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씨는 최근 벨기에인 동료인 도미닉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내곤 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몇 달전부터 집에서 모시고 있다며 세상에 그런 효자가 없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근무중에 어머니랑 전화 통화를 자주 하는걸 봤거든. 물어봤던 것을 또 물어보시고 하는데 싫은 내색 전혀없이 처음 말하는 것처럼 매번 친절하게 대답을 다 하더라. 나는 진짜 깜짝 놀랬어.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물어보면 웃으면서 자기도 힘들다고 말은 해. 하지만 티를 전혀 안내."
평일에는 누나가 신경을 써 주지만 주말에는 본인이 직접 어머니를 돌본다고 한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들이랑 가까운 곳에 나들이도 자주 간다고 한다. 그런데 힘든 내색이 전혀 없는게 버거씨는 제일 신기하고 또 존경스럽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버거씨는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어머니께서 정신이 온전히 돌아왔을 때 가족들에게 '통보'하셨다고 한다.
존엄사를 말이다.
가족들의 의사는 궁금하지 않다고, 그냥 내 결정이니 존중해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내 인생이니 내 마지막은 내가 결정하겠다. 이 결정은 내 정신이 아주 온전한 상태에서 내린 것이다. 내가 정신을 놓고 가족들의 짐이 된 채 남아있고 싶지 않다. 2주안으로 떠나겠다.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지만 어머니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도미닉은 어머니와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현재 휴가를 낸 상태라고 한다.
"내가 아는 그는 최고 효자야. 어머니를 위해 지금껏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고 마지막까지 어머니를 위하는게 뭔지를 고민하고 해 드리는거야."
"그래도... 자식들의 의견을 묻지 않으셨다니 나라면 너무 충격적일것 같아. 좀 슬프다..."
"그건 어머니 본인의 권리야. 사람은 누구나 다 자신의 마지막을 원하는 방식대로 결정할 권리가 있어."
그래 그건 또 그렇지만...
예전 프랑스어 수업때 듣기도 했지만 벨기에에서 존엄사는 아주 드믄 일은 아니라고 한다.
나도 생각해보면 내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리 미련이 없을 것 같기도 하네. 남은 가족이야 슬프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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