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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가족. 애틋한 그 이름.

by 요용 🌈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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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간의 고모님 팔순 파티가 끝나고 우리는 부지런히 낭시로 운전해 왔다. 
40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도착했다. 나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었던지 버거씨도 이렇게 말했다.
 
"갈 땐 그렇게나 멀게 느껴졌는데 돌아올 땐 눈깜짝 할 사이에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하나도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어." 
 
낭시에 나를 내려준 버거씨는 아직 티옹빌까지 100km를 더 가야 했다. 하지만 버거씨는 바로 집에 가지 않겠단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이 행복한 기분을 조금 더 음미하고 싶은가보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꾸는것 같아. 올해 초부터 사촌들과 함께 고모 생신을 준비해왔는데 그 파티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의미있었어. 너를 가족들에게 소개를 시켰고 너와 함께 그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아. 나 지금 너어무 행복하다." 
 
벌써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라 내가 집에서 간단하게 요리해 준다고 했지만 버거씨는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분위기 좋은 테라스? 오키.
 

일전에 눈여겨봤던 올드타운에 있는 테라스바에 갔다. 
선선한 저녁공기가 참 기분 좋게 하는구나.

와인은 충분히 마셨으니까 이번에는 시원하게 맥주잔을 부딪혔다.  
 
둘이서 파티 뒷풀이를 하는 기분. 버거씨는 아직도 여운이 가득한가보다.

 


 
"우리 셀피 찍어서 가족 단톡방에 올리자!" 
 
버거씨 말대로 맥주잔을 높이 들고 환하게 웃는 셀피를 찍어 고모님 생신 준비위원회(?) 단톡방에다 올렸다. 낭시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인사와 함께.  

 
버거씨 전화기가 계속해서 울려댔는데 바로 버거씨의 누나 베르지니로부터 전화와 메세지가 이어지는 중이었다. 
 
누나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파티에 오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꽤나 후회를 하는 듯 했다. 사촌들과 고모들의 안부를 계속해서 묻고 파티 사진 좀 더 보내달라는 누나의 반응에 버거씨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누나는 신경 안쓸 것 같아서 일부러 내가 사진도 많이 안보냈었거든. 사진을 봐봤자 기분만 안좋을것 같아서. 근데 지금 누나 반응을 보니 참석하지 않은게 후회되나봐. 누나랑 매형도 같이 왔으면 진짜 좋았을텐데... 아버지도 기쁘셨을거고..." 
 
누나의 심정을 헤아려보니 마음이 좀 짠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쓸모없는 인간관계는 정리되지만 동시에 가족의 의미는 점점 더 커지는것 같다. 
사춘기 이후로 나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지냈던 우리 아빠가 지난 4월 내가 한국에 갔을때 맨발로 두팔 활짝 벌려 달려나오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덕분에 이전보다 살갑게 대하려고 서로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아빠가 너를 좋아하실거라는건 예상하고 있었어. 그런데 생각보다 두 사람이 편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예전 우리 아빠는 독재자같은 분이셨어.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너무 부드럽게 변하셨더라고. 이 모습을 누나가 봤었어야 하는데..." 
 
"독재자같은 느낌 나는 전혀 못느꼈는데?" 
 
"나이 드시면서 성격이 변하셨나봐. 나한테도 굉장히 노력하시는게 느껴졌어. 나도 이번에 놀랐다니까?"  
 
누나의 쓸쓸함을 걱정하던 버거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빠 팔순도 이렇게 해야겠다! 사촌들, 고모들 다 초대해서 말이야. 어때? 괜찮아?"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다는 듯 버거씨가 다시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근데 왜 나한테 그걸 묻나 생각하다가 후딱 고개를 끄덕였다. 버거씨랑 나는 가족이지 참ㅋㅋㅋ 
 
"그래, 좋은 생각이야! 재미있겠다!" 
 
릴루도 다시 만날수 있을테고~ 
 
아울러 버거씨는 빨리 우리가 같이 살 수 있는 아파트도 구하고 고양이도 입양하자고 했다.
버거씨 머릿속에는 이렇듯 항상 여러가지 계획들로 가득차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커다란 보름달이 하늘에 걸려있었다. 
 
아름답기도 하지. 
우리 버거씨 기분만큼 충만하구나. 
 

보졸레에서 챙겨온 기념품.
네추럴 와인 두 병이다. 
한 병은 SK한테 선물로 주고 나머지 하나는 보관했다가 다음에 한국갈 때 가져가서 식구들이랑 마셔야겠다. 
 
버거씨네 대가족을 만나고와서 그런지 전날 밤 나는 우리 친정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꿈을 꿨다.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조카들. 할머니. 삼촌. 이모. 사촌들. 
 
모두 애틋한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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