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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 고객센터. 이건 끝까지 적응 안될 듯

by 요용 🌈 2025.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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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설치하기로 한 날. 

 

와이파이 설치하는데도 2주나 기다려야 했다. 

근데 주변 친구들 말이 이 정도면 빨리 잡힌거란다. 

 

내 약속은 오전 8시에서 12시 사이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전날 밤 10시에 문자가 왔다.

 

[내일 설치기사 도착 예상시각: 11시 30분. 설치 소요시간은 한시간 반 예상] 

 

이 불친절함에 경악했다. 

8시부터 12시 사이로 약속이 잡혔으면 12시 전에는 설치를 끝내줄거라고 생각한 내 잘못이었다.

 

12시부터 수업이 연속으로 잡혀 있는 상태였는데 부랴부랴 12시와 1시 수업 두 학생에게 메세지를 보내서 수업을 연기할 수 있는지 부탁해야 만 했다. 다음날 오전에 두 학생 모두에게서 알겠다는 답장을 받을때까지 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문제는 정오가 넘어는데도 설치기사는 연락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때부터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바로 안오면 2시 수업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제와서 취소하는건 불가능하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AI랑 실랑이를 한 끝에 간신히 사람 상담원과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여자상담원은 건조한 말투로 설치기사에게 자기가 연락해 보겠다고 했다. 5분쯤 대기하고 있다가 감정 없는 말투의 상담원이 돌아와서 말했다. 

 

"기사가 전화를 안받아요. 연결 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다른 더 필요한거 있으세요?" 

 

이대로 그냥 끊는다고? 말도 안돼..

 

"당신이 모르면 누가 저를 도와주나요? 설치 기사의 상사나 다른 연락처 없나요? 다른 사람이라도 급하게 보내주면 안돼요?" 

 

절박하게 말했건만 돌아오는 그녀는 한숨과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세번이나 전화를 했다고요. 저는 책임자도 아니고요." 

 

그럼 책임자랑 확인하고 알려달라니까 그녀는 책임자가 나한테 전화를 걸게 하겠단다. 사과는 바라지도 않았다.

 

 

잠시 후 책임자가 전화가 왔는데 이 책임자가 제일 최악이었다.... 나 야단 맞음... 자기 잘못도 아닌데 왜 자기더러 설치기사한테 전화하라고 시키냐고... 설치 기사가 오면 얼마나 걸리는지 직접 물어보고 최대한 빨리하라고 나더러 직접 말하란다. 자기한테 왜 그런거 시키냐고... 

 

하... 진짜... 멘붕... 

 

기사가 늦었으니 보상으로 20유로를 주겠다고 했는데 통화하는동안 거지취급하는거 같아서 그냥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20유로라도 받을걸 그랬나 ㅡㅡ; 

 

설치기사는 결국 오후 한 시가 넘어서야 어슬렁 어슬렁 도착했다. 

능글능글 웃으면서 봉쥬 마담~ 인사하는 얼굴을 보니 울화통이... 

 

근데 의외로 설치는 5분만에 끝났고 나가면서 그제서야 늦어서 죄송하단다.

스므살쯤 돼 보이는 순박한 아프리칸 청년이었는데 내 눈치를 보면서 소심하게 행동하는걸 보니 내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그래. 애꾸눈 나라에선 두눈가진 사람이 이상한거야.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나도 한쪽 눈을 감고 살아야되나보다. 

 

 

버거씨는 프랑스에선 이런 일이 다반사라며 위로했다. 

그런데 정작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물리 치료를 예약했는데 첫 치료가 내년 1월 말로 잡혔다며 경악함ㅋㅋ 

 

아무리 프랑스 사는데 장점이 많다지만 적응이 끝까지 안되는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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