거씨랑 마시라며 샴페인 한 병을 줬다.
덕분에 버거씨랑 토요일 저녁에 이걸 마시면서 시원섭섭한 기분을 달랬고 앞으로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격려도 받았다.
그간 편한 일에 너무 익숙해진 내가 영원히 거기에 안주해 버릴까봐 버거씨는 새로운 도전을 은근히 부추기곤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버거씨는 이번 변화가 오히려 내 인생에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했다.
버거씨는 내가 좋아할 만한, 잘 할 만한 일들을 몇가지 추천했지만 나는 룩셈부르크에 취업하는 일도, 내 사업을 하는 것에도 이젠 큰 흥미가 없다. 커리어나 큰 돈 욕심도 없고 그냥 최대한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지금 내가 가진 이 마음의 풍요와 평화를 최대한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래서 생각해 낸것은 한국어 온라인 수업이다. 앱으로 한국어 강의 풀타임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사실 긴장되고 부담되는데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올 한해 도전해 보고 잘 안되면 그때 취업하지 뭐~' 하고 되뇌이는 중.
늦은 나이의 새로운 도전 응원해주실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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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 남친한테 아기라 불렀더니
프랑스 가족 파티에서 어쩌다 한국어를 전파하다
한국어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는 버거씨 (feat. 듀오링고 저렴하게 이용하는 법)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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