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볼량시장을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포르투에 도착하자마자 시내에 나왔다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서 들어가 보았을 뿐인데...

피아노가 문제가 아니고 아랫층에는 별천지였네?!

우리는 맨 먼저 견과류를 잔뜩 샀다. 마카다미아, 캐슈넛, 피스타치오 한 봉지씩.
여기 먹을게 이렇게 많은줄 알았으면 하나만 샀을텐데.

홍시를 보자마자 내가 멈추어섰다.
먹고 싶긴한데 저거 어떻게 먹는담? 지금 샀다가 저녁에 집에가서 먹자니 그사이 가방에서 다 물러버릴텐데.
내 고민을 이해했는지 아주머니께서 "씻어서 잘라줄까요?" 이러시는거다ㅋ 숟가락도 주신단다! 그래서 나는 당장 "네! 두개 주세요!" 하고 외쳤다. 버거씨도 바로 손질해 주신다는 말에 옆에 보이는 신기한 (나도 처음봄) 과일을 골랐다. 아주머니께서는 "토마토와 패션푸룻 중간 맛"라고 설명하셨다. 버거씨가 여러개 사려고 하길래 내가 딱 두개만 사라고 말렸음.

바로 씻어서 손질해서 숟가락까지 꽂아주시는 센스!!
홍시맛에 우리는 눈이 뒤집힘ㅋㅋ
"우리 여기 매일오면 안돼?"
"응! 우리 홍시는 매일 먹자!"
우리 두 사람은 꽤 진지하게 약속을 했다.
동그란 열매는 말씀하신대로 딱 토마토랑 패션푸룻 중간 맛이었다. 뭐 그냥저냥. 신기하니까 한번쯤 먹어볼 만.
우리는 점심도 이미 먹었는데, 과일을 먹고나서도 신기한 먹거리들을 계속 맛보고 다녔다.

이건 속에 다양한 고기나 야채가 들어 있었는데, 우리는 참치랑 돼지고기를 하나씩 사서 반씩 나눠먹었다. 둘 다 넘 맛있었다!


포르투가 또 정어리가 유명하다고 한다.
이 정어리 타파스 한조각에 2.5유로인데 토마토 소스랑 레몬소스 두개씩 맛보았다. 이거 네 조각만 해도 우리 돈 17,000원이네. 시장에 있으면 우리 금방 탕진하겠다며 웃었다ㅋ 하지만 멈출수가 없네. 시간 가는줄 모르고 계속 사먹게 된다.


통통한 랍스터나 새우들의 완벽한 자태가 의심(?)스러워 사장님께 물어봤더니 역시나 가공식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얘네들은 패쓰!
이날 먹고 싶은게 아직 너무 많은데 배가 벌써 불러서 우리는 아쉬웠다.
서로 입맛도 비슷하고 생각하는것도 비슷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ㅋ
결국 우리는 다음날 점심을 아예 시장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다음 날.
우리는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시장으로 달려갔다ㅋㅋ
내가 다 사줄게! 맘껏 먹어! 라고 말했지만 버거씨가 거의 다 계산함.

1차로 오늘도 과일을 먼저 먹어주고-
파파야, 용과도 정말 맛있다.
그 다음으로 달려간 곳은 해산물!

버거씨는 내가 성게를 못 먹어본 줄 알고 성게를 먹자고 했다. 나 한국에서 먹어봤다니까 진짜냐고 놀랜다ㅋ
하나에 4유로. 양도 적은데 그냥 다른거 먹자.... 고 하는 찰라 무뚝뚝한 사장님이 성게 껍질에다 뭔가를 열심히 제조(?)해서 조심조심 얼음위로 내려놓았다.

13유로라고 가격표를 꽂으시길래 그건 뭐길래 저렇게 비싼가 싶어 물어보았다. 성게, 관자, 캐비아라고 한다. 아 그정도면 13유로 가치가 되겠구나. 딱 하나 있길래 바로 우리가 샀다.

