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근처에 있는 에어비앤비에서 잠을 자고나서 다음날 아침 우리는 다시 샤또로 갔다.
어른들은 여전히 대부분 자고 있는지 아이들만 뛰어다니고 있었다.
버거씨랑 아침 식사를 하러 들어갔더니 사람들도 없고 너무 썰렁하다. 우리도 늦잠 잤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부지런한거였네ㅋ
잠시 후 엄마와 들어온 릴루는 반갑다는 듯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내 옆자리에 앉더니 나를 향해 씨익 웃었다.
나는 얼굴에 저 반짝이를 지우느라 어제 저녁에 꽤 고생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2박 3일내내 그대로 뒀더라. 나만 괜히 열심히 지웠네.
사랑스러운 릴루는 아침부터 아기새처럼 재잘거렸다.
"내일 점심 먹고갈거지? 내일 점심 메뉴가 뭐게? 바로, 파타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사실 새우 파타이지만 내일은 치킨 파타이를 만들거래. 우리 할머니 남자친구의 처제가 태국인이래, 그래서 할머니 남친이랑 우리 가족 모두가 다같이 만들거야. 엄청 맛있을거니까 꼭 먹고 가야 돼. 알았지?"
우리는 원래 월요일날 아침 식사만 하고 떠나려고 했는데... 반대쪽 옆에 있던 버거씨한테 말했다.
"내일 우리 점심 먹고가자."
버거씨는 반가운 듯 알았다고 하면서도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내일 점심 메뉴 파타이래."
내 말에 버거씨가 빵 터졌다ㅋㅋ
"릴루야, 너는 어느 도시에서 왔어?"
내 질문에 릴루가 대답했다.
"나는... 몽플리에에서 왔어."
"거긴 어때? 예뻐?"
"근데 나는 거기에서 태어나서 딱 이틀 살았을 뿐이야. 그래서 별로 기억나는건 없어."
아ㅋㅋㅋㅋㅋ 미치겠다. 릴루가 아침부터 나를 자꾸 웃게하네ㅋㅋ
버거씨가 릴루에게 물었다.
"너 학교에서 남자애들한테 인기많겠다! 맞지?"
버거씨의 이 질문에 말많던 소녀가 처음으로 입을 조게처럼 다물었다. 이 분위기 어쩔거야 버거씨...
“갑자기 조용해져버렸네 ㅋㅋㅋ”
웃고 있는 우리를 향해 그녀는 어른스럽게 한번 씨익웃더니 짧은 한숨과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학교 남자애들은 내가 싫어. 전부다 유치하고 짖궂어."
"아 그렇지. 나도 어린 남자애들은 짖궂어서 싫어. 그래서 나이 많은 남자애를 골랐지."
버거씨 볼을 만지며 대답했더니 버거씨도 웃고 릴루도 웃었다.
"너도 나처럼 성숙한 스타일 좋아하는구나ㅋㅋ"
릴루가 빵에 직접 발라준 크런치 초코크림도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여러 수제잼들 중 오렌지잼이랑 배잼이 너무 맛있었다.
릴루는 후딱 아침을 다 먹은 뒤 나더러 밖에 보여줄게 있다며 내 손을 잡고 데리고 나갔다.
그건 바로 이 풍뎅이였음
한참후 나도 릴루가 했던대로 버거씨 손을 잡고 데리고 나와서 보여줬음ㅋ
풍뎅이를 구경하던 릴루는 잠시 후 뒤에서 아침 운동을 하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로 갔다.
거기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자세를 뽐내며 까르르 웃고 있음ㅋㅋ
진짜 우리 조카 나영이 어릴적 모습을 보는것 같다ㅋㅋㅋ
다시 다이닝 룸으로 돌아갔을때 버거씨와 가족들은 여전히 아침식사를 하고 차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사실 릴루는 낯선 사람한테 쉽게 마음을 여는애가 아닌데 넌 선택받은거야. 처음 널 만난 순간부터 마음을 열더라. 나도 쟤 저러는거 많이 보진 못했어."
릴루 엄마 제랄딘의 말이었다.
아 나 선택받았네ㅋ
어제부터 있었던 릴루와의 대화를 들려줬더니 어른들 전부다 뒤집어졌다.
잠시 후 릴루는 나에게 그네를 보여주겠다며 다시 돌아왔고 우리 둘은 사이좋게 그네를 타러 나갔다.
"오빠 나 릴루랑 그네 타러가니까 나 찾지마~"
버거씨는 웃겨 죽는단다ㅋㅋ
여덟살 어린이는 마흔네살 어린이에게 그네를 더 높이 높이 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누구보다 나를 환대해 준 릴루야 고마워~
이전 포스팅 읽기
'2024 새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프랑스 팔순잔치 (42) | 2025.06.27 |
---|---|
아름다운 보졸레에서 10km 대가족 행군 (10) | 2025.06.26 |
프랑스 대가족 파티에 완벽 적응했음 (16) | 2025.06.25 |
프랑스 가족 파티에서 어쩌다 한국어를 전파하다 (6) | 2025.06.24 |
프랑스식 팔순잔치 재미있네 (31) | 2025.06.22 |
프랑스인들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23) | 2025.06.21 |
팔순잔치에서 만난 8살짜리 단짝친구 (23) | 2025.06.20 |
버거씨네 대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17) | 2025.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