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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끝까지 웃음이 멈추지 않았던 팔순 잔치가 끝났다

by 요용 🌈 202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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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신 파티에도 돈봉투가 있네요

 

 

아뻬로를 푸짐하게 이미 먹었지만 부엌에서는 마지막 점심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늘의 주방장은 릴루네 할머니의 남친 되시겠다. 

 

저분 동생의 아내가 태국인이라 태국 음식을 자주 드신다고 했다. 이 분도 버거씨 아버지 못지 않게 성격이 유쾌하신 분이셨다.  

큰 팬이 없어서 재료를 분리해 놓고 팬에다 4-5인분씩 반복해서 볶고 또 볶기를 반복하셨다. 

미리 삶아놓은 라이스누들, 양념해서 볶은 닭고기, 계란 오물렛, 숙주, 다진 파 그리고 방상이 손으로 열심히 빻은 땅콩가루등의 재료들이 늘어져있었다. 

 

접시가 부족해서 아뻬로 먹은 접시를 그대로 사용해야 했는데 어떤게 누구 접시인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했다. 나는 방상을 도와서 접시를 두개씩 들고와서 파타이 배급을 받은 후 접시가 있던 그 자리로 음식을 배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이들 테이블로 음식이 먼저 나갔고, 그 다음이 어르신 테이블이었다. 우리 세대는 마지막-  

 

마침 내가 버거씨 아버지 접시를 들고와서 배급을 기다리고 있을때 접시의 주인이 부엌으로 들어오셨다.

 

이제 막 새로운 파티이가 완성되고 있던 찰라였다. 숙주를 한웅큼 넣고 휘리릭 웍을 흔드시던 오늘의 주방장께서 나더러 접시를 옆에 가까이 놓아달라고 하셨다. 

 

"제제! 이거 당신 접시예요!" 

 

제제는 버거씨 아버지의 별명인데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든 이들이 그렇게 부르길래 나도 따라 불렀다. 본인을 살갑게 불러주는걸 아버지께서도 좋아하시는 듯 했다. (버거씨도 나중에 듣더니 나더러 잘했다고 좋아했음) 

 

그때 마침 웍에서 숙주 한줄기가 날아우르더니 접시위로 떨어졌다.  

 

"이거 네 접시라고?" 

 

주방장께서 장난스런 말투로 아버지께 물으셨고 내가 맞다고 대신 대답해드렸다. 그랬더니 주방장께서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 됐네, 들고가ㅋㅋㅋㅋ" 

 

저절로 튀어 들어간 숙주 한줄기를 보고 배급됐으니 가져가라고 하시는 중이다ㅋㅋ 

 

나랑 부엌에 있는 사람들 다 빵터졌고 아버지께서도 큰소리로 껄껄 웃으시면서 "에이 쪼끔만 더 줘~" 하고 애원하셨다ㅋㅋㅋ 

 

진짜 어찌나 웃었던지. 능청스러운 두 어르신들과 더 능청스러운 숙주 한줄기에 난 완전 쓰러졌다. 

 


 

잠시 후 방상이 마지막으로 내 접시랑 본인의 접시를 들고왔다. 남은 파타이를 수북하게 담았다ㅋㅋ 이래서 급식도 마지막에 받는걸 선호하는 아이들이 있다지. 방상은 정말 산처럼 수북하게 담았길래 내가 농담으로 "그거갖고 양이 되겠어?" 라고 농담을 했고 방상은 "어쩔수 없어. 남은건 이게 전부라.." 라고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파타이 진짜 맛있었다. 

며칠동안 프랑스 음식만 먹다가 간장의 향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성을 잃게 된다. 

 

방상은 평생 프랑스에서 자랐는데도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는구나.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유전자에 각인된 것일까. 

 

식사 후 릴루네 할머니(막내 고모)께서 후식으로 초코 무스를 내 오셨다. 아 진짜 맛있었다. 열개도 먹을 수 있지만 다행히(?) 파타이로 배가 불러서 절제할 수가 있었다. 

와인 시음으로 취기가 남아있어서 그런가 기분이 내내 너어무 좋았다. 

 

 

점심 식사 후 우리는 다같이 청소를 했다. 

 

마지막으로 한 팀씩 차에 오를때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끼리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웠던가보다. 서로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들이었다. 

 

먼저 떠나는 차들에게는 남은 일행들이 일렬로 서서 농담처럼 만세(뭐라고 외쳤는지는 못알아들음)를 해줬는데 나와 버거씨가 느지막히 떠날때는 릴루가 혼자 달려와서 우리 차 옆에서 외롭게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감동해서 순간 울컥했음;; 

 

못생긴 표정 지으며 단체사진. 릴루가 늦게 가르쳐줘서 타이밍 놓침

 

마지막까지 웃음이 가득했던 2박 3일간의 팔순 파티가 끝났습니다.

 

함께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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