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에 버거씨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룩셈부르크로 나갔다.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던 바로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다시 만났다. 13명의 인원들도 거의 비슷했다.
그 중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에 몇 번 만났지만 카자흐스탄 출신 변호사 친구는 일년만에 처음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누구보다 반가워해주었고 함께 나온 또다른 친구를 살갑게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나랑 스트라스부르에서 법공부를 같이 한 친구야. 지금은 룩셈부르크에서 변호사로 함께 일하고 있지. 나랑 10년지기야."
처음 만난 사람들도 몇 명 있었는데 하나같이 오래 만난 친구처럼 나를 대해줬다.
생각해보면 이 곳에 나온 사람들 전부다 룩셈부르크에서 근무를 하고는 있지만 외지인 출신이다. 미국, 이란, 아프리카, 벨기에, 카자흐스탄, 프랑스, 독일 등등...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어도 이런식으로 금방 친구가 되고 모임도 정기적으로 가지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각자 칵테일이나 샴페인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가까이 모여앉은 우리 6명은 레드와인 한 병을 주문해서 나눠 마시기로 했다. 서로 와인 취향이 달라서 고르는데 좀 애를 먹었지만ㅎㅎ 나와 버거씨가 양보해서 좀 쎈(?)걸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막상 고른 와인이 정말 맛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대만족 했음! @@
한참후에 각자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 둘씩 등장했다.
"이 집은 뭘 시켜도 다 맛있어!"
사람들이 입모아 말했다.
진짜 다들 비주얼이 으아...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버거씨랑 나는 평소처럼 서로 다른걸 시켜서 나눠먹기로 했다. (마주보고 앉은 덕분에 양옆 친구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 중 하나는 바로 훈제연어 피자였다.
얇은 피자 도우는 마치 숙성이 잘 된 고소하고 쫄깃한 바게트와 비슷했다. 진짜 맛있음!!
그리고 두번째 우리 음식은 바로 문어!!
문어와 함께 나온 토마토 야채볶음이 피자랑도 너무 잘 어울려서 반반 메뉴로 완벽한 선택이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주문한게 제일 맛있는것 같다며 우리둘이서 소곤소곤 자화자찬 ㅋㅋ
디저트는 생략할까 했지만 버거씨가 하나 시켜서 나눠먹자길래 지난번에 먹었던 밀풰유로 골랐다. 음 진짜 맛있지만 반만 먹어도 충분함-
작년 파티때는 전체 금액에서 1/n로 똑같이 계산했었는데 이번에는 카운터에 길게 줄을 서서 한명 한명 뭘 먹고 마셨는지 확인해 가면서 계산하느라 꽤 오래 걸렸다. 물론 헤어짐이 아쉬워 삼삼오오 수다를 떠느라 지루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우리 테이블 서빙을 맡아주었던 친절한 중년의 웨이터 아저씨가 계산을 해 주고 있었는데 나와 버거씨가 계산할 차례가 되었을때 모두에게 큰 소리로 외치셨다.
"방금 떠나신 손님이 여러분한테 잘가라고 손 흔들며 인사했는데 아무도 대답하거나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신사분께서 그냥 혼자 나가셨셨다고요!!"
우리는 누가 나갔는지도 모른 채 좀 미안해하다가 이탈리안 웨이터 아저씨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말투때문에 빵 터져서 웃었다.
알고보니 혼자 나간건 이번 모임을 주최한 야씨의 현남친이었다고한다. 야씨는 딸 때문에 일찍 귀가했다. 전남친과 현남친을 둘 다 초대해서 나란히 앉혀놓은것도 웃긴데 내 옆에 앉아있던 전남친이 현남친보다 더 존재감을 빛내며 쉴새없이 수다를 떠는 상황도 너무 웃겼음 ㅋㅋ
버거씨와 내가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갈 때, 그 누구보다 웨이터 아저씨가 가장 큰 소리로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해 주셨다ㅋㅋㅋㅋ 다시는 그 누구도 혼자 쓸쓸히 떠나는 꼴을 보지 않겠노라는 다짐이 느껴졌다ㅋㅋㅋ
이런 모임 너무 재미있다.
음식과 와인 맛은 말 할 것도 없고!!!
버거씨 나 데리고 와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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