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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의 첫날 아침.
우리는 숙소 주인 아주머니께서 강력 추천해주신 동네 까페로 아침식사를 하러 나갔다.

독일 작고 낯선 동네에서 맞이한 아침
둘이 손잡고 선선한 공기를 맞으며 깨끗하게 정돈된 골목길을 걷는데 기분이 설렜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나온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주고 받았다. 할로~

간단하게 커피랑 크루아상 정도나 먹으려고 했는데 까페에 들어서는 순간 내 입에서 방언이 터졌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결국 두 개를 골라 반씩 나눠먹기로 했다.
초콜렛 케이크도 먹고 싶었지만 치즈케이크랑 귤이 얹어진 부드러운 케이크 두가지를 골랐다. 입에서 완전 녹는구나..

아침에 야외 테라스에서 맛보는 뜨끈한 라데도 참 좋다.
그나저나 버거씨가 독일어를 하네?
본인은 그냥 간단한 소통만 한다는데 내 눈에는 완전 잘하는것 같다. 올~ 자랑스러워라~
여유있게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Allensbach 라는 동네로 갔다.
버거씨가 그토록 기다려온 자전거를 만나기 위해.

바로 이 자전거였다.
판매자는 60대쯤 돼 보이는 아주 건장한 분이셨고, 영어로 통역을 도와주러 온 아들도 여러가지 운동을 즐긴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인상이 좋았고 친절했다.
새것도 아니고 중고인데 자전거 가격으로 무려 2700유로나 지불했다!! ㅎㄷㄷ...
원래 가격은 4천유로가 넘는데 워낙 인기있는 모델이라 프랑스안에서는 중고 제품을 찾지도 못했단다. 독일에서라도 중고로 내 놓은 사람이 있어서 너무 감지덕지하다는 버거씨.
자전거 매니아인 주인 아저씨는 1년전에 서로 다른 종류의 전기자전거를 두 대 구입하셨다고 한다. (사블르랑 레이스였던가... 난 들어도 잘 모름;;) 그러다가 자전거 한 대만 집중적으로 타게 되었고 구매한 지 1년만에 잘 안쓰게 된 이 자전거는 판매하기로 하신거란다.
운동 마니아 부자는 버거씨한테 사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 주었고 버거씨는 마지막으로 동네 주변을 한바퀴 돌고왔다. 돌아올 때 표정이 완전 생애 첫 세발자전거를 갖게 된 어린이의 세상 행복한 표정이었음ㅋㅋ

계약서에 사인하고 현금으로 금액을 지불한 후 마지막으로 악수를 했다. 그리고는 버거씨는 자연스럽게 계약서랑 메뉴얼과 함께 본인이 직접 건넸던 현금 봉투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 아무도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길래 나 혼자 웃음을 터트리며 지적해 줬다.
"그 돈 다시 챙겨가는거야?"
버거씨 2초후 어버버하면서 가방에서 돈 봉투를 서둘러 다시 꺼내드렸고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귀까지 빨개진 버거씨가 자기는 진짜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이라며 금융계에서 일하다보니 습관이 되었나보다며 농담섞인 사과를 했다. 주인 아저씨 부자는 그럴때가 있다며 자기네도 이상한걸 눈치채지 못했단다.
새로운 장난감이 생긴 버거 어린이는 아주 신이 났다. 표정만 보면 진짜 어린이가 된 것 같다.
주차장에 도착했을때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버거씨는 주인 아저씨를 한 번 더 불러야 했다. 차에 자전거가 안들어가... ㅠ.ㅠ
잠시 후 장비를 든 아저씨께서 비를 뚫고 짠하고 나타나셨다.
앞바퀴를 해체해 주셨고 트렁크에 안전하게 싣는것까지 도와주셨다.

뒷좌석에 덩치크고 말이 없는 동행자가 생겼다. 운전할 때마다 뒷좌석을 흘끔거리며 혼자 웃는 버거 어린이ㅋㅋ
"근데 독일인들 차갑다며? 숙소 주인 부부도 그렇고 이분들도 그렇고 다들 넘나 친절한데?"
내 말에 버거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다들 넘 친절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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