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룩셈부르크에서 버거씨 친구들과 저녁 먹었던 날이 생각난다.
히말라야로 떠나더니 한 달 넘게 연락이 없다며 버거씨가 걱정했던 친구 사무엘이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 별 일은 없었는데 그냥 심적으로 많이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부인이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는데 전 재산의 반을 줘야해서 집도 팔아야 된다고 한다.
서로 의지해오던 동반자를 하루 아침에 잃는것도 서럽고 재산 처분도 서럽단다.
사무엘은 룩셈부르크 어느 회사 간부를 하고 있어 일도 바쁘고 물론 월급도 많다고 한다. 부인은 프랑스 유적지 가이드 일을 하다가 싫증나서 일을 관뒀는데 그 후 남편이 일만 하고 자신을 외롭게 한다는 것이 그녀가 주장하는 이혼의 사유. (사실 부인의 오빠가 사무엘을 오래전부터 싫어했는데 사무엘의 집에 자주 놀러와서 시비를 걸곤 했다고 한다. 이혼도 소송도 다 오빠가 뒤에서 조종하는것 같다는게 사무엘과 버거씨의 의견...)
부인측에서 처음에는 재산의 50% 만 요구했는데 최근 변호사를 통해 200,000유로 (3억 3천만원)을 추가로 더 요구해 왔다고 한다. 부인이 이혼 하면 노후가 준비돼 있지 않아 노후를 위한 비용이라고 한다.
아, 그 생각은 못했네? 노후도 책임지라고 할 수 있는거였나.
내 반응을 보더니 버거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전남편은 진짜 운도 좋지. 너처럼 너그럽게 이혼해주겠다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그러게나 말이다.
"치과 치료비랑 주차장 공사비 때문에 너한테 빌린돈도 당장 못갚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게 얼마나 뻔뻔하냐 말이야. 너한테 빌린 돈 갚는게 최 우선 순위여야지. 아파트도 당연히 팔아야하고. 10년이나 같이 살았으면서 한 푼도 아깝다는 태도가 충격적이야. 이혼이 그리 쉬운줄 아나..."
내가 이혼 여정을 시작 하는 이 시점에 사무엘의 이혼 이야기를 옆에서 듣게되니 기분이 신기하다.
마치 나더러 용기를 내라고 세상이 말하는 느낄이랄까. (나 혼자 멋대로 해석함ㅋ)
사무엘의 전부인도 내 전남편도 상대방이 받을 상처나 감정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참 비슷하다.
소송 그거 별거 아니구나.
나는 적당한 선에서 합의 이혼을 하자고 했지만 전남편이 협조를 안하겠다고 했으니 소송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도 귀찮다고...
나한테 빌려간 그까짓 7천유로 (천만원쯤) 원금만 갚으라는데 당장 못갚는다고 차용증도 안쓰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소송 가면 누가 더 손해이려나.
사무엘은 히말라야 정상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두 아들이랑 함께 갔는데 힘들게 정상에 올라 감정이 복받쳐서 아들과 부둥켜 안고 우는 모습이었다.
왠지 사무엘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모습이라 나도 덩달아 뭉클하더라.
걱정말아요.
저도 갑자기 문이 닫혀서 좌절했는데 이제 보니 그건 썩은 문이었더라구요. 당신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당신을 웃게 해 줄 진짜 짝이 나타날거예요. 제 말 한 번 믿어보시라니깐요~ (약장사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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