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

나도 모르는 내 표정

by 요용 🌈 2025. 10. 19.
728x170

셍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늦은 오후에 버거씨네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 창밖 풍경이 가는 곳 마다 그림처럼 아름답다. 

 

어딜 가든 보이는 포도밭과 소떼들-

그리고 노랑 빨강 낙엽까지 더해졌다.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다고 말했더니 버거씨가 피자 하나에 와인을 마시자고 했다. 

 

"집에 좋은 와인이 많은데 이런 날 너랑 마시려고 갖고 있던거지."

 

아 그럼 마셔야지. 

사과, 양배추 그리고 아보카도를 넣고 샐러드도 간단히 버무려내는 버거씨. 

와인 향 참 좋다. 

 

이런 맛에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구나. 

 

버거씨는 낮에 숲길을 산책할 때 찍었다며 내 사진을 여러장 보여주었다. 

스파에서 막 나온데다 선글라스는 커녕 선크림도 못 발라서 꼴이 영 별론데 버거씨는 예쁘기만하단다.  

 

음... 다시 보자... 

 

분명 부스스한 얼굴인데 자꾸 들여다보게 되네. 

내 얼굴 표정들이 좀 낯설게 느껴졌다. 

나한테 이런 표정도 있었나? 

내 얼굴이지만 낯설 정도로 자연스럽고 편안해보인다. 

버거씨가 보는 나는 이런 얼굴이었구나.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버거씨가 하는 것 처럼 말이다. 

 

문득 전남편의 변한 얼굴이 떠올랐다. 

인상이 전보다 무서워지고 웃는게 오히려 더 어색할 정도로 표정과 감정이 사라진 얼굴. 

그 사람이랑 같이 살았으면 내 얼굴도 그렇게 굳어갔으려나.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웃겨주는 짝을 지금이라도 만나 어찌나 다행인지.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