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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포르투 여행

비오는 날 먹는 버섯 전골의 맛을 이해한 프랑스 아저씨.

by 요용 🌈 202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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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가 너무 흐렸다. 비도 조금 오고... 

 

버거씨는 오늘 쇼핑을 가자고 했다. 

좋은 생각이다. 버거씨 생일 선물로 적당한게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쇼핑몰 두군데를 샅샅히 둘러보았다. 그런데 버거씨는 자꾸만 내 신발, 내 가방, 내 외투를 새로 사주려고 했다. 

나 진짜 필요한거 없다고...

한 번만 입어봐라, 이거 한 번만 신어봐라 할 때마다 시키는대로 다 해줬지만 진짜로 마음에 드는것도 없었다. 

 

그러다 내 눈에 딱 들어온 남자 백팩! 

 

나도 버거씨한테 똑같은 소릴 했다. 

이거 한번 만 매 봐라. 

 

오 근데 진짜 너무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 질도 너무 좋다!

실랑이 끝에 선물을 사주는데 성공했다. 우리 둘 다 꽤 비싸겠다고 예상했는데 가격표를 보니 의외로 가격이 착했다. 

버거씨가 마음에 쏙 든다고 좋아했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진짜 비싼거 사줄게. 

실제로는 더 이쁜데 사진에는 너무 투박해보이넹

 

덕분에 생일선물도 하고 버거씨는 안그래도 백팩이 필요했는데 마음에 쏙 든다고 연신 고마워해주니 내가 더 고맙다. 

 

쇼핑몰앞에서 비보잉하는 총각들

 

버거씨 친구가 추천해 준 까페에도 들렀다. 나는 카페인에 약한지라 에그타르트만 먹었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고 2층에 숨겨져있는 까페였는데 입소문으로 오는지 손님이 꽤 많았다. 

 

 

포르투에 한식당이 있길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나는 당연히 한국인 사장님일줄 알았는데 포르투갈인 청년 두 명만 보였다.
나랑 버거씨랑 "안녕하세요~"라고 들어갔더니 청년이 살짝 당황하는 듯 했다. 

 

버거씨는 벽에 써진 한글을 열심히 다 읽었다. 포스터에 써진 글자들까지 전부다. 

 

안녕... 오늘..도... 예쁘구나...

 

이거 한 문장 읽는데 버거씨 숨 넘어갈 뻔.

 

근데 예쁘다, 예쁩니다는 아는데 예쁘구나는 모른단다. 

진짜... 한국어 어미는 배우는 사람에게만 어려운게 아니라고... 어디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하나 ㅡㅡ; 

일단 그냥 외워. 

 

일찍 갔던지라 가게가 조용했는데 곧 테이블들이 하나 둘씩 금방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빠와 같이 온 6-7살쯤 된 소녀가 있었는데 "라면! 라면!"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포크로 라면을 열심히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흐뭇하다. 

 

그러는 사이 우리 버거씨는 아직 메인도 안나왔는데 김치만 계속 집어먹고 있었다. 

이따 밥 나오면 같이 먹게 좀 아껴놔... 그거 한 접시에 오천원이라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그냥 먹으면 매우니까 이따 먹으라고 돌려서 말했다. ㅋㅋ 

공기밥이랑 반찬 모두 5천원이었다. 오이는 한 접시 5천원치고 너무 부실한데 김치만 두 개 시킬 걸...

 

원래 코리안 바베큐를 먹으러 온거였는데 불고기 버섯 전골이 있길래 이걸로 주문했다. 날이 쌀쌀하니 뜨끈한게 땡기더라. 

한국에서 먹었음 야채가 더 풍족하고 밑반찬도 있었겠지만 5만원에 유럽에서 이 정도면 만족해야지. 

 

맛은 내 기준 그냥 저냥 평타였는데 버거씨가 너무 너무너무너무 X100 좋아했다. 

공깃밥은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었는데 양이 딱 맞았다.

 

버거씨 그릇에 전골을 열심히 덜어줬는데 나중에는 그릇채 들고 마셨다. 이런날 완벽한 메뉴를 골라줘서 고맙단다.  

하긴 나도 양식만 먹다가 오랜만에 한식 먹으니 좋더라. 

 

어린 아이처럼 보란듯이 김치 잘 먹는 모습을 보이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 50짤 아저씨. 

우리 식구들이 당신 김치 잘 먹는 모습 보면 좋아하겠다고 말했더니 더 열심히 먹는다. 

 

옆 테이블에는 스웨덴에서 온 아가씨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자기가 사는 동네엔 한식당이 없다며 오늘 생애 첫 한식이라고 엄청 들뜬 모습이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제 젊은 사람들을 보면 다 흐뭇하고 예쁘고 그러네ㅋㅋ

 

 

후식으로 메로나를 먹고 싶었는데 없단다. 메뉴에 있는 밑반찬이며 후식이며 없는게 너무 많아 좀 아쉽긴했지만.. 

버거씨는 완전 대만족을 했다며 두고 두고 전골 얘기를 했다. 

나중에 한국가면 진짜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먹여줄게.

 

나도 그 날이 너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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