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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나를 웃게하는 이 소녀

아이들은 수영장으로 달려갔고 샤또에 사는 오리들은 평화를 되찾았다.


점심 식사를 위해 나는 야외에 테이블 세팅하는 일을 도왔다.
끼니가 다가오면 매번 이렇게 테이블마다 알록달록 종이를 새로 깔았는데 사람이 많으니 척척이었다.

종이가 날라가지 않도록 접시를 미리 놨고 와인잔 물잔등의 식기들도 모두 세팅했다.

저녁식사때만 아뻬로를 하는 줄 알았더니 점심식사 전에도 아뻬로 상이 차려졌다.

수영을 하고 나온 릴루가 감자칩에 손을 댔다가 할머니께 혼이 났다.
"다른 사람들이 먹기도전에 그러는거 아니지!"

꾸중을 들은 릴루는 삐치는가 싶더니 이내 보란듯 감자칩에 손을 대는 시늉을 하면서 깔깔 웃었다. 할머니 또 혼내러 오시다가 장난인거 뒤늦게 깨닫고 한숨쉬며 뒤돌아가심 ㅋㅋㅋ

릴루야 이제 우리 이거 먹어도 된대! 이리와~


한손에는 화이트 와인을 한 잔 받아들고 다른 한 손으로 부지런히 안주를 먹었다. 맛있다~
저쪽에서는 바베큐를 굽기위해 숯을 피우고 있었다.
구경하려고 다가갔더니 버거씨 아버지께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주변을 뛰어다니시면서 아프리카 부족 흉내를 내셔서 내 웃음보를 터트리셨다ㅋㅋ 역시 부전자전. 내 웃음소리를 듣고 버거씨가 다가왔는데 아버지 개그에 내가 넘어가는 모습이 꽤나 흡족한 눈치였다.

소시지, 고기, 가지, 쥬키니가 지글 지글 구워지는 모습 아름답구나.

이때 릴루가 나에게 달려오면서 외쳤다.
"이용~ 이용~"
난 뭔 소린가 했는데 버거씨가 알려줘서 알았다. 내 이름을 부르는거란다ㅋㅋ
"이용! 나 한국어 가르쳐 줘!"
나는 릴루에게 '안녕'을 가르쳐주었고 내 이름은 이용이 아니라 '혜연'이라고 발음을 정정해주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릴루는 사람들에게 "혜연~" 하면서 인사를 하고 돌아다녔다ㅋㅋ "이건 한국어로 봉쥬라는 뜻이야." 이러면서 말이다ㅋㅋ
나랑 버거씨랑 또 웃느라 쓰러졌다ㅋㅋ
릴루 엄마의 남친인 방상은 유일하게 아는 한국어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릴루 덕분에 방상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대. 두 살때 프랑스로 입양돼서 한국어도 모르고 한국에 아는 사람도 없어. 작년에 아들한테 한국을 보여주고 싶어서 여행을 갔는데 아들이 참 좋아하더라구."
방상은 스마트하고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었다. 릴루가 방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한테도 맨날 무슨 얘기만 나오면 방상 방상 방상이었다ㅋ. 그런데 제랄딘말에 의하면 방상은 입양 이야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 주제에 대해서는 피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가족들은 한국인이 둘 씩이나 있으니 흥미진진한 모양이었다.
"방상이랑 대화해 봤어? 저기 옆에 있는데."
"방상도 한국에서 왔대. 왜 아직 대화를 안나눈거야?"
이런 말은 첫날부터 여러번 들었고 심지어 우리 두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너희 둘은 한국어로 대화해?" 혹은 "너네는 같은 지역 출신이니?" 이런 비슷한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방상은 그저 사람좋은 얼굴로 짧게 대답을 하고마는데 같이 듣고 있는 내가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방상이 중국인이나 베트남사람었어도 비슷한 질문공세가 쏟아졌을것 같기도 하다. 프랑스인 가족에 끼여있는 두사람의 동양인이라면 아무래도 눈에 띄긴 하지...)



릴루는 이제 '안녕'과 '감사합니다' 두 문장을 한국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제랄딘은 나더러 '사랑해'를 알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고 옆에 있던 버거씨는 자기도 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어가 여기저기에서 들리니 신기하고 뿌듯하네.
나 한국어 가르치는데 소질 좀 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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