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170
셍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늦은 오후에 버거씨네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 창밖 풍경이 가는 곳 마다 그림처럼 아름답다.
어딜 가든 보이는 포도밭과 소떼들-
그리고 노랑 빨강 낙엽까지 더해졌다.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다고 말했더니 버거씨가 피자 하나에 와인을 마시자고 했다.
"집에 좋은 와인이 많은데 이런 날 너랑 마시려고 갖고 있던거지."
아 그럼 마셔야지.
사과, 양배추 그리고 아보카도를 넣고 샐러드도 간단히 버무려내는 버거씨.
와인 향 참 좋다.
이런 맛에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구나.
버거씨는 낮에 숲길을 산책할 때 찍었다며 내 사진을 여러장 보여주었다.
스파에서 막 나온데다 선글라스는 커녕 선크림도 못 발라서 꼴이 영 별론데 버거씨는 예쁘기만하단다.
음... 다시 보자...
분명 부스스한 얼굴인데 자꾸 들여다보게 되네.
내 얼굴 표정들이 좀 낯설게 느껴졌다.
나한테 이런 표정도 있었나?
내 얼굴이지만 낯설 정도로 자연스럽고 편안해보인다.
버거씨가 보는 나는 이런 얼굴이었구나.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버거씨가 하는 것 처럼 말이다.
문득 전남편의 변한 얼굴이 떠올랐다.
인상이 전보다 무서워지고 웃는게 오히려 더 어색할 정도로 표정과 감정이 사라진 얼굴.
그 사람이랑 같이 살았으면 내 얼굴도 그렇게 굳어갔으려나.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웃겨주는 짝을 지금이라도 만나 어찌나 다행인지.
그리드형
'2024 새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더 고맙거든? (5) | 2025.10.18 |
---|---|
본인 생일이면서 왜 나한테 서프라이즈... (18) | 2025.10.17 |
주말이면 나는 티옹빌 공주가 된다 (11) | 2025.10.16 |
전남편을 만났다. (68) | 2025.10.14 |
너무 생생한 꿈을 꿨다. (34) | 2025.10.13 |
즐겁고 맛났던 룩셈부르크 저녁 모임 (10) | 2025.10.10 |
고국의 맛 (19) | 2025.10.09 |
룩셈부르크까지 기차로 출근하는 프랑스인들 (10) | 2025.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