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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인생 새출발

안녕히 가세요.

by 요용 🌈 2025.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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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 집에서 맞이한 일요일 아침. 

 

창밖을 보니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흰 서리가 소복히 내려 앉았네. 

기온을 확인해 보니 무려 영하 6도란다. 

 

겨울이 와버렸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더니 버거씨가 등뒤로 다가와 창밖을 같이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늘이네... 도미닉 어머니..." 

 

여기까지만 말해도 나는 바로 알아들었다. 

 

"아! 오늘이야??"

 

버거씨의 동료인 도미닉의 어머니께서 안락사로 떠나시는 날이 오늘이었던 것이다.

전혀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차디차게 얼어붙은 아침의 풍경때문인지 괜히 가슴시리게 들려온다. 

"응. 어제 내가 연락했었어. 이것저것 물어보진 못하겠더라. 그냥 힘내고 잘 다녀오라고 말해줬어. 그리고 넌 정말 좋은 아들이고 좋은 동료다-라고 말해줬지." 

나는 숨죽여 버거씨의 말을 경청했다. 

"도미닉이 진짜 힘들었던게 뭐였는지 말해주더라. 알츠하이머때문에 현재나 가까운 과거의 기억이 사라진 동안에 아주 먼 옛날 기억이 돌아온다나봐. 오랫동안 어머니께서 비밀처럼 속에 담아둔 옛날 이야기들이 필터링없이 마구 쏟아진거지. 자식으로서 듣기 힘든이야기들이 있었고 한동안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다고 하더라."  


일주일동안 어머니의 댁에서 가족들과 오붓한 마지막 시간을 보내신 후 오늘 떠나신다고 한다. 

 

오늘 너무 추운데…

 

기왕 날짜 내가 정하는거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봄에 갈 것 같다. 아니 그럼 미련이 생기려나. 

어떤 기분일까.

후련할까. 평화로울까.

한 세상 잘 놀다간다 싶을까. 아니면 드디어 찾아온 휴식이 그저 반가울까.  

자꾸만 내가 그 분이 되는 상상을 하게 되네. 


부디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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