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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나 칭찬에 약함. 헤헷

by 요용 🌈 202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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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치즈 이야기

 


나는 알마가 엉덩이를 뗄때마다 벌떡 일어나서 알마 대신 움직였다. 만삭인데다 손까지 퉁퉁부은 알마는 캔도 못따는 상황이었다.

 

전날 미리 만들어서 얼려놨다는 만티는 서로 달라붙어 있었고 나는 열심히 하나씩 떼서 3층 찜통에다 넣고 쪘다. 

 

그러는 사이 알마는 스테판에서 배달해 줄 샌드위치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중요한 사실은 알마는 샌드위치를 만들 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나를 믿고 있었던거였음 ㅋㅋ

 

바게트가 반쪽 뿐이길래 속에다 마요네즈 머스타드, 치즈 상추 토마토 등 있는대로 열심히 꽉꽉 채웠더니 알마는 그렇게나 많이 넣어도 되냐며 갸우뚱 했다. 마지막에 랩으로 꽁꽁 싸는걸 보고는 엄지를 치켜세움ㅋ

 

만티가 찜통에서 쪄지는 동안 나는 버거씨한테 스테판의 점심 배달을 시켰다. 옆에 있던 복숭아랑 사과도 챙겨서 종이 봉투에 같이 넣어줬다. 혼자 야외에 있으면 식욕이 더 왕성해지는 법이라고 했더니 다들 '그런가?'하고 생각하는 눈치다. 음 나라면 그렇다는 얘기지ㅋ

 

40분간 맛있게 쪄진 만티!

버거씨가 오자마자 먹방 개시! 

 

"샌드위치가 작대... 스테판이..." 

 

버거씨의 말에 우리는 만티를 먹다가 풉하고 웃어버렸다. 거봐... 내가 작을것 같더라니까... 그나마 내가 과일이라도 담아줘서 다행이네.

 

버거씨는 먹다말고 만티를 한 통 담아서 스테판에게 한번 더 배달을 다녀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과일까지 싹 클리어 하고 시무룩하게 있다가 기대도 안했던 두번째 도시락이 도착한 걸 보고 세상 기뻐하더란다ㅋㅋ 

 

토마토소스 베이스로 만든 수제 소스. 이게 또 별미다. (간장찍어먹으면 만두랑 맛이 흡사할 듯) 

 

속에는 다진 소고기와 감자가 들어갔다. (보통 감자대신에 호박을 주로 넣는다고 한다.)

촉촉한 육즙과 감자 식감의 합이 좋다.  

 

 

후식으로 우리가 사온 케이크를 먹었다. 

후식은 야외 테라스에 나가서 먹었다. 

다들 맛있다고 해줘서 기뻤다. 

 

후식을 먹고나서 소화 시킬 겸 산책을 나가는 길에 나는 스테판에게 갖다 줄 케이크를 통에 큼직하게 한덩이 담았다. 

 

알마는 그럴필요 없다고 이따 집에 와서 먹으면 된다고 했지만, 야외에선 소화도 더 잘되고 더 맛있다고... 

스테판은 너무나 기뻐했고 나에게 고마워했다. 

거봐... 집에서 저녁때 먹는거랑 지금 먹는거랑 다르다니까 그러네ㅋ

 

잠시 후 산책을 할 때 엘라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정말 친절해. 다들 무심하게 넘길때 너는 습관처럼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더라. 알마 빨래를 먼저 나서서 널어주고, 내가 무거운거 들고 있을때 와서 대신 들어주고, 스테판 점심이랑 간식까지 챙겨주고- 네가 상대방이라면 뭐가 필요할 지를 습관처럼 항상 생각하는거잖아. 나는 그런거 잘 못해. 너처럼 상대방 입장에서 미리 생각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많지 않아. 나도 닮고 싶은데 잘 안돼." 

 

나한테 엘라는 세상에서 젤 다정한 사람 중 하나인데 그런 그녀에게 이런 감동스러운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 롤모델중 하나인 그녀가 나를 닮고 싶다고 한다!! ㅠ.ㅠ 

 

알마네 집에서 나는 그때그때 설거지를 틈나는대로 했고 집을 나오기 전까지 모든 부엌 정리를 눈깜짝 할 사이에 마쳐서 알마를 놀래켰다. 내가 또 손이 빠르지ㅋ

 

산책을 꽤 길게 다녀와서 다들 좀 피곤한 상태였는데 내가 평소와 달리(?) 알마를 대신해서 혼자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버거씨는 꽤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너같은 친구를 둔 알마와 엘라도 행운이고, 그 누구보다 세상에서 제일 행운아는 바로 나야." 

 

후훗. 새삼스럽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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