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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타향살이에 힘이 되는 인연들

by 요용 🌈 2025.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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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친한 동생 M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른 시각에 전화가 오다니 무슨일이 생긴게 분명하다는 느낌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매우 난처한 목소리로 정말 미안한데 자기네 집에 잠깐 가서 집에 갇혀있는 남자친구를 좀 구조해 주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ㅋㅋ

 

그녀는 불과 며칠전에도 출근하는 남자친구를 따라 나와서 장을 보고나서 열쇠를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집으로 못돌아갔던 전력이 있었다. 그날도 아침 일찍 "언니 우리 커피 마실까요?" 하고 전화가 와서 아침부터 빵터졌었는데 ㅋㅋㅋ 결국 우리집으로 와서 나랑 같이 아점을 먹고 점심시간에 외출나온 남자친구로부터 열쇠를 받아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언니 안되겠어요. 우리 서로 집 열쇠 하나씩 교환해요. 무슨 일 생기면 서로 도울 수 있게요." 

 

그때 그렇게 열쇠를 서로 교환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남자친구를 집에 가둬놓고 파리행 기차를 탔다는 그녀ㅋ 

그 집 현관문은 밖에서 잠구면 안에 있는 사람이 못나가는 구조라고 한다; 아침 일찍 기차타러 나오면서 여전히 자고 있는 남자친구를 누가 업어갈까봐(?) 밖에서 문을 잠궜고, 남친은 하필 전날 깜빡하고 회사에 열쇠를 두고온 상태라 현관문도 못열고 출근도 못한채 집에 갇혀있는 상황이라네ㅋㅋ 

 

야 너 이럴려고 열쇠 바꾸자고 한거냐ㅋㅋ

 

"진짜 죄송해요. 지금 기차안이라 돌아갈 수도 없고 ㅠ.ㅠ"

 

"그래 알았어. 걱정 마ㅋㅋ"  

 

출근도 못하고 집에 갇혀있을 가엾은 이 청년을 구출하러 당장 트램을 타고 달려갔다. M덕분에 알게 되었지만 이제 나한테는 둘 다 똑같이 소중한 동생들이 되었다. 성격이 너무 진국이라 내가 가끔 M보다 이 친구 편을 들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M이 나한테 불평을 한다. 언니는 왜 내 편을 안들고 걔 편을 드냐면서 ㅋㅋ 나한테는 너네 둘다 똑같이 소중하단다. 빨리가서 구조해 줘야지. 

 

누나가 간다! 쫌만 기다려라. 

 

집앞에서 트램을 타고 내린 후 발걸음을 서둘렀다. 뭐 덕분에 아침 햇살도 쬐고 운동도 조금 하고 상쾌하네. 

 

그 집 현관앞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렸더니 시무룩한 청년의 풀죽은 목소리가 안에서부터 들려왔다ㅋㅋㅋ 

 

"구조가 도착했다!" 

 

이렇게 외치면서 문을 따고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가엾은 청년이랑 고양이가 나란히 서서 소심하게 나를 반기네. 둘다 꽤 내성적인 성격이라 이 정도면 엄청난 환대임을 안다ㅋ

 

이 친구는 M이 미리 부탁해놨다며 작은 깻잎을 몇 뿌리 심은 화분을 건네주었다. 

 

"자, 넌 이제 빨리 출근해. 나 간다!" 

 

오랜만에 만난 고양이랑도 짧게 인사를 나누고 깻잎 화분을 들고 다시 돌아나왔다. 이 뿌듯함ㅋㅋㅋ 

 

버거씨네 집 정원에 심었던 깻잎이 민달팽이들에게 전부 초토화되었다고 말했더니 M이 이렇게 신경써서 챙겨준 것이다. 이것만해도 아침일찍 구조대 출동한 보람이 있네. 

화분 옆구리에다 들깨씨도 따로 붙여준것 좀 봐. 이 청년 이렇게나 꼼꼼하고 세심하다니까ㅋ 

 

버거씨한테도 깻잎 사진을 보여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이 청년이랑 버거씨도 서로 잘 안다. 알고보니 두 사람다 스트라스부르 근처에 있는 같은 지역에서 자랐고 얼마전에는 청년이 룩셈부르크 어느 공기업 인터뷰를 준비할 때 버거씨한테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사람좋은 버거씨는 필요하면 집에 와서 자고 가도 된다고 제안을 해 줘서 M이 많이 감동했다고 나한테 고마워하기도 했다. 

다음날부터는 작은 새싹들이 추가로 우르르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뽀라~ 

주말에 티옹빌 들고가서 버거씨네 집 화분에다 옮겨심어야겠다. 

 

M은 자꾸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지만 나야 뭐 전혀 어려운게 없었다. 그녀에게 무슨일이 생길때마다 이렇게 소소하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쁠 뿐이다. 타향살이에 있어 이런 인연이 얼마나 큰 의지가 되는지 나도 아니까.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도 똑같이 해 줄거자나~ 그러니까 안 미안해 해도 돼, 내 동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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