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때 버거씨랑 영상통화를 했다.
버거씨는 오랜만에 아버지와 꽤 길게 전화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내 안부를 물으시길래 요즘 직장에서 일이 많고 좀 힘들다고 말했어. 그랬더니 아버지가 뭐라고 하셨게? 위로는 커녕, '넌 운이 좋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그렇게 룩셈부르크에서 좋은 직장을 갖고 있지는 않아. 월급날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거라.' 이러시더라."
"음 그래도 월급날을 생각하면 기운이 나긴 하지??"
내 농담에 버거씨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께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어. '오해를 하고 계시네요. 저에게 유일하게 힘을 주는건 월급날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그녀를 만나는 주말이지요. 그녀는 제 삶을 바꾸어주었고 동기부여를 주고 또 저를 배우게 해요. 그녀 덕분에 저는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할수 있다는걸 배웠어요. 아버지께서 이해하실 수 있으실지는 모르겠어요.'"
아버지께 또 뜬금없이 여친 자랑을 했구먼. 듣는 그 여친은 좀 머쓱하다.
"ㅋㅋㅋ그랬더니 아버지께서 뭐라셔?"
"모르긴 뭘 모르냐고 본인도 다 안다고 하시지 뭐. 평소처럼 본인얘기만 주구장창 하셨어. 본인도 제대로 된 사랑을 만난후에 인생이 바꿔었다고 길게 말씀하셨어."
"아 그래도 동의하시네, 돈보다 사랑이라는거."
버거씨는 아버지랑 대화가 잘 안통한다고 종종 말하곤 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오늘은 사랑이 제일이라는 사실에 둘 부자가 뜻을 같이한 모양이다.
버거씨 누나는 얼마전 버거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요즘 어린 시절 헤맑고 착하던 내 동생을 되찾은 것 같아. 한동안 잊고 있었던 모습이었어. 그녀를 만난 후 너는 더이상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아. 너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하고 여유로워진 것 같아.]
그 말은 나를 더 기분좋게 만들었다.
나로인해 버거씨가 행복해졌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누나도 기쁘다니...! 이거슨 행복의 도미노가 아닌지!!

'2024 새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룩셈부르크까지 기차로 출근하는 프랑스인들 (10) | 2025.10.08 |
---|---|
주는 사람이 더 좋아한다 (9) | 2025.10.07 |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김밥 (34) | 2025.10.03 |
생신 축하드려요~ (13) | 2025.10.02 |
8체질- 금양체질- 식단 실천 중 (8) | 2025.09.26 |
나 칭찬에 약함. 헤헷 (11) | 2025.09.23 |
카자흐스탄 치즈 이야기 (5) | 2025.09.22 |
프랑스 시골 벼룩시장 귀여운 상인 (7) | 2025.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