바로 옆에 거북손이 있었다. 티비에서만 보던거라 한번 꼭 먹어보고싶긴 했는데 막상 비주얼이... 거기다 이미 요리한 상태라지만 차갑게 먹는게 맛이 있으려나 고심하고 있을때 무뚝뚝한 사장님께서 하나 집어서 맛보라며 까 주셨다! 덕분에 먹는 방법도 배우고-
쫄깃쫄깃 너무 맛있다! 네! 하나 주세요.
버거씨는 옆에 한 접시 있던 연어, 참치, 오징어 회도 한 접시 골랐다. 캐비어와 연어알이 올라가 있었다.

이 작은 쟁반에 세 접시가 겸손하게 올라가 있지만 다 합쳐서 우리돈 5만원이 훌쩍 넘는다.

넘나 신기하게 생긴 거북손. 드디어 먹어보게 되었구나. 참 만나고싶었단다.

사장님한테 배운대로 거북손을 열심히 까서 나에게 건네주던 버거씨가 한마디로 이 모양을 표현했다. USB라고ㅋㅋㅋㅋㅋ 우리 둘다 웃겨서 뒤집어졌음 ㅋㅋㅋ 진짜 껍데기 까고보니 usb같이 생기긴 했다. 옆에 앉아있던 미국인인듯한 아저씨 두명이 우릴 돌아보며 같이 웃었다. "아, 그거 우리도 어제 먹었는데 진짜 맛있죠??!!" 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 사람들도 시장의 덫에 빠져 우리처럼 매일 탕진하러 오는 사람들인가보다.

이 조그만 성게 껍데기 하나에 21,000원이라니. 얼마나 대단한지 맛을 보자.
간장 살짝 찍어서 숟가락으로 조금씩 퍼먹었는데 진짜 한입 한입 그대로 살살 녹는다. 와... 진정한 휴가의 맛이라고나 할까 ㅋ
흰자를 굴리며 미간을 지푸리는 서로의 표정을 보고 웃기도 했다.
버거씨는 나더러, 너도 나만큼 먹는데 진심이라 좋단다. 누가 할 소릴 ㅎㅎ
그 다음으로 우리가 찾아간 곳은 해산물 타파스집-

일단 문어꼬치를 하나 고르고 포루투갈 고로케인 리쏠도 골랐다.
우리 둘 다 문어를 참 좋아하는데 프랑스는 문어 너무 비싸다... 이번 포르투에서 문어 실컷 먹어서 참 좋다.

정어리도 한조각씩 계속 먹느니 그냥 15유로짜리 통조림 하나를 샀다. 레몬 마늘 등등이 들어간 맛이었는데 역시 잘 골랐다!

다 맛있는데?!
어쩜 이리도 다 맛있지?!
대구살이 들어간 리쏠이 맛있길래 추가로 새우 리쏠이랑 또 무슨 생선 타파스도 더 사먹었다.


메뉴가 바뀔때마다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먹지않고, 앉는 테이블, 서서 먹는 테이블, 정문이나 뒷문 계단 등등 옮겨 다니면서 먹었다. 이러니까 꼭 다른 집에 온것 같다면서 말이다 ㅋㅋ 그리고 옆에있는 사람들과 서로 고른 메뉴를 비교하기도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해서 더 즐거웠다.
시장에는 없는게 없다!
디저트도 많다!

디저트로는 역시 에그타르트-
그리고 무슨 아몬트 타르트도 하나 먹었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었다!
아.. 시장에서 떠나고 싶지 않아...
"카지노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탕진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 알것 같기도 해. 창문이 없으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어."
내 말에 버거씨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공감했다ㅋㅋㅋ
"우리 내일 또 오자!"
"당연하지. 확실히 우린 중독이야 ㅋㅋ"
버거씨가 맞단다. 우리 여행 일정이 그나마 짧아서 다행이란다. 아님 여기 시장에다 돈을 다 갖다 바쳤을 것 같다고 말이다ㅋㅋ


전날 배불러서 못먹은 파스타는 다음날 먹었다. 저 커다랗고 동그란 치즈덩어리를 그릇삼아 삶은 면과 뜨거운 소스를 붓고 버무려주는데 매번 줄이 꽤 길었다. 다들 까르보나라를 많이 주문하던데 나는 느끼할까봐 바질 토마토소스로 주문했다. 결론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버거씨는 여기 커피도 엄청 좋아했는데 같은집 핫초코도 완전 내 스탈이었다.
아... 볼량 시장 만세...
이번 우리 포르투 여행의 메인은 단연 이곳이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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