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너무 흐렸다. 비도 조금 오고...
버거씨는 오늘 쇼핑을 가자고 했다.
좋은 생각이다. 버거씨 생일 선물로 적당한게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쇼핑몰 두군데를 샅샅히 둘러보았다. 그런데 버거씨는 자꾸만 내 신발, 내 가방, 내 외투를 새로 사주려고 했다.
나 진짜 필요한거 없다고...
한 번만 입어봐라, 이거 한 번만 신어봐라 할 때마다 시키는대로 다 해줬지만 진짜로 마음에 드는것도 없었다.
그러다 내 눈에 딱 들어온 남자 백팩!
나도 버거씨한테 똑같은 소릴 했다.
이거 한번 만 매 봐라.
오 근데 진짜 너무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 질도 너무 좋다!
실랑이 끝에 선물을 사주는데 성공했다. 우리 둘 다 꽤 비싸겠다고 예상했는데 가격표를 보니 의외로 가격이 착했다.
버거씨가 마음에 쏙 든다고 좋아했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진짜 비싼거 사줄게.

덕분에 생일선물도 하고 버거씨는 안그래도 백팩이 필요했는데 마음에 쏙 든다고 연신 고마워해주니 내가 더 고맙다.

버거씨 친구가 추천해 준 까페에도 들렀다. 나는 카페인에 약한지라 에그타르트만 먹었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고 2층에 숨겨져있는 까페였는데 입소문으로 오는지 손님이 꽤 많았다.



포르투에 한식당이 있길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나는 당연히 한국인 사장님일줄 알았는데 포르투갈인 청년 두 명만 보였다.
나랑 버거씨랑 "안녕하세요~"라고 들어갔더니 청년이 살짝 당황하는 듯 했다.
버거씨는 벽에 써진 한글을 열심히 다 읽었다. 포스터에 써진 글자들까지 전부다.

안녕... 오늘..도... 예쁘구나...
이거 한 문장 읽는데 버거씨 숨 넘어갈 뻔.
근데 예쁘다, 예쁩니다는 아는데 예쁘구나는 모른단다.
진짜... 한국어 어미는 배우는 사람에게만 어려운게 아니라고... 어디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하나 ㅡㅡ;
일단 그냥 외워.

일찍 갔던지라 가게가 조용했는데 곧 테이블들이 하나 둘씩 금방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빠와 같이 온 6-7살쯤 된 소녀가 있었는데 "라면! 라면!"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포크로 라면을 열심히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흐뭇하다.
그러는 사이 우리 버거씨는 아직 메인도 안나왔는데 김치만 계속 집어먹고 있었다.
이따 밥 나오면 같이 먹게 좀 아껴놔... 그거 한 접시에 오천원이라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그냥 먹으면 매우니까 이따 먹으라고 돌려서 말했다. ㅋㅋ

공기밥이랑 반찬 모두 5천원이었다. 오이는 한 접시 5천원치고 너무 부실한데 김치만 두 개 시킬 걸...
원래 코리안 바베큐를 먹으러 온거였는데 불고기 버섯 전골이 있길래 이걸로 주문했다. 날이 쌀쌀하니 뜨끈한게 땡기더라.

한국에서 먹었음 야채가 더 풍족하고 밑반찬도 있었겠지만 5만원에 유럽에서 이 정도면 만족해야지.
맛은 내 기준 그냥 저냥 평타였는데 버거씨가 너무 너무너무너무 X100 좋아했다.

버거씨 그릇에 전골을 열심히 덜어줬는데 나중에는 그릇채 들고 마셨다. 이런날 완벽한 메뉴를 골라줘서 고맙단다.
하긴 나도 양식만 먹다가 오랜만에 한식 먹으니 좋더라.

어린 아이처럼 보란듯이 김치 잘 먹는 모습을 보이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 50짤 아저씨.
우리 식구들이 당신 김치 잘 먹는 모습 보면 좋아하겠다고 말했더니 더 열심히 먹는다.
옆 테이블에는 스웨덴에서 온 아가씨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자기가 사는 동네엔 한식당이 없다며 오늘 생애 첫 한식이라고 엄청 들뜬 모습이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제 젊은 사람들을 보면 다 흐뭇하고 예쁘고 그러네ㅋㅋ

후식으로 메로나를 먹고 싶었는데 없단다. 메뉴에 있는 밑반찬이며 후식이며 없는게 너무 많아 좀 아쉽긴했지만..
버거씨는 완전 대만족을 했다며 두고 두고 전골 얘기를 했다.
나중에 한국가면 진짜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먹여줄게.
나도 그 날이 너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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