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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네 아버지 커플과 우리는 와이너리를 방문하기위해 함께 차에 올랐다.
가는곳마다 와이너리가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부르고뉴에 갔을때가 떠오른다. 버거씨랑 보슬비를 맞으며 포도밭 사이를 질주했는데~
버거씨도 와이너리를 볼 때마다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무슈 디아헤ㅋㅋ
"보졸레하면 나는 보졸레 누보밖에 안 떠올라. 그 영향인지 보졸레 와인은 저렴하다는 이미지가 좀 있네."
내 말에 버거씨가 대답했다.
"보졸레 누보는 그 해에 수확한 햇포도로 단기 숙성해서 대량으로 판매하는거지. 보졸레에도 전통적이고 고급진 와인들이 많다고 들었어."
뒷좌석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버거씨 말이 맞다고, 맛나고 좋은 보졸레산 와인이 많다고 말씀하셨다.
나 이러다가 와인 전문가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음하하
우리가 도착한 와이너리는 다름아닌 우리가 묵고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였다.
이 숙소 주인이 마침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길래 다른곳을 알아볼 필요도 없이 운명처럼 간단하게 와인 시음을 예약할 수가 있었다.
요러케 생긴 문을 지나 까브로 들어갔다.
레드와인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다는 트로피인가보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게 맞나봐~
이곳 사장님 너무 재미있는 분이셨다!
체크인 날부터 좋은 분이라는건 느끼고 있었지만 말을 너무 잼나게 하는 분이셨다.
말없이 주는대로 마시고 있는 나에게 한국에 대해 질문도 하고 본인이 알고 있는 한국 이야기도 들려주셔서 일단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새어머니께서 언제부터 와이너리를 운영했는지를 물으셨다.
"할아버지께서 처음 이곳을 운영하셨는데 아버지께서 물려받으셨다가 지금은 제가 운영하고 있어요."
"그럼 포도나무는 매번 새로 심는거예요?"
"저도 조금 심긴했지만 대부분은 백년된 나무들이 많아요."
와! 백년된 포도나무라니!
"보통 질좋은 와인은 오래된 나무에서 나와요. 어린 나무는 주로 로제와인용이죠."
우리는 와인을 시음하면서 사장님과의 대화를 점점 즐기고 있었다. 사장님도 대화를 참 좋아하는 분이었다. 역시 프랑스인인가ㅋ
"지금 묵고 계신 샤또 어때요? 좋다고들 하던데 저는 아직 한번도 안가봤어요."
사장님의 질문에 아버지께서 대답하셨다.
"지금껏 가본 샤또 중 최고예요. 5성급 수준이라 비싼값을 하더라구요. 다음에 행사할 일이 있으면 적극 추천해요."
"파티는 잘 하셨어요?"
"그럼요~ 하지만 딱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보졸레 와인이 없었다는 거지요."
버거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붙였다.
"그러게요! 와인이나 샴페인 전부다 진짜 맛있는걸로만 준비했던데 그 중에 보졸레산은 없더라고요. 그게 저도 아쉬웠어요."
"그레고리가 와인이랑 샴페인 선택에 고심을 많이 한게 보이긴 하던데... 기왕 보졸레에서 행사를 하는거면 보졸레 와인도 좀 추가했으면 좋았을것을..."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때 사장님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개를 같이 끄덕이며 말했다.
"아 저는 그 사람 별로네요, 그레고리."
그 말에 우리가 빵 터져서 웃었는데 버거씨 아버지는 눈이 휘둥그레지시며 사장님께 되물으셨다.
"그레고리를 알아요? 그레고리가 여기를 다녀갔어요?"
그 말에 다시한번 모든사람들이 큰 소리로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게 아니라 보졸레 와인을 안샀다고 하니까 ㅋㅋㅋ"
버거씨의 설명에 그제서야 같이 웃으시는 아버지.
애교가 없을것같이 생긴 이녀석이 자기 좀 쓰다듬어달라고 내 다리를 부벼대서 깜짝 놀랐다.
만져주니까 엄청 좋아하네.
무섭게 생겼는데 알고보니 친절한 녀석이었다. 약간 이 곳 사장님이랑 비슷한데?
화이트 와인 서너가지 맛보고 레드와인은 그보다 더 많이 마셨다.
이미 취기가 올라오긴 하는데 점점 더 흥미로운 설명이 이어지니 안마실 수도 없고..
결국 아까운 와인 낭비하긴 싫어서 나중에는 한 잔씩만 받아서 버거씨랑 같이 마셨다.
농장에서 직접 제조하신 염소치즈를 잘라주셨는데 이게 왜이리 맛있는거임??! 내가 유일하게 안먹는 치즈가 염소치즈인데 이건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레드와인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와인이 자꾸 넘어가네. 오전부터 취한다 취해~
"이번에 드리는 와인은 성슐피(sans sulfite)예요. 보통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데 이건 보존제가 첨가되지 않은 네추럴 와인이죠."
사장님은 친절하게도 오크통에서 숙성된 일반 와인과 네추럴 와인 (sans sulfite)을 함께 맛볼 수 있도록 두 잔씩 주셨다. 솔직히 내 입에는 오크통에서 숙성된게 조금 더 나았는데 버거씨는 네추럴와인이 더 맛있다고 했다. 큰 차이가 나는건 아니었다. 사장님께서도 네추럴 와인의 맛이 좀 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보존제가 안들어갔는데도 오래 보관하는데 문제가 없나요?"
내 질문에 버거씨가 좋은 질문이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사장님의 답변에 모두 귀를 귀울였다.
"보관은 일반 와인과 똑같아요. 다만 보존제없이 메탈통에서 숙성시키는 절차가 까다로워서 와인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질 뿐이지요. 보존제(sulfite:아황산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고 오히려 이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길었던 시음을 끝낸 후 우리는 구매할 와인을 골랐다. 버거씨랑 나는 모두 성슐피(네추럴) 레드와인으로 골랐다. 나는 서로 다른 두 병만 골랐고 버거씨는 내가 고른걸 포함해서 총 7병을 샀다. 아버지께서도 비슷하게 구입하셨다.
사장님께서 와인 창고로 우리를 안내하셨다. 어딜가든 졸졸 따라다니는 이 녀석.
"마담! 제가 특별히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저를 따라 들어와보시겠어요?"
사장님께서 나를 콕 찝어서 창고로 초대하셨다. 다들 궁금해서 내 뒤를 따라 우르르 들어왔음ㅋ
"저희집에 오셨던 외국인 손님들이 직접 꾸며준 방명록같은거예요. 다양한 국적의 분들이 다녀가셨는데 아직까지 한국인은 없었거든요. 여기에 마음대로 인삿말을 남겨주시면 좋겠어요."
아, 거야 어렵지 않죠~
사장님께서 와인을 챙기시는 동안 나는 빈칸을 어렵게 찾아서 한국 국기와 함께 (너무 대충 그려서 확대샷을 못올리겠다ㅋㅋ) 한국어 인삿말을 간단하게 남겼다.
와인을 차에 싣고나서 동시에 체크아웃도 같이 했다.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잘 쉬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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