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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프랑스 팔순잔치

by 요용 🌈 2025.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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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보졸레에서 10km 대가족 행군

 

10Km 등산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소파에 뻗어누웠다. 

느~무~ 힘들어서 체면이고 뭐고 그냥 대짜로 누워버렸더니 팔순의 고모님께서 완전히 멀쩡한 표정으로 나에게 괜찮냐고 물으셨다. 아 부끄럽습니다. 아침에도 3킬로 산책을 다녀왔다고 하시더니 어떻게 10Km 등산을 하고도 멀쩡하실 수가 있을까.;; 

 

"우리는 평소 이 정도는 자주 걷거든." 

 

"아, 제가 부끄럽네요 하하." 

 

"아니야 평소 산에 잘 안가는 사람한테는 힘들지."

 

아닌게 아니라 고모님께서는 산에서 걸으실때 휴대폰 음성으로 얼마나 걸었는지 계속해서 안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저질체력인게 아니고 고모님 체력이 워낙 막강하신거라고 스스로 위안삼으며 그냥 계속 누워있었다. 일단 내가 먼저 살고봐야하니까... (죽을것같았다는 의미임ㅋ) 

 

 30분쯤 누워있었을까. 버거씨가 안보이길래 부엌에 가보았더니 혼자서 어마어마한 양의 샐러드를 혼자서 다 준비하고 있었다. 

 

 

"아 미안해;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 

 

"아니야. 거의 다 끝났어." 

 

오늘 저녁 식사 당번은 버거씨네 가족이었다. 옆에 버거씨의 아버지와 새어머니께서도 뭔가 분주하셨다. 으이그... 다들 바쁜데 나혼자 누워있었네. (한국이었음 진짜 예의없다고 욕먹었을텐데 여기선 정말 다들 쿨하다. 내가 미안하다고 할 때마다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대체 뭐가 미안하다는거냐고 되묻네. 나는 역시 프랑스 체질인가보다ㅋㅋㅋ)

저 샐러드 안에는 황도복숭아, 치즈, 호두 등이 들어갔고 상큼하게 유자 드레싱을 듬뿍 얹었다. 

버거씨 아버지께서 정성스레 테이블을 세팅하고 계신다.

 

새어머니는 당근라페를 비롯한 야채를 준비하셨고 아버지는 오늘의 메인 요리인 테린 (돼지고기 빠떼-)을 직접 만들어오셨다. 테이블 한가운데에 오렌지조각이 얹어져 있는 커다란 그릇에 들어 있는데 이만한 걸 세개나 손수 만들어 오신 것이었다. 

 

식사를 바로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버거씨 아버지께서 사람들에게 인쇄물을 하나씩 나눠주셨다. 

곧바로 시작되는 간주...

노래를 또 부르네... 

누님을 위해 버거씨네 아버지께서 준비하신 또다른 이벤트였던 것이다. 

원래 있는 노래에다가 고모님에 대한 내용으로 가사를 쓰신거였고 가족들이 고모님을 위해 합창했다. 

누님을 생각하는 아버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서로 살갑게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문화- 참 부럽다. 

 

 

식사 중 테린을 잘라 먹고 남은 단면을 찍어보았다. 

이건 예전에도 많이 먹어봤는데 이게 특별한 이유는 아버님께서 직접 손수 만들어오신거였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재료가 일반 돼지고기가 아닌 바로 야생 멧돼지로 만든거라고... 

사냥꾼 친구가 잡은 멧돼지라고 하셨다.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버거씨가 말했다. 

 

"테린 잘 먹네? 맛 괜찮아? 보통 야생 멧돼지는 냄새가 좀 강해서 아이들도 안 좋아할 줄 알았는데 다들 맛있게 잘 먹어서 아빠가 기쁘신가봐." 

 

나야 뭐... 야생 멧돼지 맛을 구분할 리가 없지.   

갑자기 그레고리네 고등학생 큰아들이 큰소리로 버거씨네 아버지께 감사인사를 외쳤고 그걸 신호삼아 모든 사람들이 떼창으로 감사노래를 불러서 깜놀했다.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화기애애하니 그저 좋구나. 노래는 따라 못불렀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큰 소리로 웃고 손뼉을 쳤다. 

 

치즈를 먹고나자 새어머니께서 만드신 후식이 나왔다. 

 

크렘브휠레랑 똑같은 맛이다. 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먹을 수 있었지만 용케 참았다.

 

 

밤늦게 가라오케가 시작되었다. 

넋놓고 있다간 우리까지 노래를 불러야 할 것 같아서 분위기 봐서 버거씨 끌고 몰래 빠져나왔다. 

 

둘째날도 이렇게 유쾌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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