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는 집에 오자마자 아뻬로 상을 차렸다.
준비한게 없다고 했지만 이렇게 푸짐한데?!
난 알콜을 안마신다고 했지만 알마는 나와 버거씨 마시라고 자기 맘대로 (ㅋㅋ 대리만족) 카자흐스탄에서 가져온 귀한 화이트와인을 땄다.
내 잔이 빌때마다 흐뭇하게 술을 따라주던 알마는 내가 이제 그만 마시겠다고 말했을때 살짝 정색했다. 본인은 먹고 싶어도 못먹는 술인데 내가 거부하니까 자꾸만 더 마시란다ㅋㅋ 술꾼 에리카가 있었어야 대리만족을 제대로 시켜주는데.
"아 이 카자흐스탄 치즈!"
"너 이거 기억나지? 엄청 짠거ㅋ"
"응 엄청 짜고 단단했어. 다들 조심해ㅋㅋ"
내가 경고를 했음에도 버거씨랑 엘라는 겁도없이 입에 하나씩 훅 던져넣었다. 둘 다 3초후 인상이 찌푸려짐 ㅋㅋ
"그걸 한 번에 먹으면 안된다니까 그러네ㅋㅋ 나도 멋모르고 통채로 입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잖아. 그리고는 이 치즈를 손에 쥐고 조금씩 먹는데 온 종일이 걸렸어. 그땐 이것보다 더 크고 더 단단했어. 알마 제자의 어머니께서 직접 하나씩 만드신거라 해서 소중하게 먹었지."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치즈가 어찌나 단단한지 깨물지도 못하고 앞니로 조금씩 부지런히 갉아먹었다는...
"확실히 유목민들에게는 유용했겠다. 가볍고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겠네."
버거씨의 말에 알마가 카자흐스탄 유명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2차 세계 대전때 카자흐스탄에 여성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대. 소련에 맞서싸운 정치범들? 말이야. 그 수용소에서는 음식을 거의 안줘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았대. 훗날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말하길, 동네 사람들이 밤만되면 자기들한테 돌맹이를 던지더래.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까지 말이야.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매번 불쾌했지. 그런데 어느날 너무 굶어서 기운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을때 어디선가 향긋한 우유 냄새가 났대. 빗물이 조금 고여있던 웅덩이에 흰 돌맹이가 빠져 있는게 보였대. 그제서야 깨달았지. 동네 사람들이 우리에게 돌을 던진것이 아니라 우리를 도와주려고 치즈를 던져준거였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때 이 치즈 덕분에 여러사람이 목숨을 부지했다고 해."
확실히 집에서 만든 울퉁불퉁한 수제치즈는 돌맹이로 오해하기 딱 좋을것 같긴 하다.
점심 메뉴는 카자흐스탄식 만두인 만티였다.
전날 밤에 퉁퉁 부운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냉동실에 얼려놨는데 어찌나 미안하든지 ㅠ.ㅠ 아이고...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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