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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인생 새출발/포르투 여행

어릴적엔 이게 왜 맛있었을까

by 요용 🌈 2025.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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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량시장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신선한 과일을 사먹었다. 

이날도 우리는 홍시를 하나씩 사먹고나서 파파야랑 용과를 포장했다. 

그때 내 눈에 딱 들어온 과일이 있었으니! 

저거슨 바로... 여주!! 

 

내가 하나 포장을 하겠다고 말했을때 버거씨는 "저거 맛없는데..." 라고 말했고 심지어 가게 직원도 "홍시가 더 맛있어요." 라고 말했다ㅋㅋ 

 

"진짜 맛없어요? 안 달아요?" 

 

내 질문에 직원은 "별로 안 달아요. 오이랑 토마토 중간쯤...?" 이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나는 하나를 샀다. 

 

늦은 오후 모루시장에서 노을을 보고 앉아있을때 나는 버거씨 백팩에 들어있던 과일을 꺼냈다. 

역시 비주얼이 별로구나 ㅎㅎ 녹색이라니... 

 

한입 먹어보고 나는 인상을 찌푸렸고 버거씨가 그거 보라며 웃었다. 그냥 딱 늙은 오이의 씨앗만 긁어먹는 맛이다. 이걸 돈주고 사다니 ㅋㅋ 

 

어릴적 기억엔 그렇게나 맛있었는데 어쩐일일까. 

 

"맛없어도 괜찮아. 어쨌거나 한 번은 꼭 다시 먹어보고 싶었어." 

 

버스킹 음악과 아름다운 경치에 둘러쌓인채 나는 버거씨에게 어린시절 기억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내가 한 다섯살이나 되었으려나...

우리 뒷집 담벼락에 바로 이 열매가 자라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날때마다 나는 노랗고 붉게 익어가는 열매가 어찌나 탐스럽던지 나뭇잎을 들추어 열매를 확인하곤 했다. 그 모습을 몇 번 보신 뒷집 할머니께서 며칠 후 붉게 잘 익은 여주를 하나 따서 우리집으로 갖다주셨다. 

그때 처음 먹어본 이 열매는 너무 달고 맛있었다. 다 먹고나서 더 달라고 엄마한테 떼를 쓰며 울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엄마는 없는걸 어떻게 주냐며 짜증을 내셨고 말이다ㅎㅎ 

어른이 되어서도 이 열매를 꼭 다시 먹어보고 싶었는데 파는 곳이 없었다. 내가 이 말을 할 때 마다 우리 엄마는 "그게 뭐가 맛있다고..." 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제서야 이유를 알겠네. 진짜 별맛이 없었구나ㅎㅎ

 

"시골이라 군것질거리가 없어서 그랬나봐. 슈퍼도 없었고. 우리 자매는 봄만되면 옥수수 씨를 뿌렸어ㅋㅋ 그걸 직접 키워서 쪄먹거나 감자를 구워 먹었지. 가끔 다락에 모셔둔 곶감 좀 꺼내 먹자고 했다가 부모님께 혼나기도 하고 말이야." 

 

이 맛없는 여주가 그 시절 그렇게나 맛있었던걸 보면 확실히 그때 군것질거리가 귀했던가보다. 

 

부모님이 무서워서 곶감도 맘대로 못먹던 내가 ㅋㅋ 지금은 버거씨같은 착한 남자를 만나 포르투갈 여행도 하고 산해진미를 다 맛보며 잘 살고 있네. 

 

엄마! 여주 맛없더라. 엄마 말이 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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